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폐쇄 5년째···입주기업 상당수 재개시 재입주 의사
해외보다 경쟁력 높아···“급하면 대체공장 장비 뜯어서 입주”

남북경제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다이 문을 닫은지 다음달로 5년을 맞는다. 사진은 개성공단 전경. / 사진=연합뉴스
남북경제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문을 닫은지 다음달로 5년을 맞는다. 사진은 개성공단 전경.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남북경제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문을 닫은 지 다음달로 5년을 맞는다. 기약없는 기다림이 계속되고 있지만 상당수 입주기업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갑작스럽게 쫓겨났지만 묵묵히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며 공단 재개를 기다리고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입주기업 대부분은 지난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로 큰 타격을 받았다. 아무런 대책 없이 거액을 들여 조성한 공장 인프라를 그대로 놔둔 채 공단에서 나와야 했다. 개성공단이 폐쇄된 이후 남북교역은 사실상 올스톱됐다.

통계청 북한정보포털에 따르면 남북교역은 공단 폐쇄 전인 2015년 반입 14억5000만 달러, 반출 12억6000만 달러 수준에서 이듬해 반입 1억8000만 달러, 반출 1억4000만 달러 수준으로 급감한 뒤 미미한 수준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1~9월 반입 약 7000 달러, 반출 400만 달러로 집계됐다. 

5년의 시간이 흘렀다. 입주기업들은 길어지는 공단 폐쇄 상태 속에서도 생존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공단이 다시 열렸을 때 다시 들어가겠다는 의지도 여전했다.

입주기업 중 상당수는 공단 폐쇄 이후 해외 대체공장 건립에 나섰다. 여성 속옷과 수영복 패드 업체 영이너폼은 공단 폐쇄 후 베트남에 개성공단 공장과 비슷한 규모의 대체 공장을 세웠다. 이 회사는 대체 아이템도 개발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베트남 대체공장은 규모나 인원 면에선 개성공단 시절에 뒤지지 않지만 직원들의 높은 이직과 언어 소통 문제가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린다고 한다.

이종덕 영이너폼 대표는 “이직률이 10%~20% 정도로 높은 게 가장 힘들다. 직원들이 떠나면 다시 그 인원을 채워서 바닥부터 다시 가르쳐야 한다”며 “한국 관리자들이 현지 관리를 하는데 언어의 한계가 있다. 그렇다 보니 현지 직원들이 높은 기술까지 올라가기 어렵다”고 언급, 공단 재개시 다시 들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개성공단 직원은 이직이 없고 언어가 통하다보니 짧은 기간에 기술을 축적시켰는데 베트남에서는 이것이 어렵다는 얘기다. 

산업 특성상 대체 시설을 갖추지 못한 채 공단 재개만을 기다리는 회사도 있다. 석촌도자기는 반상기, 머그컵, 혼수 용품 등 도자기를 제작하는 업체다. 공단 운영 당시 355명의 근로자를 뒀지만 공단 폐쇄 이후 지금까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처음엔 공장이 없이 아웃소싱을 주고 개발을 해봤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개발 성공확률이 높지 않았다고 한다.

조경주 석촌도자기 대표는 “우리는 장치 산업이다 보니 개성공단 문을 닫고 난 뒤 지금까지 다른 시설을 갖추지 못했다. 도자기 로가 개성공단에 다 넘어가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라며 “대안이 없는 상태로 5년간 이어져 오다보니 하루하루 버티기 어렵다”고 했다.  

개성공단입주협회 관계자는 “입주기업 대부분은 개성에 투자했던 투자금 수준도 못 건졌다. 이들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없는 형편”이라며 “특히 개성공단 입주기업 상당수는 국내나 해외에 다른 공장 없이 공단에 올인한 기업이다. 그나마 공단 폐쇄 초기에는 정부의 지원도 많았지만 시일이 길어지면서 지원이 하나 둘 씩 사라지고 있다. 수년째 매출이 없다보니 코로나 지원금도 남의 얘기”라고 설명했다. 

/ 표=이다인 디자이너
/ 표=이다인 디자이너

공단 재개 이후를 미리 대비하는 회사도 있었다. 컴베이스는 플라스틱 생활용품과 완구를 생산하는 업체이다. 이 회사는 공단 폐쇄 이후 여러 시행착오로 어려움을 겪다 최근 조금씩 안정을 찾고 있다. 개성공단 폐쇄 이듬해인 2017년 12월에 경기도 김포에 소규모 대체공장을 완공했다. 개성공단 재개를 대비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박남서 컴베이스 대표는 “대체 공장 직원은 30명으로 직원이 300명인 개성공단 공장에 비해 소규모다”며 “조만간 개성공단이 열린다는 가정 하에 만든 것인데 공단이 재개되면 거래선과 가동 요원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건 어느날 갑자기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폐쇄가 장기화되면서 공장이 재가동 돼도 시설 복구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김포공장에 소규모지만 똑같은 시설을 해놓은 이유 중의 하나는 공단 운영이 재개되면 빨리 들어가서 가동을 하기 위함이다. 최악의 경우 이곳의 시설을 뜯어서 개성공단에 옮겨 놓고 난 다음 서서히 복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개성공단 사업을 비롯한 남북교류협력 활성화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대북제재 비해당 물품을 대상으로 남북 간 물물교환 방식 교역 추진하고, 철도와․도로를 비롯한 비상업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남북경협 재개를 모색하겠다는 계획이다. 상황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지속적으로 대화 제의를 하고 있지만 북한에선 아직까지 응답이 없다. 코로나19의 추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등 대외적인 상황도 녹록지 않다. 

통일부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접촉은 완전히 중단됐지만, 민간 사업자들은 간접적으로 접촉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상황에서도 개별관광, 작은 교역은 남북간 물물교환 방식으로 우리 방식대로 하겠다는 방침”이라며 “개성공단 관련한 개별 방북은 언제든지 하겠다고 얘기해 놓은 상태다.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면 인도적 지원이나 철도, 도로 등 공공패키지 부분에 대해 북한과 대화가 이뤄지고 협의가 진행될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우리가 자체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것들과 북측과 협의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는 “개성공단이 다시 열리면 정치적인 리스크나 그간 겪었던 시행착오들에 대한 보완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미국 기업이 개성공단에 들어가 있으면 우리 같은 일이 벌어졌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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