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승연 취업제한 내달 풀려···책임경영 재현될지 관심
복귀한 CJ家 장남 이선호···매형의 성과 슈완스 발판 삼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사진=연합뉴스, 각 사
(왼쪽부터)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사진=연합뉴스, 한화, CJ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총수 및 오너일가의 거취와 관련해 주요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으로 오너공백 사태를 맞게 됐지만, 한화그룹과 CJ그룹은 오히려 일선 복귀가 성사됨으로써 조직 장악 및 주요 현안해결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19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전날 국정농단 사건으로 2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으며 법정구속이 집행된 이 부회장은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수감직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음성판정을 받은 그는 방역당국의 지침에 따라 4주 간의 격리생활에 들어갔다. 이 부회장 구속으로 삼성은 3년 만에 총수부재 상황을 맞아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게 됐다.

이 부회장은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1078일 만에 재수감되게 됐다. 첫 번째 구속도 삼성 총수로서는 사상 최초였다. 재계에서는 판결 이전부터 이 부회장 구속에 상당한 우려감을 표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 등이 이 부회장의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을 정도였다.

실제 삼성의 경영공백은 불가피해 보인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이 전문경영인(CEO) 체제가 유지 중이지만, 대형 투자를 요하는 중요한 결정권을 행사함에 있어 CEO보다는 오너의 결단력이 우선시되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은 이 부회장의 첫 번째 구속 직전에 이뤄진 하만 인수 이후 대형 M&A 또는 투자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은 비상경영체제가 가동된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 사장단 중심으로 향후 대응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진다. 이 부회장도 옥중경영에 나설 전망이다. 앞선 수감생활 때도 주요 현안들을 보고받고 본인의 의사를 경영진에 전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경영공백은 여실히 드러나게 될 것이란 게 삼성 안팎의 중론이다.

한 관계자는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각 계열사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유지해 온 터라 사장단 중심의 회의를 개최함에 있어서도 대외 시선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면서 “이 부회장이 옥중에서 경영활동을 이어간다 하더라도 외부에 비해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어 어떤 방식으로든 경영공백이 가시적으로 드러나게 될 것”이라 귀띔했다.

이 부회장 구속으로 비상시국에 돌입한 삼성과 달리 한화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취업제한이 내달 풀린다. 김 회장은 지난 2014년 배임 혐의로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및 총포·도검·화학류 법에 따라 집행유예 종료시점인 2019년 2월부터 2년 간 취업이 제한됐다. 유죄판결 직후 김 회장은 7개 계열사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한화는 집행유예 판결로 총수공백 리스크에서 벗어났지만, 김 회장 특유의 책임경영이 희석됐던 게 사실이다. 주요 대기업 오너 경영인은 미등기임원으로 분류되는 게 일반적이다. 대표이사 등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릴 경우 회사의 각종 사안들과 관련해 책임을 져야하는 부담감을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책임경영을 내세운 재벌 총수들도 한 두 개 계열사 대표직을 맡는 게 대부분이었다. 반면 김 회장은 7개 계열사의 대표직에 오름으로서 그룹 전반의 사안을 다룸에 있어 책임을 다하려는 자세를 보였다. 이번 취업제한 해제로 김 회장이 계열사 대표직에 복귀할 것이며, 해당 계열사의 긴장감을 불어넣는 순기능을 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은 18일부터 출근했다. 마약 밀반입 혐의로 기소되면서 업무에서 물러난 지 14개월 만이다. 신규 보직은 글로벌비즈니스 담당이다. 이번 복귀를 두고 재계에서는 CJ그룹의 승계작업이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라 조심스레 점치는 분위기다. CJ그룹 측은 “자숙기간 동안 이 부장 스스로 본인의 역할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또 업무와 관련된 비즈니스 공부를 지속했다”면서도 승계와 관련해선 선을 긋는 모습을 보인다.

그럼에도 이 같은 관측이 나오는 까닭은 CJ그룹의 행보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CJ그룹은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이재현 회장의 장녀 이경후 CJ ENM 상무가 부사장(대우)로 승진했다. 또한 이 회장 자녀들이 대주주로 있는 CJ올리브영의 상장이 추진 중이다. 상장을 통해 이 회장 자녀들이 상속관련 재원을 마련하게 될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자금을 마련한다 하더라도 승계가 온전히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오너 자제라 하더라도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그룹을 이끌만한 인재인지 여부는 보통 그간의 사업성과를 통해 검증받게 된다. 이 부장이 새로 맡은 보직은 추후 성과를 인정받기에 적합한 분야로 꼽힌다. CJ제일제당은 2018년 11월 미국의 거대 식품브랜드 ‘슈완스’를 약 2조원에 인수했다.

이 부장의 매형이자 이 상무의 부군인 정종환 CJ 부사장이 당시 인수를 주도했다. 정 부사장은 당시의 성과를 인정받아 2019년 12월 상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룹 안팎에서는 이 부장 역시 슈완스를 통한 성과를 발판삼아 임원으로 발돋움 하게 될 것이라 입을 모은다. 특히, 정 부사장의 심복으로 평가받는 조철민 CJ제일제당 상무가 슈완스 사업부문을 이끌고 있는 만큼 이 부장의 성과를 조력할 것이란 반응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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