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된 작년 지방은행 기술금융 지원···2019년만 못해
SC제일은행은 매년 절반씩 기술금융 대출액 줄여
시중은행만 적극 지원 나선 모습

서울 여의도의 시중은행 창구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용우 기자] 지방·외국계은행들이 기술신용대출 규모 확대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시중은행만 건전성 우려에도 정부의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지원 정책에 적극 뛰어든 상황이다. 지방·외국계은행들이 리스크 부담이 큰 기술신용대출에 관심을 쏟지 않으면서 금융당국의 금융지원 정책이 은행권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작년 코로나 여파 속 시중은행 기술금응 지원 확대

3일 은행연합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국내 은행들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267조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0% 증가했다. 2019년도 말의 전년 대비 증가율(26%)과 비교해 기술신용대출 증가 속도가 빨라졌다. 작년 한 해 코로나19 여파에 따라 정부 주도의 중소기업 등 대출 지원이 활발하게 일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은 지난 2014년 7월부터 기술금융대출을 통해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기술신용대출은 신용이 떨어지고 담보가 없는 기업이라도 기술신용평가기관(TCB)의 기술평가를 기반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한 제도다. 

작년 기술신용대출 잔액이 크게 늘었지만 은행별로 보면 시중은행들만 기업 지원에 적극 동참한 모습이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해 말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153조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3% 증가했다. 2019년 말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전년 동기 대비 29% 늘었는데 작년에 증가율이 더 높아졌다. 

은행별로 보면 작년 말 국민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39조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36조), 우리은행(34조), 하나은행(32조원) 등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농협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13조원으로 가장 적었지만 5대 은행 중에서는 잔액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지난해 말 농협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했다. 2019년도 말에도 1년 전보다 57% 증가했다. 

은행별 기술신용대출 잔액 / 이미지=시사저널e

◇지방·외국계은행은 리스크 우려에 지원 확대 못하는 모습

시중은행이 작년 기업신용대출 지원에 적극 뛰어든 반면 지방은행과 외국계은행은 반대로 움직였다. 

6대 지방은행(부산·경남·대구·광주·전북·제주은행)을 보면 작년 말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총 24조원이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22% 증가했지만 2019년도 증가율(31%)과 비교하면 작년에 소극적으로 대출 지원에 나선 모습이다. 

외국계은행은 기술금융대출에 더 소극적이었다. 씨티은행의 작년 말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1조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17% 증가했지만 전년도 증가율(32%)과 비교하면 지방은행과 비슷한 상황이다. 특히 SC제일은행의 경우 작년 말 기술신용대출 잔액을 1년 전보다 48%나 줄였다. 2019년 말에도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이상(55% 감소) 줄였다.  

이들 은행에서 기술신용대출 잔액이 시중은행처럼 늘지 않는 것에 대해 업계는 리스크 관리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시중은행보다 지방은행의 기업 연체율이 높은 탓에 담보가 없는 기업에 대출을 내주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또 외국계은행의 경우 시중은행처럼 기술신용대출 규모가 크지 않은데다 기술금융 심사 노하우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탓에 대출을 쉽게 늘리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은행권 기술금융 실적평가에서 레벨4를 받은 은행은 국민·신한·우리·하나·산업·기업·부산·대구은행 등 총 8곳이었다. 외국계은행은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업계에 따르면 레벨4 등급을 받으면 기술금융 대출 전액을 자체 기술평가만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술신용대출이 결국 기업의 성장성을 보고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은행의 기업 분석 능력에 따라 대출 부실화를 방어할 수 있다”며 “코로나19 상황에도 은행들이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 등에 지원하는 일은 올해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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