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코로나로 물류·그린뉴딜 활성화 등 변화 고려한 대책 필요”
코로나로 민간 채용 여력 감소···커리어 연결되는 공공일자리 확대 필요성
국민취업지원제도 과도한 요건 완화 등 안전망 강화 제기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성동구청 내 성동구 희망일자리센터에서 관계자들이 관내 기업들의 구인 정보들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성동구청 내 성동구 희망일자리센터에서 관계자들이 관내 기업들의 구인 정보들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준영 기자] 청년들의 취업난이 코로나19로 더욱 악화됐다. 기업의 채용 여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이들이 고난의 시기를 버틸 수 있는 사회안전망도 취약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특수성과 변화를 반영한 적극적 고용 대책과 안전망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020년 연간 15∼29세 청년층 취업자 수는 376만3000명으로 전년보다 18만3000명 줄었다. 청년층 실업률은 9.0%로 전년보다 0.1%포인트 악화됐다. 청년층 고용률은 42.2%로 전년대비 1.3%포인트 낮아졌다.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지난해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쉬었음’이라고 답한 청년층은 44만8000명으로 전년보다 8만8000명(24.4%) 늘었다. 이는 모든 연령층 가운데 가장 높다.

어렵게 취업을 하더라도 불안정한 일자리에 취업을 하는 청년들이 늘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12월 28일 발표한 고용동향 브리프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대졸 청년들의 첫 일자리는 상용직 비중이 줄고 임시·일용직이 늘었다. 29세 이하 대졸자 가운데 첫 일자리가 상용직인 사람은 106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6만7000명(5.9%) 감소했다. 반면 첫 일자리가 임시·일용직인 사람은 35만8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5000명(1.5%) 증가했다. 최근 3년 동안 상용직에 취업한 대졸자 규모는 가장 낮은 반면 임시 및 일용직 취업자는 가장 많았다. 상용직은 고용계약 기간이 1년 및 1년 초과인 일자리다. 임시·일용직은 1년 미만의 일자리다.  

이에 정부는 다음 달 청년 고용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5일 확대간부회의에서 “고용 충격이 집중된 청년 계층에 대해 졸업 시즌이 끝나기 전인 다음 달 초·중순까지 청년 고용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경제중대본에 상정할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 검토해 협의 속도를 높여달라”고 말했다.

문제는 실효성 있는 청년 일자리 대책이 나오는 지 여부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위기 상황인 만큼 기존의 대책을 넘어서야 한다고 밝혔다.

26일 정보영 청년유니온 정책팀장은 “코로나로 기업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고용을 늘린데 대해 지원을 확대한다고 해서 기업이 고용을 늘리진 않는다고 본다”며 “코로나로 인해 산업 지형이 바뀌는 점을 반영해 고용 정책을 세워야 한다. 코로나로 물류업은 활성화됐고 전 세계적으로 그린뉴딜도 확대되고 있다. 고용 대책이 이러한 변화를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취업난 시기를 청년들이 헛되이 보내지 않도록 산업 지형 변화를 고려한 직업 훈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정부의 청년일자리 창출 지원 사업의 경우 실효성이 보완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는 올해 청년일자리 창출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청년디지털 일자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IT직무 등에 15∼34세 청년을 채용한 중소·중견기업에 인건비 월 최대 180만원을 6개월 간 지원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지원 사업 종료 후 청년추가고용장려금 또는 청년내일채움공제와 같은 다른 정규직 지원정책으로 연계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빅데이터 활용 인력의 경우 일반 산업에서는 경력직 선호 비중이 뚜렷한 점, 이러한 직종의 인력 양성에 상대적으로 오랜 기간이 요구되는 것에 비해 이 사업의 인건비 지원 기간이 6개월로 제한되는 점, 비정규적 신분으로 3개월 이상 근로계약만 체결하면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의 한계가 국회 예산 심사에서 지적됐다. 이에 사업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은 단순·반복적이거나 비전문적일 수 있는 직무에 주로 채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청년디지털일자리사업이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사업으로 이어지기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지급 대상은 정규직을 요건으로 하면서 인건비는 청년디지털일자리사업의 월 180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75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인해 민간의 채용 여력이 감소하는 상황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정부가 코로나19 기간에 한시적으로 공공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경총이 발표한 전국 30인 이상 기업 212개사를 대상으로 한 ‘2021년 기업 경영전망 조사’에 따르면 채용 계획에 대해 응답 기업의 65.4%가 2020년보다 축소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올해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기업은 28.5%였다. 올해보다 확대하겠다는 기업은 6.2% 뿐이었다.

남재욱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은 “지금은 민간의 채용여력이 떨어진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기에 정부가 최종 고용주로서 책임을 지는 것이 필요하다”며 “한시적으로 공공일자리와 공공기관의 일경험 지원 일자리를 늘리되 이것이 향후 커리어에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코로나19에 따른 취업난 시기를 버틸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이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번 달 본격 시행된 국민취업지원제도는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 구직자, 경력 단절 여성, 미취업 청년, 폐업한 영세 자영업자, 특수고용직 종사자 등에게 1인당 월 50만원씩 6개월 동안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고 취업 지원 서비스를 하는 한국형 실업부조 제도다.

그러나 국민취업지원제도 사업의 구직촉진수당 지급 대상 조건이 과도하게 높아 대상이 줄어든다는 지적이다. 국민취업지원제도 상 구직촉진수당 지급 대상은 ‘구직자 취업촉진 및 생활안정지원에 관한 법률(구직자취업촉진법)’에서 명시한 중위소득 60%, 재산 합계액 6억원보다 문턱이 높다. 정부가 국민취업지원제도에서 설정한 구직촉진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는 소득요건은 가구단위 총소득이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 가구원 재산 합계액 3억원 이하다. 또 최근 2년 이내 100일 또는 800시간 이상의 취업경험이 있어야 한다.

다만 2년 내에 일을 한 경험이 없는 경우 소득·재산 기준을 충족하면 선발형(15만명 대상)으로 예산 범위 내에서 선발해 지원한다. 선발형에서 청년은 취업의 어려움을 고려해 소득 기준을 완화했다. 그러나 취업경험이 없는 청년들의 취업요건 예외기준도 예산 범위로 한정해 대상이 제한됐다.

이에 참여연대는 실효성 있는 구직촉진수당제도를 운영하기 위해 자격요건의 상한선을 기준 중위소득 60% 이상으로 개정하고 지급기간도 코로나19로 취업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최소 1년으로 확대하고 심사 등을 통해 6개월 이상 연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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