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와 고용 부진 지속
“소상공인·특고 등 취약계층 지원 강화해야”
손실보상·지속성 갖춘 대책 필요성 제기

2020년 12월 29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 / 사진=연합뉴스
2020년 12월 29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준영 기자] 수출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민생 경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국내 소비와 고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조업일 영향을 배제한 일평균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플러스로 증가 전환한 후 3개월 연속 늘었다. 지난해 일평균 수출 증감률은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3월 -7.8%, 4월 -18.8%, 5월 -18.5%, 6월 -18.5%, 7월 -7.1%, 8월 -4.2%, 9월 -4.4%로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10월부터 5.4%, 11월 6.3%, 12월 7.9%로 플러스 전환한 후 증가 폭이 커졌다.

특히 지난달 수출은 코로나19 영향에도 수출액이 514억달러로 5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역대 12월 수출액 중 사상 최고치이자 12월 최초로 500억달러를 넘었다.

조업 일수를 고려한 수출 회복세는 이달에도 이어졌다. 1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조업일수를 반영한 일평균 수출액은 18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 늘었다.

반면 내수와 고용은 코로나19 3차 대확산과 거리두기 조치 강화로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지난 10일 한국개발연구원이 발표한 2021년 1월 경제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7일 신용카드 매출액(7일 이동평균기준)이 지난해보다 24% 줄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해 1월 이후 감소 폭이 가장 컸다.

기재부가 지난달 발표한 12월 최근경제동향에서도 지난해 11월 백화점 매출액은 전년 같은 달 대비 3.9% 감소했고 할인점 매출액은 4.3% 줄었다. 10월 각각 2.4%와 2.8% 증가에서 마이너스(-) 전환한 것이다.

11월 카드 국내 승인액은 3.8% 늘었으나 10월(5.2%)보다 증가 폭이 줄었다. 8월(3.4%) 이후 증가율이 가장 낮았다.

설비투자 경우도 지난해 10월 설비투자지수는 운송장비 투자가 크게 감소하면서 전월비 3.3%, 전년동월비 1.0% 줄었다. 10월 제조업평균가동률은 73.7%로 전달보다 0.2%포인트 감소했다.

특히 국민의 삶과 직결된 고용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취업자수는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9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11월 취업자는 1년 전보다 27만3000명 줄어 전달보다 감소 폭이 줄었으나 코로나 3차 대유행 영향은 12월 이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월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만9000명 늘어 증가폭이 크게 둔화됐다. 코로나19 3차 확산과 연말 직접일자리사업 종료 등의 영향으로 분석됐다. 지난 8월 26만2000명, 9월 33만7000명, 10월 36만5000명, 11월 39만4000명 늘며 회복세를 보였으나 12월에 증가 폭이 줄은 것이다.

정부도 수출 회복세와 달리 내수의 어려움이 확대되는 점은 인지하고 있다.

지난 6일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호조세가 지속하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내수 어려움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며 “11월 산업활동동향에서도 3차 확산의 영향이 일부 반영됐다. 거리 두기 단계 격상 추이 등을 감안할 때 12월 지표에서는 이러한 영향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특히 거리 두기 조치에 따른 피해가 영업 제한 대상이 되는 대면서비스업에 집중되는 만큼, 해당 업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 고용 취약계층 등 민생 경제의 어려움은 더욱 클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2월21일~27일까지 전국 소상공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44%에 불과했다. 코로나19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매출이 54% 줄은 것이다.

특히 감염병 예방조치로 영업제한을 받은 업종들은 상황이 더 나쁘다. 노래연습장, 유흥주점 등은 2주 연속 전년 대비 3~5%의 매출에 그쳤다. 사실상 매출이 멈춘 상황이다. 실내체육시설은 전년대비 15%, 목욕탕 15%, PC방은 30%에 그쳤다. 식당도 36%에 불과했다.

고용보험 등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있는 특고와 프리랜서들의 소득감소와 일자리 문제의 어려움은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이 최근 26개 직종의 특고 노동자 2461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확산 이후 특고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변화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이 없어 소득이 줄었다’는 응답이 57.5%로 가장 많았다. ‘실직했다고 볼 만큼 오래 쉬었다가 15.4%였다. 소득이 줄었다는 응답은 대리운전 직종(89.4%), 방과후 강사(83.4%), 간병인(74.5%), 학습지 교사(74.3%) 등에서 높게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소득이 감소한 특고 노동자들은 대출 등 개인적으로 버텼다.

이에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지금의 내수 어려움은 코로나19 확산 때문이다. 최소 3월까지는 대유행이 이어질 것”이라며 “우선 기존의 소상공인과 비정규직, 특고 등 취약계층들이 일거리를 잃거나 해고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게 급선무다. 이것이 내수 악화를 막는 방법이다”고 했다.

박 교수는 “코로나 방역과 내수 침체로 피해를 보는 취약계층에 대한 3차 재난지원금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코로나 대유행이 2~3달 더 갈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재정적 지원을 더 강화해야한다”고 했다.

현장의 특수고용노동자들과 자영업자들도 일회성 지원으로는 지금의 어려움을 버티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지속적 지원과 손실 보상 등을 요구했다.

학습지 교사 김 아무개씨는 “코로나19로 수업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가장으로서 3차 재난지원금 50~100만원으로는 생계를 이어가기 어렵다. 학습지 교사는 실업급여도 없다”며 “코로나19 기간 동안에는 소득이 감소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버틸 수 있다”고 했다.

정부에 의해 영업제한 조치를 받은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지원금이 아닌 손실 보상과 임대료 지원 등 제도적 시스템 마련을 요구했다. 일부 중소상인들은 영업제한 조치에 따른 손실보상 및 지원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외국의 경우 캐나다는 지난 4월부터 임차인들의 임대료를 75% 감면하고 정부가 그 임대료의 50%를 부담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나머지 절반은 임대인과 임차인이 25%씩 부담한다. 호주는 임대인이 임차인의 영업피해에 비례해 임대료를 감면해야 하고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 없게 했다.

올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세계 각국이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는 가운데 한국의 재정적자는 선진국 중 최소 수준이었다. 지난달 20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일반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4.2%다. 이는 42개 주요국 중 4번째로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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