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인사들, 6자회담 방식 제기
전문가들 “비핵화 조치 따른 동시적 제재 완화 관건”
한국 정부 적극적 역할 필요성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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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준영 기자] 최근 조 바이든 미국 정부 인사들이 한반도 비핵화 방식으로 6자회담을 거론하면서 그 가능성과 실효성이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자회담 방식으로 변화하더라도 ‘단계적·동시적’ 조치가 전제돼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진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VOA(미국의 소리)에 따르면 미국의 현직 정보당국자인 시드니 사일러 미국 국가정보위원회 북한담당관은 22일(현지시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6자회담을 통해 중국을 이해 관계자로 유지하고 한국, 일본과 긴밀히 조율할 수 있으며 때로 6자회담에서 유용한 작용을 하는 러시아를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6자회담과 같은 다자 방식이 북한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사일러 담당관은 이러한 방안이 북한과의 조율을 전진시키는 데 미국이 큰 신뢰를 얻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린다 토마스 그린필드 유엔(UN) 주재 미국 대사 지명자도 27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한국, 일본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와도 다시 협력해야 한다. 북핵 문제는 우리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트럼프 정부의 가장 큰 실패 중 하나는 혼자서 가려고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동맹은 밀려났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는 북한과 비핵화 협상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양자 중심으로 풀려고 한 반면 바이든 정부는 중국도 관여 시켜 다자 형식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9일 고유환 통일연구원 원장은 “바이든 정부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북미 양자 간 톱다운 방식의 한계를 인식하고 중국, 일본, 러시아를 포함시키는 다자 틀을 선호한다. 다만 다자 방식이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도 6자회담 등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에 관여하는 것에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중국은 과거 자신이 주도했던 6자회담에 대해 선호하며 지지하는 입장이다. 특히 북핵 문제와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은 당사자라는 입장”이라며 “중국은 이에 관해 어떻게든 참여하고 전략적 이해를 지키려 한다. 중국은 북한 문제로 미국 및 한국과 갈등이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관건은 6자회담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 여부다.

과거에도 한국과 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개 나라가 참여한 6자회담이 있었다. 6개국은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진행하면서 2005년 9.19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2009년 이후 6자회담은 중단됐다.

전문가들은 비핵화 회담 형식 보다는 본질적 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지가 북핵 문제 해결에 주효하다고 말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6자회담을 하더라도 북핵 등 전반적 상황이 과거 6자회담 때와 바뀌었다는 현실 변화를 인식하고 해야 한다”며 “과거 6자회담은 미국이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됐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한쪽을 고립시키는 방식은 더 이상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미국이 북한을 고립, 압박하려 한다면 북한은 6자회담에 응하지 않는다. 중국도 부정적이게 된다”며 “6자회담이 성공하려면 과거의 일방적 대북 고립, 압박에서 벗어나 북미 간에 ‘단계적인 주고 받는 형태’가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

정 위원은 “이제는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북한은 지난 당대회에서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와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 본질적 문제를 거론했다”며 “3월 한미연합훈련 중단에서 시작해서 궁극적으로는 제재 완화 등 동시적 이행이 비핵화의 관건이다”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도 일정 정도 단계별 해법을 고려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고유환 원장은 “바이든 정부는 선 비핵화를 주장하더라도 단계별 해법을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다. 북핵을 억제하면서 군비통제나 군축 방식으로 먼저 가져가면서 최종목표로 완전한 비핵화를 한다는 식으로 그림이 짜질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 6자회담 얘기가 다시 나오고 있다. 과거 6자 틀에서 북한이 원하는 평화체제도 포함돼 있었고 동결 조치를 통해 보상하는 것으로 잘 만들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북한은 6자회담 방식에 주저하겠지만 유엔 제재 해제 등 보장을 받고 싶어 할 것”이라며 “북한은 기존에도 회담을 통해서 전략적 이익을 강화시키는 방식을 보여 왔기에 북한이 무조건 참여를 거부하진 않을 것이다. 다만 6자회담 참석을 카드로 써서 최대한 이익을 확보하려 할 것”이라고 했다.

1년여의 임기를 남긴 문재인 정부는 정체된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진전에 전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고 원장은 “정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촉진을 위해 하노이 회담 노딜의 원인을 찾고, 비핵화와 그에 상응한 체제안전 보장 등 상응 조치를 연결한 이행 로드맵을 만들어 미국과 협의해서 북한을 설득해야한다”고 말했다.

정 위원은 “정부는 어렵더라도 단계적 동시적 조치에 대해 미국을 설득하면서 길을 뚫고 나가야 한다. 여기서 멈추면 과거로 돌아가게 된다”고 했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는 “바이든 정부에서 검토될 가능성이 있는 비핵화 방식에 대한 사전적 실효성 검증을 통해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제시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축과 조화될 수 있는 대안 제시가 필요할 것”이라며 “예컨대 북핵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다자가 참여했던 이란 핵협상 모델을 참고로 하되, ‘협상의 개념적 확장 및 도약’을 통해 한반도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협력적 북한 비핵화 모델’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 협상 의제를 핵 폐기와 경제제재 철회에 한정하지 않고 핵군축과 신뢰구축을 포함하는 ‘협상의 개념적 확장 및 도약’을 통해 우호적인 협상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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