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관객 지향 서비스·콘텐츠 확대해야

[시사저널e=윤시지 기자] 올해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2021)가 온라인으로 진행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조금 반겼다. 1년 전 처음 방문한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전시장은 물리적인 한계 때문에 아쉬움이 컸다. 대규모 행사라 주요 대기업 전시장을 돌다가 스타트업 중심의 전시 구역으로 가려면 멀리 이동해야 했고 참가 업체들도 많아 모든 전시 부스를 깊이 들여다보는 것도 불가능했다. 한정된 전시관만 돌다가 폐장 시간만 되면 쫓기듯 나와야 했다. 한 번 놓친 토론 세션이나 강연 행사는 다시 보기 어려웠다.

그래서 올해 비대면 CES에 대한 기대감이 생겼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신기술과 제품을 살피고 알아볼 수 있는 기회로 여겼다. 지난 11~14일(현지시각) 열린 CES 2021은 코로나19 영향으로 55년만에 처음으로 모든 행사는 온라인 비대면이었다. CES는 매년 혁신 기술의 장으로 꼽힌다. 기업들의 한 해 장사를 결정짓는 신제품은 물론, '쇼'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차세대 미래 기술까지 다양한 볼 거리를 공개하는 자리다.

막상 개막한 CES는 아쉬움을 남겼다. 기업들이 준비한 '볼 거리'는 주로 영상 콘텐츠로 한정됐다. 삼성‧LG전자부터 전세계 완성차 업체까지 주요 대기업들이 준비한 화려한 영상 콘텐츠는 눈길을 끌었지만 깊이 있게 들여다보긴 어려웠다. 미디어 컨퍼런스부터 토론 세션 등 대부분 행사가 영상으로 진행됐는데, 막상 이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시스템 자체 편의성이 떨어졌다. 채팅을 통해 진행되는 미팅은 주로 영업 중심이었고 접근할 수 있는 정보도 한정적이었다. 일부 해외업체의 경우 영상 속 제품과 기술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기 위해선 업체가 올린 제품 설명서를 찾아보는 게 최선이었다. 다양한 온라인 전시 부스를 시간 제한 없이 돌아볼 수 있는 점은 좋았지만 정작 전시 제품이나 기술에 대해 질문하거나 알아볼 기회는 부족했다. 

아쉬운 건 참가 업체들도 마찬가지였다. CES 참가 기업은 지난해 절반 수준인 2000개 규모로 줄었다. 그나마 유튜브 채널을 통해 대대적인 홍보 기회를 갖는 대기업과 달리 중견기업들은 홍보 기회를 잡기 어려워 애를 먹었다. 이들 업체는 주로 미리 제작된 짧은 동영상과 기술 문서를 온라인 부스에 올려놓고 홍보했는데 예년만큼 영업 접점을 넓히기는 어려워보였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이 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고 직접 체험하는 것이 더 정확한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는 소리다. 취재할 때도 통용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온라인 CES에선 ‘일견'은커녕 '백문'도 어려웠다. 영상 콘텐츠는 현장의 실감을 담아내기 아쉬웠다. 몸짓을 써가면서라도 사람들과 만나 질문할 수 있던 1년 전 CES가 그리워졌다.

첫 술부터 배부르긴 어렵다. 온라인 CES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를 비대면으로 진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코로나19가 촉발한 비대면 서비스는 중장기적인 미래 생활 기조다. 온라인 CES가 이번 시작을 통해 참관객 지향적인 콘텐츠와 서비스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비대면 접점을 만들어가길 바란다. 실감을 더하는 콘텐츠 다변화와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비대면 행사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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