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게임 트릭스터M, 엔터 자회사 클렙 등으로 MZ세대 공략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 이미지=김은실 디자이너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 이미지=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원태영 기자]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왕좌 자리에 올랐다. ‘리니지M’과 ‘리니지2M’이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1위와 2위를 모두 차지하며 ‘리니지’ IP 파워를 여실히 증명했다. 게임업계는 엔씨가 MMORPG 장르를 넘어 리니지라는 독자적인 장르를 구축했다고 평가한다. 엔씨는 새해에도 리니지 형제를 앞세워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더 이상 적수가 없다’...리니지 돌풍 새해에도 계속

8일 구글 플레이스토어 최고 매출 순위를 살펴보면 리니지M이 1위를 리니지2M이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 이어 새해에도 ‘리니지 형제’의 흥행 돌풍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리니지M과 리니지2M은 각각 엔씨의 PC 온라인게임 ‘리니지’와 ‘리니지2’를 모바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리니지M의 경우 지난 2017년 6월 출시 이후 지금까지 매출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으며, 리니지2M 역시 매출 2~4위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다.

리니지 IP 흥행에 힘입어 엔씨의 매출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엔씨의 누적 매출은 1조8548억원으로 이미 전년도 매출 1조7012억원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엔씨가 창립 이후 처음으로 연매출 2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한다. 연매출 2조원 돌파에 성공할 경우 넥슨, 넷마블에 이어 국내 게임사 가운데 세번째로 2조원 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리니지M과 리니지2M 모두 큰틀에서는 MMORPG 장르에 속하지만, 게임업계에서는 두 게임을 분석할때 다른 MMORPG와 동일선상에 놓지 않는다. 리니지라는 IP 파워가 그만큼 강력하기 때문이다.

한 대형게임사 개발자는 “일반적인 MMORPG와 동일선상에 놓고 분석을 하다보면 리니지M과 리니지2M의 성공 요인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며 “리니지라는 독자적인 장르를 구축했다고 보는게 맞다고 본다. 특히 여러 과금 요소의 경우 다른 게임사들이 대놓고 벤치마킹할 정도로 훌륭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새해에도 리니지 열풍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리니지M의 경우 2017년 출시 이후 3년 넘게 매출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며 “PC 온라인게임이 아닌 모바일게임이 3년 넘게 1위를 차지하는 것은 사실상 굉장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충성 고객이 많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니버스 이미지 / 자료=엔씨소프트
유니버스 이미지 / 자료=엔씨소프트

◇MZ세대는 ‘리니지’ 잘 몰라...MZ세대 맞춤형 콘텐츠 선보인다

리니지 IP로 잘나가는 엔씨에게도 고민은 있다. 향후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출생)에게는 리니지를 비롯한 엔씨표 게임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10대, 20대들은 리니지에 대해 이름만 들어봤을뿐 직접 경험하지는 못한 세대다. 당연히 리니지에 대한 추억 역시 없다. 리니지M과 리니지2M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과거 원작 PC 게임을 즐겼던 30대와 40대 게임 유저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다. 특히 엔씨가 만든 게임들은 대부분 높은 과금 수준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30~40대와 비교해 경제럭이 떨어지는 MZ세대가 엔씨 게임들을 제대로 접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유튜브 등을 통해 리니지M 강화에 적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수천만원을 한꺼번에 지르는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며 “워낙 게임에 투입되는 금액이 높다보니, 어린 친구들이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엔씨 역시 이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씨가 지난해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를 통해 ‘트릭스터M’, ‘팡야M’ 등 귀여운 이미지의 캐주얼 게임 출시 계획을 밝힌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엔씨의 경우 리니지 등 무거운 MMORPG 분야에서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캐주얼 게임 등 가벼운 게임 분야에서는 경쟁사인 넥슨, 넷마블에 크게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새해 출시를 앞둔 트릭스터M을 통해 MZ세대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최근 엔터테인먼트 자회사를 통해 아이돌 등 10대들이 좋아하는 콘텐츠에 집중하는 것 역시 향후 세대교체를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엔씨는 지난해 7월 엔터 자회사 ‘클렙’을 설립한데 이어 지난달에는 케이팝(K-POP)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유니버스’ 출시 계획을 밝혔다. 유니버스는 다양한 온·오프라인 팬덤 활동을 모바일에서 즐길 수 있는 올인원 플랫폼이다. 인공지능(AI) 음성 합성, 모션캡처, 캐릭터 스캔 등 IT 기술과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최근 엔씨는 CJ ENM과 콘텐츠 및 디지털 플랫폼 분야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합작법인 설립도 추진중이다. 

특히 엔씨의 엔터 자회사는 김택진 엔씨 대표의 친동생인 김택헌 부사장이 맡고 있다. 과거 김택헌 부사장이 맡았던 사업에 대해 엔씨가 전폭적인 지원을 해왔던 전례가 있었던 만큼, 엔터쪽에도 상당한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엔씨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엔씨는 이미 몇년전부터 문화축제 피버페스티벌 기획, 아이돌 굿즈 기획 등을 통해 엔터 사업에 대한 실전 감각을 키워 왔다”며 “올해부터는 자회사 클렙을 통해 본격적으로 엔터 사업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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