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 시장선 30조원 평가···카카오플랫폼 성장성 기대↑
규제 산업 한계 있어···“수십조원 가치 쉽지 않아” 주장도

신축년 코스피 3000시대가 활짝 열렸다. 지난해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빅히트 등으로부터 시작된 IPO 시장의 뜨거운 열기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예상 시가총액이 수십조 단위인 기업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라 투자자들의 기대가 한층 크다. <시사저널이코노미>는 연내 증시에 입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10여개 알짜 기업(LG에너지솔루션,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지,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윈스토어, 야놀자, 한화종합화학)의 현황과 전망, 핵심 이슈 등을 차례로 살펴본다. [편집자주]

 

카카오뱅크가 올해 IPO 시장에서 큰 기대를 받고 있다. / 표=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새해 첫 달부터 기업공개(IPO) 시장이 뜨거운 열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 IPO 최대어로 평가받는 카카오뱅크의 몸값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카카오뱅크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언급되는 기업가치가 제각각인 까닭이다. 업계 안팎에선 최소 10조원에서부터 최대 30조원대까지 카카오뱅크의 몸값이 천양지차로 매겨지고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뱅크의 성장성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면서 몸값 논쟁도 점화되고 있다. 카카오 플랫폼을 앞세워 금융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30조원의 기업가치도 박하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규제 산업이라는 울타리 안에선 혁신에 한계가 있다며 시중은행을 뛰어넘는 밸류에이션은 지나친 고평가라는 주장도 존재한다. 

◇ ‘기대감 높다’···최대 30조원 평가도 가능?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장외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비상장 주식거래 플랫폼인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카카오뱅크는 이날 1주당 6만8000원의 기준가로 거래되고 있다. 시가총액으로 환산하면 27조72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말 유상증자 전에는 시가총액이 최대 35조원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는 국내 금융업계 시총 1위인 KB금융의 18조원을 크게 뛰어넘는다. 

앞서 상장 주관사 경쟁에 뛰어들었던 증권사들 역시 굴지의 시중은행 시총 보다 높은 19조~20조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상장 주관 계약을 따내기 위해 최대한 높게 잡은 밸류에이션일지라 하더라도 그만큼 시중 은행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도출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보인 것이다. 

이 같은 평가는 카카오뱅크가 그동안 보여준 성장 속도와 잠재력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2017년 출범한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플랫폼을 앞세워 ‘탈(脫) 공인인증서’, ‘무방문·무서류 대출’, ‘모임 통장’, ‘26주 적금’ 등 파격적인 디지털 서비스로 고객들을 끌어 모았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월간순이용자수(MAU)는 1247만4000여명으로 전체 은행 중에서 1위에 해당한다. 카카오뱅크 가입자 수도 1300만명 수준이다.

실적과 관련된 지표들도 고공행진이다.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15조7502억원인데, 이달 14일 기준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이 135조5286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드러진 모습이다. 이를 바탕으로 카카오뱅크는 출범 2년 만인 2019년 첫 흑자를 전환한 후 지난해 3분기 누적 85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458% 급증한 수치다. 

자료=카카오뱅크. /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자료=카카오뱅크. /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향후 추가적인 성장 기대감도 카카오뱅크의 몸값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그동안 약점으로 지목됐던 비이자 부문이 주식계좌개설 신청, 신용카드 모집 대행 및 체크카드 이용 실적 확대 등으로 지난해 3분기 첫 흑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10대들을 겨냥한 ‘카카오뱅크 미니’는 지난해 10월 출시 이후 한 달 만에 50만명의 고객을 모으며 미래 잠재 고객에도 카카오뱅크가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바 있다.   

◇ ‘기대감 과도’···거품 우려도 나와

반대로 카카오뱅크의 밸류에이션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기대와 달리 금융이 규제 산업이고 인터넷 은행이라는 본질적 특성 탓에 되레 지속적인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금융당국은 대출이 급속도로 늘자 올해 1분기 안에 새로운 대출 규제안을 마련하기로 예고한 상태다. 카카오뱅크 역시 이 같은 분위기에 지난해 말 직장인 고신용자 대상의 신규 ‘마이너스통장 신용대출’을 잠시 중단하기도 했다. 여기에 카카오뱅크는 대출 산업의 큰 축인 기업대출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데, 대면이 필수적인 기업 대출에 인터넷 은행이 지닌 한계가 뚜렷한 까닭이다. 

이에 기업가치가 국내 시중은행을 넘어서기엔 무리라는 평가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확장성의 측면에서 금융이라는 영영이 지닌 보수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국내 금융업의 경우 내수산업 위주로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인 데다 국내 시중은행은 막대한 자본력 무기로, 다른 핀테크 기업은 혁신을 통해 시장 경쟁에 나서고 있다”며 “카카오뱅크의 밸류에이션도 이에 준해서 평가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카카오뱅크의 거품을 우려하는 이들은 지난해 말 진행됐던 유상증자를 기준으로 제시한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말 1조원대 유상증자를 실시했을 때 1주당 발행가는 2만3500원이었다. 이를 시가총액으로 환산하면 약 9조3200억원 수준이다. 할인율을 감안하더라도 10조원대 수준으로 결국 성장 프리미엄을 어느 정도 평가 받느냐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