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아이폰12용 OLED 7000만개 출하
삼성전자 갤럭시S21 조기 출시로 애플 의존도 낮출까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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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윤시지 기자] 삼성디스플레이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에서 애플 의존도가 지난해 부쩍 커졌다. 갤럭시S20 등 삼성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 생산은 반토막이 났지만 애플이 아이폰 OLED 채용을 확대한 덕분에 삼성디스플레이는 공장 가동률과 사업 수익성을 동시에 보전했다. 올 하반기에도 삼성디스플레이가 아이폰13용 OLED용 디스플레이 물량을 높은 비중으로 수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디스플레이는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1조2000억~1조5000억원대 수준이 전망된다. 삼성디스플레이 분기 매출이 10조원을 넘는 것은 2018년 3분기 이후 약 2년 6개월만이다. 영업이익도 지난 2019년 3분기 이후 1년여만에 1조원을 넘어서면서 지난해 상반기 기록한 적자를 만회할 전망이다.

이 같은 실적 전망은 애플의 아이폰12 시리즈 흥행이 뒷받침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0월 출시된 아이폰12 시리즈에 OLED 패널 물량 80% 이상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전작과 달리 아이폰12 시리즈 4개 모델 전량에 OLED를 채용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 공급량이 늘었다.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가 공급선에 가세했지만 아이폰13 판매 호조로 전체 물량이 늘면서 삼성디스플레이가 전년 대비 실적을 개선했다.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애플의 아이폰12 시리즈 4종 패널 출하량은 약 7000만개 규모에 이른다. 애플이 선보인 첫 5G 아이폰인데다가 화웨이 스마트폰 공백, 코로나19로 억눌린 수요에 기인해 한 달가량 출시가 늦었는데도 전작과 비슷한 출하량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그간 든든한 뒷배였던 삼성전자는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 실적에 큰 도움을 못 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삼성전자 갤럭시S20 패널 구매 규모는 1900만개 수준으로, 전년 갤럭시S10 패널 물량(약 3700만개)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지역 유통망 폐쇄 조치에 이어 고가 논란으로 판매가 부진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분기 2900억원의 적자를 냈고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7500억원) 대비 반토막 수준인 3000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삼성 주력 스마트폰인 갤럭시S20 시리즈 판매량이 크게 줄면서 고정비 부담이 커졌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실적 성수기가 통상 3분기였던 것과 비교해 지난해 4분기로 연기된 점도 애플의 아이폰12 출시가 한 달가량 지연된 결과다. 삼성전자의 하반기 주력 갤럭시노트20 시리즈 판매도 큰 흥행을 거두지 못 했고 차세대 제품으로 밀고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 출하량은 시장 예상보다 저조한 300만대 규모에 그친 탓이다.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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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어 올해도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 OLED 사업의 대형 고객사가 될 전망이다. 올 하반기 애플은 아이폰13 시리즈용 패널 4종 중 2종 모델에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박막트랜지스터(TFT) 기반 OLED를 탑재한다. LTPO는 저전력이 강점으로, 120Hz 주사율 구현을 위해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20 울트라와 갤럭시S21울트라에 먼저 탑재한 기술이다. 

전자업계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이 가운데 LTPO 방식 2종 OLED 패널을 독점 공급할 것으로 예상한다. 스마트폰용 LTPO 양산 설비와 기술, 공급 이력 등을 모두 확보한 업체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유일하다. LG디스플레이도 내후년 공급을 준비하기 위해 관련 생산 장비를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 공급사인 삼성디스플레이의 공급 이후 LG디스플레이와 BOE도 납품을 타진하는 수순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4종 모델 가운데 2종에 패널을 공급하고 나머지 두 개 모델은 삼성, LG디스플레이, BOE 등 3사가 나눠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올 6~7월까지 신모델을 양산하는 팹과 모듈라인 등 관련 설비 모두 신뢰성 평가가 진행될 텐데, 이를  통과한 업체들을 중심으로 공급 비중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제품별 패널 가격은 각각 다르지만 아이폰12 프로 맥스와 같은 상위 모델의 경우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아 수익성에 기여하는 부분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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