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말 생보사 방카슈랑스··전년 동기 比 42%↑
은행 고객들 저금리 속 안전한 투자상품 찾은 영향
감소하던 저축성보험 증가는 업계 부담 키울 듯

은행에서 보험상품 판매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카슈랑스가 작년 보험업계의 순익 상승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 사진=시사저널e

[시사저널e=이용우 기자] 은행에서 보험상품이 불티나게 팔려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저성장에다 파생결합펀드(DLF), 라임 사태 등으로 인해 은행 투자 상품의 인기가 떨어지자 반대급부로 보험업계의 저축성보험이 고객 관심을 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전통적 방식인 보험대리점이나 설계사의 대면영업은 성장을 멈춘 모습이다.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 1년 만에 1조7000억원 증가

2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작년 11월 말 기준 국내에서 영업 중인 24개 생보사의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 잔액은 5조831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2%(1조7200억원) 증가했다. 역대 최대 증가율로 대리점·설계사 등 다른 형태의 모집 방식보다 초회보험료 증가율이 높았다. 같은 기간 대리점의 초회보험료는 0.7% 증가하는데 그쳤고 설계사가 벌어들인 초회보험료 잔액은 오히려 1.9% 감소했다. 

초회보험료는 신규 가입자가 낸 첫 보험료다. 보험계약 뒤 첫 번째 낸 보험료로 보험사의 신계약 창출 능력과 성장성을 보여준다. 

대리점이나 설계사가 아닌 방카슈랑스의 초회보험료가 한 해 만에 40% 이상 증가한 것에 보험업계도 주목하고 있다. 먼저 최근 1년간 은행업계에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논란이 커진 중에 보험상품이 고객에게 안전하면서 수익도 좋다는 인식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또 최근 0%대까지 낮아진 예·적금 이자로 은행에 돈을 묶어두기보다 상대적으로 이자가 높은 보험상품에 돈을 넣어두려는 고객이 많아진 점도 방카슈랑스 판매 증가 원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은행들이 모바일 앱에도 보험상품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은행 창구를 찾지 않고도 손쉽게 보험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도 방카슈랑스 판매를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작년 신한은행은 은행앱 신한 쏠(SOL)에서 보험상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모바일 방카슈랑스 서비스’를 선보였다. 하나손해보험도 작년 하나은행과 손잡고 방카슈랑스 채널을 오픈했다. 

생보사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 증가 현황 / 이미지=김은실 디자이너

◇대형 보험사·지주 계열 보험사 위주로 보험상품 판매 증가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는 주로 대형 보험사와 금융지주 산하의 보험사에서 증가했다. 중소형 보험사의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는 오히려 감소했다. 차후에도 인지도 높은 대형 보험사나 금융지주 계열의 보험사가 은행과 연계해 경쟁력을 높이는 반면 중소 보험사는 낮은 인지도 등의 영향으로 불황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11월 말 기준 삼성·한화·교보생명의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31%, 86%, 46% 증가했다. KB생명과 하나생명의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는 같은 기간 각각 970%, 218% 증가, 대형 보험사의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 증가율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아울러 DGB생명(184% 증가), 미래에셋생명(162%) 등 지주 계열사의 보험사 방카슈랑스 잔액도 크게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에 AIA생명(-43%),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27%), 푸본현대생명(-27%), IBK연금보험(-21%) 등의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는 감소했다. 

방카슈랑스 판매 증가에 따라 주요 생보사의 작년 말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증가한 상황이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30.3% 증가한 1조3705억원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한화생명의 순이익은 같은 기간 313.7% 증가한 2427억원을 기록했다. 업계는 다른 중대형 생보사의 순이익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업계는 은행에서 저축성보험상품 중심으로 보험 판매가 이뤄지는 분위기라 차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른 부채 증가는 우려된다고 봤다. 2023년 도입될 IFRS17에 따라 앞으로 보험사의 저축성보험은 수익으로 인정되지 않고 부채로 인식된다. 때문에 차후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저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생보업계에 따르면 2019년까지 업계의 저축성보험 신계약액은 2015년 대비 절반 이상으로 감소했지만 작년 들어 다시 증가했다. 작년 11월 말 기준 생보업계의 저축성보험 신계약액은 30조66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했다. 반면 보장성보험 신계약액은 3% 증가에 그쳤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보장성보험과 저축성보험 신계약이 동반 성장하면서 보험손익이 증가했다”며 “은행 고객들이 초저금리 상황에서 보험상품이 안전하다는 생각에 이 상품에 가입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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