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표 민주당 정책위 의장 ‘은행 이자 멈춤’ 언급 논란
“이익공유제 첫 대상 은행되나” 업계 우려 키워
은행권 “작년 순익 감소했는데 이익 본 것으로 오해한 것”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창구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용우 기자] 은행권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작년 코로나19 확산을 버텨온 은행들이 올해 코로나 시국보다 더 힘든 한 해를 보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만 아니라 정치권까지 은행 경영에 관여하려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업계의 고질적 병폐였던 관치금융을 넘어 정치가 금융에 직접 개입하는 이른바 ‘정치금융’이 업계를 흔들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신용대출 또 멈출 경우 상반기 이자이익 감소 커질 수도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에서 가장 예민하게 보는 사안은 금융당국이 예고한 고액 신용대출에 대한 원금 분할 상환과 신용대출 추가 규제다. 두 사안 모두 은행의 주 수익원이 되는 이자이익에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에 당국의 조치에 따라 올해 상반기 순익부터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대출 원리금을 함께 갚게 하는 고액 신용대출 원금 분할 상환 의무화 방침을 내놓은 바 있다. 구체적인 사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금융권에선 먼저 1억원 이상의 고액 신용대출에 대해서 원금 분할 상환이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는 금액과 상관없이 대출자의 소득을 넘어서는 대출 부분에 대해서만 원금 분할 상환이 적용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이외에 1회 이상 만기 연장된 신용대출에 대해서만 원금을 함께 갚아나가는 방식도 거론된다. 

업계는 금융당국의 이런 조치가 확대되는 것을 우려한다. 지난해 12월 시중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규제 기조에 따라 한시적으로 신용대출을 중단했다. 그 결과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작년 12월 말 신용대출 누적 총액은 전달보다 443억원 줄었다. 기존에는 대출한도 축소, 이자감면 중단 등으로 신용대출 증가세를 막아보려 했지만 빚투(대출로 투자) 수요 등으로 대출 총량이 늘자 금융당국의 조치에 따라 은행들이 신용대출 문을 일시 닫아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지만 계속 대출 수요가 몰릴 경우 원리금 분할 상환 규제도 소액 대출로 확대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은행의 이자이익은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 경영과 관련해 나온 정치 및 당국의 발언 및 정책 / 이미지=시사저널e

◇은행권 순익 큰 감소했는데 정치권은 “이익 크게 본 업종”

은행업계는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이익공유제의 첫 대상으로 금융권이 거론되는 것에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은행의 이자까지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정치권에서 나와 결국 정치금융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금융권의 이익공유제는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의장이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은행의 이익에 대해 언급하면서 우려를 낳는 모양새다. 홍 의장은 지난 19일 라디오 방송에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이익을 보는 가장 큰 업종은 금융업으로 임대료만 줄이고 멈추자가 아니라 은행권의 이자도 멈추거나 제한을 해야 된다”며 “필요하면 한시적 특별법을 통해서라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 때문에 이익공유제도 은행을 첫 대상으로 본격 논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업계에선 작년 은행의 수익성이 코로나19 영향만 아니라 각종 대출 규제 등으로 나빠진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연체율 상승 우려에다 순이자마진이 최저점을 기록하는 중에 정치권 발언대로 이자까지 줄일 경우 오히려 금융 위기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누적 3분기 기준으로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3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 감소했다. 시중은행의 순이익은 같은 기간 21% 줄었고 지방은행은 10.8% 감소했다. 인터넷은행만 같은 기간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전체 은행의 평균 순이익 감소율이 줄어든 상황이다. 특히 작년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충당금 적립 전 은행들의 영업이익은 3.9% 감소해 코로나19에 따른 대규모 충당금 적립을 제외하더라도 은행의 이익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이익을 보는 가장 큰 업종이라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라며 “특히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 규모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연체 상승까지 생각한다면 지금의 정치권의 발언은 과도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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