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삼성, 분리해서 바라봐야”···폭락한 삼성전자 주가 회복 기미도
재계는 단기적 주가·실적 아닌 수년 뒤 삼성의 경쟁력과 한국 경제 우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재계의 우려가 깊어지는 분위기다. 반면 투자자들 사이에선 예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총수부재가 삼성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대중들 사이에서도 유사한 반응들이 나오는 양상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2.35%(2000원) 상승한 8만7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18일에는 이 부회장의 구속 소식이 전해지면서 3.14%(3000원) 하락한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 부회장의 구속이 단기적으로는 부정적 영향을 끼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본다. 오히려 상승세를 점친다.

업계에서는 증권가의 이 같은 관측을 놓고 삼성전자 자체가 갖는 경쟁력이 견고함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이재용과 삼성은 분리해서 바라봐야 한다”는 평가가 많은 공감을 얻는 모습이다. 과거와는 다른 분위기다. 2014년 5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삼성전자의 주가는 상당기간 침체된 바 있다. 오너 리더십 부재에 따른 시장의 평가가 지금과는 사뭇 달랐던 것이다.

대중의 평가에서도 온도차가 느껴진다. 과거 삼성의 총수 공백은 한국경제의 위기로 평가되던 때가 있었다. 총수 한 사람의 영향력이 특정 그룹과 더 나아가 국가 경제에 심각한 우환으로 여기던 여론의 기조가 상당히 희석된 모습이다. 재판부의 판결이 외부의 우려요인에서 자유로워지고, 개인의 범법행위 여부를 가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재판 리스크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 지적했다. 그는 “특검이 이 부회장을 처음으로 소환조사한 것이 2017년 1월 12일이고, 나흘 뒤인 16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면서 “이 때부터 지지부진한 사법 리스크가 삼성과 이 부회장에 드리웠으며,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은 두 차례나 구속 수감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개인에게 상당히 고통스러웠을 이 기간 동안 삼성은 성장을 거듭했다”면서 “이 부회장 첫 번째 수감 중에도 역대 최고실적을 달성하고 사법 리스크가 지속되는 동안 삼성전자 주가도 상승세를 이어오다 보니, 자연히 투자자와 대중들 사이에도 이 부회장의 부재가 삼성의 침체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었던 것”이라 분석했다.

주식시장과 여론의 반응에도 재계는 여전히 우려를 표한다. 이 부회장 판결 직후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불확실성이 팽배한 시국에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의 경영공백이 중대한 사업결정과 투자가 지연됨에 따라 경제·산업 전반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논평을 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위기 속에서도 이 부회장이 과감한 투자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한국경제 지탱에 일조했는데 참으로 안타깝다”고 소회했다.

재계의 이 같은 우려는 주가와 실적에 당장 반영되지 않는 장기적 관점에서의 영향 분석 결과다. 삼성이 오너 중심의 경영체제라는 점도 한 몫 한다. 국내 재계에서 대주주 오너일가가 경영일선에 나서지 않고 전문경영인(CEO)을 내세운 경우는 손에 꼽는다. 미래를 위한 막대한 투자를 임기가 제한적인 CEO가 좌지우지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CEO를 내세운 그룹에서도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핵심 투자는 대주주와 논의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삼성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음에도 재계가 한 목소리로 우려를 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당장의 실적·주가가 후퇴하지 않더라도 경영공백으로 제 때 이뤄져야 할 투자 등이 늦어질 경우 5년, 10년 뒤 삼성의 경쟁력이 뒷걸음질 칠 수 있다는 불안감인 셈이다. 삼성이 국내 경제에 차지하는 영향력이 지대한 만큼, 이 같은 위기감이 다른 기업들로 전이될 수 있음에 대한 경계심도 포함됐다.

경제개혁연대 소장을 맡고 있는 김우찬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헌법 등에 근거해 개인의 비위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재판부의 소관”이라면서 “이번 판결로 인해 문제시 된 구조적 문제점들이 탈바꿈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삼성을 포함한 재계의 개선노력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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