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력 강하다고 알려진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 백신 무력화 가능성 제기
전문가들 “백신 효력 유효할 것···다만 실제 접종해 봐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사진=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박지호 기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처음 발견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기존 백신에 내성이 있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 전문가들은 변이 바이러스가 백신을 무력화하진 못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실제 예방 효과에 대해서는 접종 이후에야 확인할 수 있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4일(현지시간)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 과학자들이 코로나19 백신이 자국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는지를 가리기 위해 긴급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맷 행콕 영국 보건부 장관과 영국 전문가들이 남아공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기존 백신이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데 다른 조치다. 

감염병 전문가로서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 연구를 진행 중인 리처드 레셀스 박사는 이날 AP에 “이것은 우리가 당면한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면서 ”변이를 테스트하기 위해 연구소에서 실험을 긴급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501.V2로 명명된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더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내 백신 접종 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오는 2월부터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겠다고 지난 4일 밝힌 바 있다. 첫 접종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개발 백신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날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아스트라제네카가)국내에 공급하기로 한 1000만명분, 2000만 도즈(1회 접종분)에 대해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을 받는 것으로 요청하고 있고 계속 논의를 진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이날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의 신속한 허가심사를 위해 180일 이상 걸리는 기존 처리 기간을 40일 이내로 단축해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백신 전문가들은 변이 바이러스가 기존 백신을 완전히 무력화하진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실제 사용시 효과는 두고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견지했다. 

강진한 가톨릭의대 백신바이오연구소장은 “교차면역의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보여지지만, 회사마다 백신 항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 역시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말하는 것들은 모두 이론적 배경에 따른 것”이라면서 “실제 임상에서 확인이 되어야 그 효과를 논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학계에서는 변이 바이러스에 백신이 효과적이라는 게 중론”이라면서도 “실제 사용했을 때의 효과는 지켜봐야 하는 문제다”라고 말했다. 

마 부회장은 이어 “만약 백신이 효과가 없을지라도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의 경우 개발 기간이 짧다보니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반 독감 백신의 경우 6개월이 걸린다. mRNA 백신의 장점은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나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화이자와 백신을 공동 개발한 독일 바이오엔테크의 우구르 사힌 최고경영자(CEO)는 mRNA를 활용한 자사 백신이 변종 코로나를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힌 CEO는 “원리상 mRNA 기술의 장점은 새로운 변이를 완전히 모방한 백신 제조를 바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기술적으로 6주 안에 새로운 백신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5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국내 영국과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는 총 12명이다. 영국발 감염자가 11명, 남아공발 감염자가 1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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