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온’만으로 대항하기 힘들어져
타사 인수 또는 협력 불가피한 상황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변소인 기자] 최근 유통업계 뜨거운 감자인 신세계와 포털공룡 네이버가 손을 맞잡으면서 롯데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이질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지형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신세계와 네이버의 협업이 단순히 파트너십을 넘어 차별화된 시너지 발휘할 것으로 예상한다. 온라인으로 급변하는 유통업계에서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롯데는 일단 '롯데온'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이커머스 전쟁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지난 28일 신세계와 네이버가 협업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산업계 전체가 술렁였다. 유통과 IT를 대표하는 두 기업이 만들어 낼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네이버의 정보력과 기술, 인공지능(AI) 등이 유통 강자를 만나 어떤 파급력을 과시할지 쉽게 점치기 힘들기 때문이다. 

온라인·오프라인 연계 사업(O2O)의 확대는 물론, 구독경제, AI를 활용한 맞춤형 상품 추천 등이 더욱 고도화될 것으로 보인다. 양사가 갖고 있는 간편결제 시스템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라이브커머스 영역에서 선방하고 있는 네이버의 쇼핑라이브가 SSG닷컴과 만나면 라이브커머스 시장을 더 키울 수도 있다. 

양사 협력이 막강한 파급효과를 낼 것으로 점쳐지면서 롯데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4월 롯데 통합온라인몰인 ‘롯데온’을 선보였지만 후발주자 꼬리표를 여전히 떼지 못하고 있다. 2년간 3조원을 투자했지만 뚜렷한 성장은 없었다. 그러는 사이 쿠팡과SSG닷컴은 더욱 성장했다. 지난해 3분기 롯데온이 포함된 롯데쇼핑의 기타 사업 부문은 누적 영업적자는 2180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쇼핑 측은 롯데온이 지난해 오픈 이후 시스템 안정화에 힘썼다면 올해는 식료품 상품 경쟁력 기반으로 트래픽 및 충성 고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주력 성장 상품군을 식품으로 정했으며 마트 및 슈퍼 상품 외에도 최근 온라인에서 고객들의 수요가 급성장한 가정간편식(HMR), 밀키트, 초신선식품 등을 식품 계열사 및 외부 스타트업과의 적극적인 제휴를 통해 상품 경쟁력을 확보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온라인 채널에서 구매 선호가 증가하는 명품, 코로나19로 수요가 급증한 리빙 및 가구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도 지속할 예정이다.

또한 경쟁력 있는 판매자 확보를 위해 현재 등록된 판매자 수와 매출이 발생하는 액티브 판매자 수를 연내 2배 이상 늘린다. 동시에 매출이 적은 판매자 중 잠재적 가능성이 있는 판매자를 발굴해 주요 판매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인큐베이팅 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롯데온은 롯데쇼핑이 가진 오프라인 경쟁력을 활용해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변화하는 소비자 구매 패턴을 면밀히 분석해 경쟁력 있는 온‧오프 연계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롯데온을 자주 찾고 반복 구매하는 충성 고객을 전년대비 40%이상 끌어올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청사진을 실현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커머스는 사용자의 습관이 가장 중요하다. 사람들은 익숙한 앱을 사용하는 것을 선호한다”며 “후발주자인 롯데온이 사용자의 습관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차라리 롯데가 이미 자리를 잡은 다른 기업을 사는 방법이 더 빠를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의 이커머스 대안으로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거론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선점경쟁이 치열한 이커머스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선 다른 회사와 협력하거나 인수·합병(M&A)으로 벌어진 격차를 좁혀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이베이는 이베이코리아 매각을 결정했다. 이베이코리아는 옥션, G마켓, G9를 운영하고 있으며 15년 연속 흑자를 이어오고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2019년 매출액 1조954억원을 달성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1조 클럽에 가입하기도 했다.

롯데쇼핑 측은 이베이코리아 인수 검토 등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박주근 CEO스코어대표는 “롯데그룹이 수 조원을 들여서 롯데온에 투자하기보다는 이미 자리를 잡은 플랫폼인 이베이코리아를 사들이는 방법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며 “네이버와 신세계가 손을 잡은 상황에서 새 플랫폼을 키울 타이밍은 놓쳤고 협업을 하든지 기존 플랫폼을 사는 것이 옳은 결정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이어 “네이버와 신세계의 협엄은 단지 유통을 위한 만남이 아니었을 것이다. 강한 온라인 플랫폼의 힘을 빌리고 온라인에서는 줄 수 없는 ‘경험가치’를 오프라인에서 줄 수 있도록 전략을 세운 것”이라며 “신세계가 최근 SK와이번스를 인수한 것도 경험가치를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