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이자 두고 정치권서 설왕설래
코로나19 상황에서 은행을 이익 업종으로만 여겨
표심 노린 발언 삼가야···금융시스템 망가뜨릴 수도

[시사저널e=이용우 기자] ‘은행 이자를 중단할 필요가 있다.’

은행 업계가 힘든 2021년을 보내게 됐다. 작년 코로나19 시국에서도 연체율 방어, 수익성 보전에 그나마 성공했는데 근거가 빈약한 위와 같은 발언으로 올해 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은행권에는 ‘정치금융’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치권에선 이익공유제를 두고 공방이 벌어진 상황인데 은행과 관련해서 특히 논란이 일어나는 분위기다. 은행업계는 이 논란과 관련해 여당과 함께 진보 측 정치인들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 바짝 긴장한 상태다. 

문제는 은행에 대한 정치적 지적에 근거가 빈약하다는 것이다. 가장 심각했던 것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인 홍익표 의원의 발언이다. 홍 의원은 지난 19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현재 코로나 상황에서 이익을 보는 가장 큰 업종이라고 하면 금융업”이라며 “금리를 낮추거나 은행 이자 (납부를) 중단시키거나 개인 신용등급을 하락시켜 이자 부담을 더 높이거나 가압류·근저당 등의 방식에 대해선 올해 멈추는 사회운동이 필요하고 한시적으로 특별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리를 낮추거나 이자를 중단시켜야 한다’의 근거부터가 현실과 맞지 않다. 은행은 코로나 상황에서 이익을 본 가장 큰 업종으로 보기 힘들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3분기 말 당기순이익은 3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 감소했다. 특히 3분기 누적 기준으로 보면 순이익 감소율은 15.1%로 커진다. 또 3분기 기준 시중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나 줄었다. 홍 의원의 말만 들으면 은행의 이익이 마치 전년 대비 크게 증가한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 

또 금리를 낮추거나 개인 신용등급을 하락시키는 원인은 은행에 있지 않다. 대출금리는 크게 볼 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에 따라 움직인다. 개인 신용등급 하락은 사회 전반에 커지는 경기 침체와  관련이 더 깊다. 이를 반영해 은행들이 개인 신용도를 확인하고 금리 정책을 펼치는 것이다.  

개인들의 신용 하락, 소상공인·중소기업의 경영난을 걱정한다고 은행이 그 모든 걸 다 떠안게 된다면 결국 은행의 리스크만 키우는 꼴이 된다. 사상 최대의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주체가 은행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은행의 부실 관리 실패는 쉽게 볼 사안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은행의 예대마진과 금리는 제도와 규정에 따라 객관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코로나19에서 예외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쉽게 할 게 아니다. 

홍 위원의 발언으로 논란이 커지자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이자까지 정치권이 관여하는 것은 몹시 신중해야 한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 대표 또한 지난해 말 금융업계와 만나 예대금리 인하를 언급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자 중단’, ‘금리 인하’ 발언들은 얼핏 듣기엔 그럴듯한 주장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기본적인 금융 상식 없이 은행의 자율경영에 직접 간섭하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태도는 무엇보다 표심에 의해 움직인다. 4월 서울·부산시장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서민들의 민심을 자극할 무언가를 꺼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서민과 직접 연결 돼 있는 은행의 이자를 언급한 것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결국 전체에 해를 끼치는 식이 될 우려가 있다. 금융시스템은 한번 망가지면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특히 은행은 대마불사가 아니다. 주인 없는 회사다보니 정치권에 쉽게 흔들린다. 은행 업무는 이자를 받고 대출을 관리하는 데서 시작한다. 현 정치권은 그것을 마치 이자놀음으로 여기는 것 같다. 하지만 정치권의 생각처럼 그 이자놀음마저 어려운 것이 현 은행 상황이다. 

서민들을 위해 금융 정책을 바꾸고 싶다면 제한적 권력을 통해 세심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렇게 움직여야 전 국민의 자산과 연동되는 금융권의 혼란을 야기하지 않을 수 있다. ‘이자 중단’ 같은 발언은 너무 앞섰거나 그로 인해 수반되는 혼란을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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