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위기 아니라 이전부터 이미 위기”
글로벌 철강수요 정점 지나···포스코·현대제철 전기·수소차서 해법 찾나

/사진=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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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철강업계에 드리운 먹구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이후에도 걷힐지 의문이다. 코로나19와 무관하게 전방산업 수요 감소에 따른 구조적인 원인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포스코·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사들이 비(非)철강 사업에 힘을 쏟는 이유다.

철강업계는 완성차·조선·건설·전자 등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다. 해당 산업군의 사이클에 따라 철강수요 역시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특히 고로를 운영하는 철강사들의 경우 특성상 제품생산량 조절은 가능하지만 가동을 중단할 수는 없어 지속적으로 재고가 쌓이는 특징을 지닌다. 끊임없이 생산되는 탓에 제품의 지속적인 판매가 사업 유지의 필수적인 요소로 꼽힌다.

작년 한 해는 유독 철강사들에 고충이 컸다. 전방산업의 수요부진에 따른 침체가 가속화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철광석가격 상승에 따른 실익감소도 도드라진 해였다. 초기에는 주요 철광석 산지에서 코로나19가 급격하게 확산되면서 생산량이 줄어듦에 따라, 최근에는 중국 내 수요 폭증에 따른 가파른 가격상승이 이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현재 철광석 가격은 톤당 160달러 후반에 거래되고 있다. 작년 2월 80달러 선에 거래됐던 것을 감안하면 1년도 채 안된 상황에서 2배 가까이 오르게 됐다. 역대 최고치인 2011년 2월 191.70달러에 근접하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19 백신접종이 속속 시작되면서 각국 정부가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감행할 행보를 보임에 따라, 철광석 값 역시 고공행진을 당분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주요 철강사들이 제품생산량을 줄여 재고감축 효과를 봤으며 이번 원재료 폭등 현상으로 납품가격 인상협상을 이끌어내면서 일부 호재요인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중·장기적인 숙제를 풀지 못하는 상황이라 입을 모은다. 철강수요 감소라는 난제다. 산업구조 개편으로 지속적인 철강수요 감소가 예상됨과 동시에 공급과잉이 지속되고 있어, 구조적으로 얽혀버린 실타래를 풀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중 무역갈등으로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가 팽배해지고, 호주·중국 등과 같이 신흥 무역갈등을 빚는 국가들이 점차 늘어나는 실정”이라면서 “자연스레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전 세계적인 저성장이 이어지고 있어 2018년 정점을 찍은 철강수요 역시 해를 거듭할수록 장시간 낮아질 것이 유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로 철강업계에 위기가 도래한 것이 아니라, 위기가 도래한 철강업계의 부담을 코로나19가 가중시켰다고 해석하는 게 옳다”면서 “납품가격 인상은 원가까지 폭등해 이익을 창출할 수 없는 한계에 몰린 상황에서 꺼내 든 최후의 수단일 뿐이며, 실익률 보전을 위한 각 철강사들의 다각도 노력이 회사 존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내다봤다.

실적에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2017년 3분기부터 9분기 연속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낸 포스코의 경우 2019년 4분기(5576억원)부터 1조원을 하회하는 실적을 내고 있다. 특히 지난 2분기에는 사상 초유의 분기적자를 맛봤다. 현대제철도 비슷하다. 1000억원 초반대 영업이익에 머물렀다. 주요 철강사 연매출이 수십조원임을 감안하면 현격히 낮은 이익률을 나타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사실 상 적자”란 표현을 쓰기도 한다.

최근 철강사들이 비주력사업을 정리하고, 비철강사업을 확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해 포스코는 광양제철소 내 일부 후공정 설비들을 매각했다. 현대제철도 당진제철소 전기로 열연공장 가동을 15년 만에 멈추고 매각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새로운 사업의 투자를 확대했다. 특히 포스코·현대제철 모두 전기·수소차 관련 사업에 주안점을 뒀다.

포스코는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소재업을 키우는 중이다. 이를 위해 1조원 규모의 포스코케미칼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또한 수소관련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모기업인 현대자동차그룹과 함께 수소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포스트 반도체라 일컬어지며 수익성이 높을 것으로 평가되는 모빌리티 분야에 기존 사업과의 연계성을 확대하는 추세다.

업계 안팎에서는 수익성 제고를 위한 철강업계의 비철강사업 강화가 올 해부터 탄력을 받을 것이라 점친다. 특히 각 사 CEO들의 상황이 더욱 수익성 확보에 매진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하게 됐다고 지적한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 모두 ‘성과’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미였다.

재무통 출신인 최 회장은 포스코 역대 회장 중 유일한 비철강전문가다. 최근 연임에 성공해 두 번째 임기를 앞뒀다. 첫 임기 초반부터 포스코의 비철강사업 강화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건 장본인이다.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은 올해가 임기 마지막 해다. 최근 김용환 부회장이 용퇴함에 따라 ‘회사의 원톱(One Top)’으로 올라서며 ‘어깨’가 더욱 무거워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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