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 기대감에 지난해 전국 아파트 증여 9만1866건…통계작성 이래 최대
정부는 종부세 회피매물 기대 vs 시장은 공시가 발표 이전까지 증여 더 늘어날 것 예상
정부, 증여 막기위한 추가 규제 검토도

다주택자 매물 출현에 대한 정부와 시장 전문가의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여전히 종부세 납부기준인 6월 이전에 회피매물이 나오며 집값이 안정화될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지금과 같은 집값 오름세에 양도세 완화 등 추가 대책이 없다면 증여가 더욱 가파르게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 사진=연합뉴스
다주택자 매물 출현에 대한 정부와 시장 전문가의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여전히 종부세 납부기준인 6월 이전에 회피매물이 나오며 집값이 안정화될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지금과 같은 집값 오름세에 양도세 완화 등 추가 대책이 없다면 증여가 더욱 가파르게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수도권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신고가 기록이 터져 나오면서 5월 종합부동산세 회피매물 출현도 당초 정부의 목표보다는 많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클수록 매도보다는 증여를 택하는 다주택자들의 습성 때문이다. 실제 증여가 트렌드로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 다주택자를 겨냥한 정부의 잇따른 고강도 규제에 지난해 아파트 증여량은 통계작성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2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셋째 주(18일 기준)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0.29% 올라 지난주(0.25%)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의 아파트값이 0.31% 올라 부동산원 통계 작성 이후 8년 8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집값 오름세가 하반기부터 쉴 틈 없이 이어지자 증여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아파트 증여는 9만186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6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다주택자들이 세금이 무거워도 매물을 던지기보단 배우자나 자식 등에게 넘겨주기를 택하는 것이다. 특히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2만3675건으로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자 역대 최다치를 경신했으며, 그중에서도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강남4구의 증여가 많아 똘똘한 한 채일수록 안고 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정부는 줄곧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로 종부세 과세 기준인 6월 1일 이전인 4~5월께 종부세 회피 매물이 시장에 출현할 것이란 기대감을 내비쳤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지난 15일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도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강화 시행 시기를 올해 6월 1일로 설정해 그 이전까지 중과 부담을 피해 주택을 매각하도록 유도한 바 있다”며 “시행일이 앞으로 4개월 남은 만큼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를 기대하면서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되레 지금부터 약 4월까지 증여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여 취득세는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산정되는데 올해 공시가격이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추진으로 많이 오를 예정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공시가 발표는 4월 말이고, 결정·공시 이후에는 한 달간 이의신청 접수를 받은 뒤 재조사 및 검토과정을 거쳐 6월 말 최종 조정·공시된다.

이쯤되자 여당 일각에선 증여세 할증을 제안하고 나섰다. 윤후덕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이 부동산 시장 안정화 추가 대책 차원에서 긴급 제안을 했고, 기획재정부가 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위원장이 내놓은 대책은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에 증여세 할증 과세를 추가로 도입해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윤 위원장실 측 관계자는 “정책 기대 효과를 반감하고 편법적인 부의 대물림으로 박탈감을 안기며 자산 양극화를 부추기는 증여 행태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또다른 규제로 다주택자를 옥죄기에 앞서 매물을 풀 수 있도록 양도세 완화 등 부동산 규제를 일시적으로 완화해야 된다고 지적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한 상황에서 종부세와 양도세를 모두 올리면 증여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양도세 완화 등 규제를 일시적으로 풀어 기존 주택이 매물로 나올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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