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플래그십 모델까지 출시 가격 인하
LG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 물량 적어 생산원가 인하 여력 ↓
롤러블폰 등 차세대 폼팩터로 ‘물량’ 확장 관건

LG 롤러블 스마트폰 이미지 / 자료=LG전자
LG 롤러블 스마트폰 이미지 / 자료=LG전자

[시사저널e=윤시지 기자] 고가 스마트폰 대표주자인 삼성전자와 애플이 주력 제품인 갤럭시S와 아이폰 가격을 내린 가운데, 올해 스마트폰 사업 정상화를 공언한 LG전자의 표정이 어둡다. 모델 당 1000만대 이상 스마트폰을 팔아치우는 선두업체에 비해 프리미엄 스마트폰 생산 규모가 작은 LG전자는 상대적으로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LG전자가 올해 적자를 끊기 위해 차세대 폼팩터(외형) 스마트폰이라는 초강수를 두지만 사업 실적을 개선할 '볼륨 모델'이 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18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선두 스마트폰 업체인 삼성전자와 애플은 지난해 하반기 들어 올해까지 주요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가격대를 전작 대비 내려 잡는 추세다. 지난해 애플은 50만원대 보급형 아이폰SE 2세대를 내놓은 데 이어 하반기 아이폰12 시리즈에 보급형 아이폰12 미니(699달러·약 80만원)를 새롭게 제품군에 편성하면서 체감 가격대를 낮췄다.

삼성전자도 지난 15일 공개한 갤럭시S21 시리즈 가격대를 이례적으로 전작 대비 낮춰 맞수를 놨다. 특히 기본형 갤럭시S21의 경우 전작 갤럭시S20 대비 램과 디스플레이 해상도 등 일부 사양을 하향하면서까지 국내 가격을 전작 대비 약 20% 낮춰 잡았다. 

이는 결과적으로 스마트폰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다.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성장에 정체된 가운데 제품 가격이 주요 경쟁력으로 떠오르면서 선두 업체들이 추진했던 고가, 고수익 전략은 시효를 다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장기화로 해외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가성비’ 제품 수요가 늘고 중국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 공백을 노리기 위한 가격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아이폰과 가격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작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가격 및 출시 전략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며 “결론적으로는 판매 확대가 목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플래그십 스마트폰 가격을 인하할 수 있는 원동력 중 하나는 ‘물량’ 규모다. 스마트폰 제조사는 완제품을 많이 만들수록 부품 단가를 낮춰 생산원가를 인하할 여력이 생긴다. 애플과 삼성전자 모두 모델 당 한해 1000만대 이상 팔리는 주요 제품군을 품고 있는데다가, 수년간 부품 공급선을 다각화하면서 단가 협상력과 수급 안정성을 높였다. 실험적인 폼팩터나 스마트폰을 내놔도 충성 고객층이 있어 시행착오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점도 유리하다.

반면 LG전자는 이 같은 원가 인하 경쟁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생산과 판매가 동시에 줄면서 전세계 스마트폰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시장조사업체와 증권업계 등을 종합하면 LG전자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2017년 5000만대 규모에서 지난해 3000만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생산 물량이 줄면서 신제품 개발비나 고정비 부담이 커졌고, 이로 인해 적자를 안게됐다. 여기에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비롯해 주요 부품 원가 자체가 높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경우 부품 단가를 인하할 여력이 더욱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가격을 낮추기 위해선 부품 원가를 줄여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세트업체의 생산 물량 규모가 커야 부품 단가 인하 여지가 생긴다. 또 부품 부족 현상이 생기면 부품업체들이 대규모 물량을 주무한 업체를 우선순위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측면에서 삼성전자나 애플의 경우 원가를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이 있지만 LG전자로서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보급형 스마트폰의 경우 외주생산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생산원가를 낮추고 있다. 실적 발표 때마다 주문자위탁생산(ODM) 방식을 확대하겠다고 공식화할 정도다. LG전자의 스마트폰 ODM 생산 비중은 60~70% 수준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보급형 스마트폰과 달리 고가 프리미엄 모델의 경우 제품 품질이나 브랜드 이미지를 고려해 외주 생산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앞서 지난해 LG전자는 준프리미엄 모델로 출시한 LG 벨벳과 LG 윙을 중심으로 일부 고가 논란을 겪기도 했다. LG 벨벳(국내 89만9800원)과 LG 윙(109만8900원) 모두 100만원 안팎의 가격대를 형성했지만 기존 강점인 쿼드덱이나 카메라 일부 사양이 빠지고 퀄컴의 중급형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가 탑재되면서 원가 절감에 무게를 뒀다는 오명을 썼다. LG전자 입장에선 신제품에 새로운 디자인과 폼팩터를 적용하면서 합리적인 가격대를 갖추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시장 눈높이를 맞추긴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LG전자는 올해 롤러블 스마트폰을 앞세워 이 같은 악순환 고리를 끊겠다는 목표다. 이 회사는 지난 CES 2021 컨퍼런스를 통해 LG 롤러블 컨셉 영상을 공개하며 연내 출시를 암시했다. 신제품 가격은 200만원대 수준에서 책정될 것으로 추정된다. 관건은 '볼륨모델'로 입지를 확보할 수 있느냐다. 증권업계는 향후 차세대 이형 폼팩터(외형)를 적용한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앞세워 실적을 개선해나갈지 추이를 지켜보는 분위기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 역시 외주생산이나 생산지 효율화 전략을 통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부분은 어느 정도 다 줄인 상태다. 다만 현재로선 판매 규모를 확대해야 하는 단계인데, 스마트폰 시장이 역성장하는 상황에서 경쟁사 점유율을 가져오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LG전자가 롤러블 스마트폰 등 이형 폼팩터 사업을 중장기적으로 끌고 가는 동시에 실적도 개선을 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을 줄 수 있어야 시장 기대감도 회볼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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