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공매도금지 주장 배경에 '사전의견조율 실패' 분석 제기
금융위원회, 금융관료 독자기구화···"기관 재취업이 공매도 옹호 배경" 시선도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최근 정치권에서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공매도 재개 반대를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나선 것을 놓고 내부적으로 의견조율이 원활치 않았던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국내 금융정책과 감독 기능을 총괄하는 합의제 기구다. 하지만 사실상 ‘모피아’라고 불리는 행정고시 출신 금융관료들이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왔다는 비판도 꾸준히 받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공매도 재개에 적극적인 배경을 놓고 일각에서는 공매도 재개가 기관 재취업 등 금융관료 집단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 공매도 놓고 내부갈등 극심했나

18일 정치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공매도 반대 의사를 밝히며 금융위원회를 압박하는 것으로 놓고 궁극적으로 정권과 금융관료간 갈등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만들어진 기구로 김대중 정부 시절 만들어졌던 금융감독위원회에 기획재정부의 금융정책 기능을 붙여서 만든 조직이다. 당시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금융위원회 조직창설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위원회는 합의제 기구로 총 9명으로 구성됐다. 금융위원장과 부위원장, 기획재정부 차관, 금융감독원 원장, 예금보험공사 사장, 한국은행 부총재, 상임위원 2명, 비상임위원 1명 등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하지만 원칙상으로만 합의제 기구이고 금융분야 전문성을 이유로 사실상 금융위원장, 부위원장, 사무처장 등이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독임제 기구라는 지적이 그치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 금융위원회는 행정고시 출신 금융관료들의 조직이 된 셈이다.

금융위원회가 다른 부처 뜻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일처리가 막히거나 갈등이 표출되기도 쉽다. 앞서 지난해 3월 코로나19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거렸을 당시에도 금융위원회는 기획재정부와 달리 공매도 금지에 소극적이었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를 준비했지만 금융위원회의 반대에 부딪혀 서둘러 발표를 하지 못했다.

결국 공매도 전면금지 대신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 3개월 강화조치를 일단 발표하는 선에서 일단 진행됐다. 하지만 발표 이후에도 증시가 폭락하자 여론이 악화됐고 결국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3월16일부터 공매도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가 당시 정부 부서인 기획재정부에 반대할 수 있었던 배경을 놓고 행정고시 기수문화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행정고시 27회이기에 행정고시 29회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매도 금지 지시를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홍남기 부총리와 은 위원장을 불러 긴급점검회의 열고 난 이후에야 공매도 금지가 결정됐다.

금융위원회에 대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교수 시절이던 2013년부터 “애초 금융위원회는 합의제 기구이지만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해체론을 주장해왔다.

◇ 은성수, 공매도 왜 포기 못하나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공매도 재개의 근거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그는 지난 8일 “최근 주가지수가 3100포인트를 상회하게 된 것은 외국인 순매수가 기여한 바가 크다”며 “이는 우리 경제와 주식시장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들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밝혔다.

동학개미들은 은 위원장이 지난해 공매도 금지조치 당시 발표했던 약속들을 지키지 않은 채 공매도를 재개하려고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은 위원장은 올해 3월까지 무차입공매도 차단시스템을 구축하고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접근성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무차입공매도를 완벽하게 적발할 수 있는 시스템은 기술적으로 무리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결국 약속은 공수표가 됐다. 또한 개인들의 공매도 접근성 확대와 관련해서 은 위원장은 지난해 연말 열린 간담회에서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전문투자자에게만 공매도를 허용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금융관료들이 공직에서 물러나면 연기금,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기관에 재취업하는 현실 속에서 금융위원회가 공매도 재개를 원하는 기관들의 요청을 외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제윤경 의원이 2016년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1월1일부터 2016년 10월말까지 금융회사 등기임원 가운데 공직경력자는 무려 1004명에 달했는데 금융위·금감원·기획재정부 등 금융당국 출신은 334명(33.3%)이나 됐다. 업종별로 보면 자산운용사가 213명으로 가장 많았고 보험사 179명, 증권사 168명, 금융지주 및 은행 153명, 여신전문금융사 136명 순이었다.

지난해 12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사했을 당시에도 결과는 비슷했다. 2015년부터 117개 금융기관으로 간 전직 경제관료는 총 207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공공기관과 증권사가 45명으로 가장 많았다.

현재 공직자윤리법상 퇴직공직자는 퇴직전 5년 이내 소속됐던 부서 업무와 관련이 있는 기업체 등에 취업하는 것이 퇴직일로부터 3년동안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승인을 얻거나 3년이 지난 후에는 재취업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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