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관계자를 이해하는 착한 자본주의 시대

사진 = 새빛
사진 = 새빛

[시사저널e=송주영 기자] 양극화 심화, 단기 실적 위주 경영 왜곡 등 많은 부작용을 가져온 현행 주주자본주의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제기된다. 그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기업이 고객, 근로자, 거래기업, 지역사회, 주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를 중시하는 경영을 해야한다는 개념이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도 2021년 기업 경영의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자본시장 투자 새로운 패러다임으로도 관심을 끈다. 재무적 성과만을 중시해온 기업 경영도 이젠 환경과 사회적 책임 등 비재무적 요소를 핵심 요소로 고려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시대다.

경제전문가인 최남수 서정대학교 교수(전 YTN 대표이사)가 최근 국내외에서 핫경제 이슈로 부상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와 ESG를 심층 진단한 신간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부제: 자본주의 ‘그레이트 리셋’, 이젠‘ESG 경영’시대! )’를 펴냈다.

이 책에서 최 교수는 팬데믹과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이 가져올 ‘자본주의 그레이트 리셋(대개조)’의 대표적인 움직임 중 하나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의 전환을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8월 자본주의 역사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일이 일어났다. 미국 재계의 대표기관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이 주주자본주의의 종언을 선언하고, 새로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깃발을 올리는 성명을 발표했다.

BRT는 성명에서 ▲고객에게 가치 전달 ▲근로자에게 투자 ▲거래기업을 공정하고 윤리적으로 대우 ▲지역사회 지원 ▲주주를 위한 장기적 가치 창출 등 다섯 가지를 약속했다.

이후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논의는 활성화됐다. 새로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는 자본주의 체제의 개편과 혁신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대선 기간 중 트럼프가 증시에만 신경 쓴다고 비판하며 주주자본주의를 끝낼 때라고 강조했다.

바이든은 “주주자본주의는 기업이 주주에게만 책임진다는 생각이다. 기업은 근로자, 지역 사회, 국가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역설해왔다.

또 세계경제포럼(WEF)은 자본주의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기업이 실제로 이해관계자를 존중하는 경영을 하는지를 측정해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등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을 본격화했다.

현재 세계경제포럼, 글로벌 공시표준 기관, 회계법인들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실천을 위한 통합 공시 기준을 만들고 있다. 이 기준이 마련되고 시행되면 이해관계자 중심의 장기적 가치 창출이 중시되는 새로운 자본주의 시스템이 가동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본주의 개혁 논의는 여기에만 그친 것이 아니다. 영국에서 회사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 상태이다. 법률과 제도는 물론 기업 경영, 회계 및 공시, 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본주의의 대전환을 가시화하는 방안들이 활발하게 논의된다.

최 교수는 이 책에서 수면 위로 떠오른 국내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논의도 소개한다. 먼저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기업의 목적이 ‘돈을 버는 것’이란 인식이 너무 강해서 공감 능력이 없었다”면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기업의 미래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를 경영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포스코, KT 등 기업도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중시하며 이를 반영하기 위한 ‘경영 장치’를 마련한다.

이와 함께 현재의 주주 중심의 재무제표를 이해관계자 중심의 통합재무제표로 바꾸는 방안이 학계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최 교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한 마디로 주주에게만 집중되던 기업 성장의 과실을 다른 이해관계자들과 공유하는, 이른바 ‘낙수효과’를 복원하자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신간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경제 이슈는 기업 경영과 자본시장 투자에 있어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중시하는 ESG이다.

ESG는 큰 틀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와 맥락을 같이 하는 개념으로 환경, 사회, 지배구조와 관련된 구체적인 경영 목표를 제시한다.

그동안 기업 경영은 재무적 성과만을 중시해왔으나 ESG는 환경 등 비재무적 요소도 중시해야 한다는 제안을 한다.

ESG 중 E(환경)의 평가 요소는 기후변화 정책, 공기 및 수질 오염, 재생에너지 사용 등이다. S(사회)는 인권, 제품 안전, 고객 관계, 지역사회와의 소통에 초점을 맞췄다. G(지배구조)는 이사회 구조, 투명성, 청렴성, 주주 관계 등을 집중 평가한다.

ESG는 올해부터 기업 경영과 자본시장 투자에 있어 중요 이슈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ESG를 경영의 핵심 가치로 도입하는 국내외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고, 투자자들도 ESG 친화적인 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이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각국 정부가 기후 변화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기업들도 잇따라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있어 환경 이슈는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주요 기관투자가들도 기업 가치를 평가할 때 ESG 준수 여부를 핵심적 기준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ESG를 중시하는 기업의 경영 실적이 좋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리스크가 큰 것으로 간주한다.

이에 따라 국내 대기업들도 ‘ESG 경영’을 본격화할 채비를 갖췄다. SK그룹, 현대자동차, 포스코, 네이버, 카카오, KB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등이 ESG 경영에 적극적이다.

특히 ESG는 이제 규제 회피 차원을 넘어 신사업이나 기존 사업 확장을 통해 ‘돈벌이’도 되는 비즈니스 모델로 진화했다.

이 책은 모두 다섯 장으로 구성돼있다. 제1장은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많은 문제점과 주주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을 다룬다. 제2장은 미국 재계와 세계경제포럼이 선언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내용, 그리고 여기까지 오기까지 어떤 논의 과정이 있었는지를 짚었다.

제3장은 경영혁신을 통해 이해관계자를 존중하는 경영을 하는 국내외 기업을 소개하고, 중요한 어젠다인 ESG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측정지표(SCM)을 정리했다.

제4장은 법과 제도의 개선 등 자본주의 혁신을 위한 실행 과제와 구글과 페이스북을 비롯한 빅테크의 독과점 문제를, 제5장은 팬데믹 국면에서 더욱 부각된 재택근무의 양극화 등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관련 이슈에 대해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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