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재생에너지 사업예산 전년대비 6배 이상 투입···태양광 발전 분야 사업 주목
올해 연말까지 태양광 발전소 5개 추가 예정···유연한 박막 태양광 모듈 개발 성과, R&D 사업서도 성과

​한수원이 전남 고흥군 해창만 염해농지 일대에서 조성을 계획하고 있는 300MW급 태양광 발전소 조감도 / 사진=한수원​
​한수원이 전남 고흥군 해창만 염해농지 일대에서 조성을 계획하고 있는 300MW급 태양광 발전소 조감도 / 사진=한수원​

 

[시사저널e=이승욱 기자] 발전공기업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태양광 발전 사업이 활기를 띄고 있다. 현 정부 들어 ‘탈원전 정책’으로 주요 사업이 위축 받은 상황에서 신·재생에너지 분야 투자의 물꼬를 튼 덕분이다.

한수원은 지난해 전년 대비 6배 이상 많은 약 2200억원 이상 신재생에너지 사업 예산을 투입한 가운데, 올해 연말까지 7개 태양광 발전소 조성 사업이 추가로 건설된다. 올해 들어 태양광 발전 모듈의 국산화 등 R&D(연구개발) 분야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26일 한수원과 공공기관 공시시스템 알리오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수원은 신재생에너지사업 분야에 총 사업비 2279억9000만원(예산 기준)을 투입했다. 한수원의 지난 2019년 신재생에너지사업 분야 사업비가 360억1000만원(결산 기준)인 점을 감안하면 6.3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한수원은 지난해 현대자동차 공장 내 태양광 발전소 조성 사업과 고덕연료전지 출자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재생에너지사업 투자를 직접 수행 또는 지분투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재생에너지 3020 정책’에 부응하는 한편, RPS(Renewable Portfolio Standard·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 의무공급량을 준수하기 위해서다. 

정부 출범 전부터 ‘노후 원전 가동 중단’ 등 탈원전 정책을 추진한 문재인정부가 지난 2017년 12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확정한 뒤, 한수원은 이듬해 6월 기관 차원의 재생에너지 3020 추진계획을 수립해 신재생에너지 관련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RPS는 지난 2012년 1월 신재생에너지 확보에 따른 정부의 재정부담 완화를 위해 시행하고 있는데, 미국과 영국 등 전 세계 16개국이 시행하고 있다. 한수원은 공급 의무자로서 RPS 의무 목표를 준수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 2019년 기준 의무공급량 비율은 6% 수준이다. 한수원은 올해 8%로 의무공급량 비율을 상향 조정하고, 2023년 10%로 비율을 확대할 계획이다.  RPS 의무공급량 비중 확대에 따른 신·재생에너지원을 활용한 생산 전력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 표=이다인 디자이너
/ 표=이다인 디자이너

이에 따라 한수원은 신재생에너지 사업 중에서 태양광 발전사업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지난 2018년 한수원이 기존 운영, 관리하던 삼랑진양수발전소 유휴부지에 태양광 발전소 건설을 하는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연말까지 양수발전소와 고리, 한빛본부 등 한수원 보유 부지에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을 위한 투자를 집중했다.  

한수원은 또 올해 2월 청송양수 태양광을 시작으로 5월 한빛본부 유휴부지 내 태양광 발전소 등이 준공을 목표로 관련 투자를 이어갈 예정이다. 

실례로 한수원은 지난 2019년 울산 현대자동차 출고차 대기 주차장에 1차로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는데, 올해 2차 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현대차 태양광 발전소는 전기 생산량이 3500만 kW/h급으로 연간 1만여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한수원은 지난해 11월 소규모 태양광 가상발전사업 출자를 이사회 차원에서 의결하기도 했다. 

한수원이 이사회에 제출한 소규모 태양광 가상발전사업 출자안에 따르면 경기와 강원, 경남, 제주 등 전국 소규모 태양광 17개소를 설치하고 가상발전소 실증사업을 위해 민간기업과 함께 SPC(특수목적법인)를 설립해 발전소를 건설, 운영한다. 

가상발전소는 다양하게 분산돼 있는 소규모 에너지 발전원을 모아서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정하고 제어하는 가상 형태의 발전소를 말한다. 투자비는 정확히 알려지 않았지만, 수백억원으로 한수원이 우선주로서 수익률을 보장받는다. 

한수원은 전남 고흥군 해창만 염해농지 일대에서 300MW급 태양광 발전소 설치를 위해 현대에너지솔루션㈜ 등 민간기업들과 공동개발 양해각서(MOU) 체결식을 지난해 12월 말 열었다.  

총 사업비 3770억원에 달하는 해창만 염해농지 태양광 발전소는 올해 11월 착공한 후 2023년 10월 준공을 목표로 한다. 한수원에 따르면 20년 동안 태양광발전소로 운영한 후 고흥군 348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연간 37만MWh 전기를 생산한다. 

염해농지는 간척지 가운데 염도가 높아서 발전소 부지로 일시 활용가능하고 농가는 부지 임대료를 지급 받아 지역민 소득 보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한수원은 내다봤다. 

태양광 발전 관련 R&D 분야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한수원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솔란드가 공동으로 국내 최초 박막 태양광 모듈의 국산화에 성공해 최근 한국산업규격(KS) 인증을 받았다. 

한수원 등이 개발한 태양광 모듈은 국내 최초로 가벼우면서도 우연한 플렉스블(flexible) 형태의 CIGS 박막 태양광 모듈이다. CIGS는 구리와 인듐, 칼륨, 셀레늄 등으로 구성된 화합물 반도체 태양전지다. 

CIGS 박막 태양광 모듈은 그동안 태양광 발전소에서 주되게 쓰인 결정질 실리콘 태양광 모듈을 대체할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직 실리콘 태양광 모듈에 비해 15% 정도 발전효율은 낮지만 가볍고 유연한 특성을 살려 다양한 모양의 지붕 등 구조물에 적용이 가능한다. 

한수원과 CIGS 박막 태양광 모듈 개발에 성공한 에너지기술연구원 윤재호 단장은 “CIGS 박막 태양광 모듈은 시설물에 적용 시 탈부착이 용이하다는 단점이 특수용도의 태양광 발전소 사업에 활용할 수 있다”면서 “태양광 발전 실증을 마치면 국가적인 태양광 발전소 보급 정책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수원은 정부의 제로에너지건축물 의무화와 그린뉴딜 정책의 성공을 위해 다양한 건물에 적용 가능한 태양광 발전 사업(BIPV)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유연성 있는 태양광 기술은 그동안 일본과 유럽 등 태양광 모듈 선진국에서만 상용화가 이뤄졌다”면서 “CIGS 태양광 모듈 국산화로 새로운 태양광 시장 개척과 신재생에너지 확대에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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