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연령·지급액 늘려···5대 은행 25000명 희망퇴직 신청 받아
은행들, 호실적에 ‘200% 성과급’ 지급도 결정···이익공유제도 따라야할 판
금융업계 “금융당국이 주주들에 비난 빌미 제공한 것”

4대 금융지주 로고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용우 기자] 금융당국의 이중잣대가 논란으로 떠오르고 있다. 당국은 금융권의 배당에 대해 ‘유출되는 자금을 막아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금융사의 성과급 잔치와 역대급 퇴직금 지급에선 묵묵부답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권의 은행 이익공유제 참여 요구가 ‘은행의 자본을 쌓아둬야 한다’는 금융위원회의 논리에 정면 배치됨에도 아무런 언급도 없어 은행권과 주주들의 반발을 키우는 분위기다. 

◇배당 감소한 여력으로 거액 퇴직금·성과급 지급?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가 최근 은행권에 배당성향을 20% 이내로 제한하라고 권고한 뒤로 은행들의 역대급 퇴직금과 성과급이 새로운 논란이 되고 있다. 금융위의 설명대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위기에서 은행이 이에 대비하기 위해 유출되는 자금을 막아야 한다면 퇴직금과 성과급 지급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가 아무런 언급도 없어 이중잣대로 은행 자금을 판단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이 실시한 희망퇴직에 신청한 인원은 약 2500명으로 나타났다. 전년보다 800명가량 증가했다. 가장 먼저 희망퇴직을 실시한 농협은행에서 희망퇴직을 신청한 인원은 약 500명이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신한은행에서도 각각 490명, 470명, 220명가량이 퇴사 신청을 냈다. 여기에 국민은행이 진행한 희망퇴직에 800명 가량이 신청을 해 전년도 규모의 1.7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희망퇴직 신청 인원이 매년 늘어나는 이유는 은행들의 거액 퇴직금 때문이다. 5대 은행이 올해 희망퇴직자에게 지급하는 특별퇴직금 규모는 ‘최대 3년치 임금+α’다. 대부분의 은행은 올해 전년 퇴직금(급여의 20~27개월치)보다 많은 36~39개월치 급여를 지급하기로 했다. 또 최대 9000만원에 달하는 자녀학자금 및 의료비, 재취업지원금을 지급하면서 퇴직 신청자가 늘어났다.  

업계는 올해 은행이 지출하게 될 퇴직금도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4대 시중은행은 퇴직금으로 총 6100억원을 지출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2.8% 증가했다. 

퇴직금과 함께 금융지주들은 작년 호실적에 따라 직원들에게 후한 성과급도 지급할 예정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올해 직원들에게 기본급 등을 포함한 통상임금의 180~200% 수준에서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은 1년 전과 같은 200%,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10%포인트 낮아진 180%의 성과급을 준다. 

4대 금융지주의 배당성향 추이 / 이미지=김은실 디자이너

◇“은행 이익은 주주 빼고 직원·정부에만 공유” 비판 확산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코로나19로 인한 은행권의 배당은 제한하면서 은행들이 성과급 및 퇴직금 지급 확대에 나선 것에는 아무런 언급도 내놓지 않아 투자자들에게 비판의 빌미를 줬다고 보고 있다. 역대 최대 실적을 근거로 직원들에게 이익을 공유하는 것이라면 당연히 주주들에게도 같은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퇴직금과 성과급 지급은 경영상 행위에 해당한다는 입장이지만 주주들 사이에서는 배당성향 결정도 경영 행위라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에 비판 의견을 내놓고 있다. 특히 정부의 반강제적 이익공유 강행 움직임 또한 은행의 수익성을 악화할 가능성이 있는데도 금융위가 ‘코로나19 대비’ 차원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해 비판이 커지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 권고가 나온 뒤로 은행에 항의하는 투자자들의 끊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배당을 줄이라는 당국의 주장에 따르면 안 된다는 주주들의 항의 전화가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은행의 이익 공유를 주주에게만 하지 않는 것에 불만이 많은 것 같다. 특히 주가부양 약속은 어떻게 된 것이냐는 항의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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