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김정은 관개 개선 접근법 엇갈려
일부 전문가들 “3월 연합훈련 중단으로 관계 개선해야”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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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준영 기자] 얼어붙은 남북관계가 풀리지 않는 가운데 오는 3월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실시 여부가 관계 개선과 후퇴의 갈림길로 주목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3차례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선언, 평양공동선언 등으로 남북 관계가 발전했으나 2019년 2월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 관계는 멈춰 섰다. 한반도 평화와 남북 경협, 비핵화 논의도 함께 멈췄다.

최근 양 정상은 관계 개선에 기대를 갖고 있으면서도 해법은 엇갈렸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5~7일 당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남북 관계의 근본문제부터 풀어나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강조해 온 방역협력, 인도협력, 개별관광 등을 비본질적인 문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첨단군사장비 반입과 미국과의 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해야 한다는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를 계속 외면하면서 조선반도의 평화와 군사적 안정을 보장할 데 대한 북남합의 이행에 역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며칠 뒤 문 대통령의 신년사에는 북한이 요구한 근본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답이 없었다. 대통령은 북한이 비본질적인 문제라며 선을 그은 방역협력만 재차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오는 3월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의 실시 여부가 남북 및 북미 관계 개선의 갈림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합훈련 실시 여부가 관계 진전과 후퇴의 분수령이라는 것이다.

12일 문장렬 전 국방대 교수는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3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중단 선언을 해야 한다. 연합훈련은 각자 하거나 시뮬레이션으로 하면 된다”며 “북한에 위협이 되는 연합훈련 중단은 김정은이 지도자로서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성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약속한 바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연합훈련 중단에 대해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거나 미국의 압박을 받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미국과 연합 훈련 없이 독자적으로 대북 군사 대비 태세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문 교수는 “우리 정부는 연합훈련 중단에 대해 조 바이든 차기 미국 행정부를 설득하고 이것이 안되면 통보해야 한다”며 “한미동맹 강화의 의미는 일반적으로 한미연합훈련과 군사력 강화, 한국의 미국 무기 구입 등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것은 2018년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이 합의한 바와 어긋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 성숙한 한미동맹 ‘발전’이 필요하다”고 했다. 문 교수는 남북 정상 간 합의 비준과 국방비 동결을 통한 평화 지향 의지도 필요하다고 했다.

문인철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한미연합훈련 중단이나 연기가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한미연합훈련은 미국의 아시아 전략과 연결돼 있어 한미 간 협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남북 관계 진전을 위한 한국 정부의 전략 개선에 대한 의견도 제기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 수석연구위원은 “결국 한국정부가 방역협력이나 개별관광 또는 인도적 지원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됐다”며 “남북관계 개선은 북한 비핵화라는 비현실적이고 이상적인 목표보다 북한 핵능력의 단계적 감축과 평화체제 구축 그리고 북한의 대외관계 정상화와 대북 제재 완화 등에 대한 큰 그림을 가지고 미국, 중국과 함께 북한을 설득할 때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정 위원은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위해서는 향후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기존의 대북 제재 방식을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정 위원은 “김정은은 최근 사업총화보고에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강조하면서 비핵화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에 나설 의향이 전혀 없음을 명백히 했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제재와 실무회담을 통해 북한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다면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나설 리 없다”고 밝혔다.

이어 “바이든 행정부가 진정 북핵 문제 해결을 원한다면 새 행정부의 공식적 2인자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북한의 실질적인 2인자인 김여정 간의 고위급 회담 그리고 남북한과 미중이 참여하는 4자회담을 통해 북한 핵능력의 단계적 감축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미북 관계 개선과 대북제재 완화 등에 대한 포괄적 협상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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