양국 정상 협력·동맹 강조
전문가들 “바이든, 비핵화 ‘단계적’ 방식 수용 가능” 전망
3월 한미훈련, 평화 프로세스 분수령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 전화 통화를 하고 한반도 문제 등을 논의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 전화 통화를 하고 한반도 문제 등을 논의했다.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준영 기자] 한국과 미국 정상이 조속한 포괄적 대북전략 마련에 합의했다. 양 정상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 협력과 동맹을 강조함에 따라 한국 정부의 역할이 주목받는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비핵화 전진의 분수령으로 3월 한미연합훈련 여부, 단계적 방식의 비핵화를 꼽았다.

4일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이날 오전 8시 25분부터 32분간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 통화를 했다고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한미 양국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진전시키기 위해 공동 노력하자”고 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된 당사국인 한국의 노력을 평가한다며 “한국과 같은 입장이 중요하며, 한국과 공통의 목표를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두 정상이 “가급적 조속히 포괄적 대북전략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했다.

미국 백악관도 3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동북아 평화와 번영의 린치핀(핵심축)인 한미동맹 강화에 대한 약속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에 바이든 정부도 한반도 비핵화 등 대북 문제를 후순위로 미루지 않는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또한 양국 정상 모두 대북 문제를 접근함에 있어 협력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한국과 같은 입장이 중요하며, 한국과 공통의 목표를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는 발언은 두 가지 해석이 나온다. 하나는 바이든 정부가 대북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 동맹국인 한국의 입장을 그만큼 수용할 자세가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대북 문제에서 양국의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이라는 분석이다.

어떤 해석이든지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 수립과 실행에서 한국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전진을 목표로 한 우리 정부로서는 미국과 협력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상황이다.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통일연구실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의 입장을 고려하겠다는 발언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어떻게 끌고 가느냐가 중요하다”며 “현재 나온 바이든 정부 인사 발언들을 보면 과거와 달리 전향적으로 나올 것 같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트럼프 정부처럼 제재와 압박만 강조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1일 미 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대북정책과 관련해 “우선적으로 우리는 정책을 전반적으로 검토해 어떤 도구가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며 “여기에는 추가 제재가 포함될 수 있고, 동맹과 파트너국과의 추가적인 조율과 협력이 포함될 수 있다. 외교적 장려책도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바이든 정부의 소극성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호응할 수 있는 계기를 우리 정부가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평화 체제로 갈 수 있는 3월 한미연합훈련 연기 등 군사적 문제를 언급하고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등을 논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한다”고 했다. 이어 “한미연합훈련의 경우 미국이 달가워하지 않을 수 있으나 코로나19 상황도 감안해서 북한이 위협받지 않는 조치를 하면 북한이 호응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현재 국방부는 3월 초 예정된 전반기 한미 연합지휘소 연습과 관련해 미국과 협의 중이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비핵화 전진의 또 다른 관건은 북미 간 비핵화 방식이다. 과거 트럼프 정부에서 두 차례 북미정상회담이 열렸지만 비핵화 방식 등의 이견으로 논의가 멈췄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정부가 북한이 요구해 온 단계적 방식의 비핵화를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강종일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 회장은 “바이든 정부는 부통령 시절 참모들을 다시 데려왔으나 과거의 ‘전략적 인내’ 정책의 실패를 계기로 정책 변화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이 강조한 한미연합훈련과 단계적 비핵화 조치 등에 대해 과거보다 여지를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정부는 한국에 보조를 맞출 것을 요구할 것으로 본다. 미국의 보조가 대북제재 쪽이라면 한반도 평화 진전에서 우리에게 이득은 없다”며 “미국에게 단계적 비핵화 방식과 한미연합훈련 연기 등을 요구할 수 있고 미국 정부도 이를 고려할 수 있다. 과거에도 한미 훈련을 연기한 적이 있다”고 했다.

김 실장은 “현재 미국에게는 북한의 핵 동결이 우선이다. 핵 동결을 조건으로 바이든 정부는 단계적, 동시적 비핵화 방식을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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