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배당성향 자제 권고 "코로나19 대응 위한 조치"
올해 6월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
업계 “투자매력 떨어져 주가 하락에 영향”

은성수 금융위원장 / 사진=연합뉴스
은성수 금융위원장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용우 기자] 금융위원회가 국내 금융지주회사와 은행들에 올해 6월말까지 한시적으로 순이익의 20% 이내에서 배당을 하라고 권고했다. 금융위는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이 우려된다며 은행이 배당을 줄여 손실흡수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금융지주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이 예상되는 가운데 배당을 줄일 경우 주가가 주저앉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금융위 “배당성향 20% 미만 제한···6월말까지 한시 적용”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전날 정례회의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은행 및 은행지주 자본관리 권고안’을 의결했다. 금융위는 이번 의결을 통해 은행권에 배당성향(중간배당·자사주 매입 포함)을 20%이내로 결정할 것을 권고했다. 단 국내 금융지주에 속한 은행이 지주회사에 배당하는 것은 예외로 했다. 또 정부가 손실을 보전하는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도 권고 대상에서 제외했다. 

배당성향은 배당금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것을 말한다. 작년 초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국내 주요 금융지주의 배당성향은 25∼27% 수준에 달했다. 국내 금융지주는 매년 배당성향을 높이며 친주주 정책을 펼쳤고, 이를 저금리 상황에서 주가 상승의 원동력으로 삼았다. 특히 4대 금융지주의 순이익이 매년 높아져 주주배당을 통해 이익을 공유한 상황이다. 4대 금융지주가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되면서 배당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금융위는 은행권의 실적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 불확실성이 걷힐 때까지 배당을 소극적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금융위는 최근 실시한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재무 건전성 평가)를 근거로 내세웠다. 1997년 외환위기(경제성장률 -5.1%)보다 더 큰 강도의 위기 상황을 가정해 은행이 시나리오별 충격을 견딜 수 있는지를 평가한 것이다. 스트레스 테스트 대상 은행은 신한·KB·하나·우리·NH·BNK·DGB·JB 등 8개 금융지주사와 SC·씨티·산업·기업·수출입·수협 등 6개 은행이다. 

금융위의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 자료=금융위원회

평가 결과 U자형(장기 회복)과 L자형(장기 침체) 시나리오에서 모든 은행의 자본비율은 최소 의무 비율(보통주 자본비율 4.5%·기본자본비율 6%·총자본비율 8%)을 웃돌았다. 하지만 배당제한 규제비율은 U자형 시나리오에서 모든 은행이 상회했으나, L자형 시나리오에서는 상당수 은행이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 관계자는 “1997년 외환위기보다 더 큰 강도의 위기가 와도 모든 은행들이 대체로 손실흡수능력을 유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면서도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일부 은행의 자본여력은 충분하지 않을 수 있어 당분간 보수적인 자본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금융업계 “추가적인 주가 하락 우려”

금융지주들은 금융위가 한시적으로 배당성향을 낮출 것을 권고하면서 이에 따른 추가적 주가 하락이 우려된다고 봤다. 4대 금융지주의 최근 11거래일 주가를 보면 하나금융 주가는 14% 하락했고 KB금융은 12%, 우리금융은 9%, 신한지주는 6% 떨어졌다. 정치권에서 이자중단, 금리인하와 이익공유제 발언이 나오면서 주가가 10%가량 내려앉은 것이다. 여기에 더해 금융위의 배당성향 권고가 나오면서 추가적인 주가 하락이 예상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보면 1997년과 같은 위기가 와도 금융권의 잠재적인 취약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예년 수준의 배당도 못하게 된다면 투자 매력은 더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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