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도 코로나·저금리 이어져 K자형 양극화 우려
전문가들 “재정 정책 확대해 안전망 강화, 소득과 대출 연계성 강화” 주문

[시사저널e=이준영 기자] 코로나19 재난의 타격이 취약계층과 중소기업 등 약한 고리에 집중되면서 경제적 불균형이 커졌다. 내년에도 코로나19와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경제적 불균형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코로나19는 개인 간 소득과 자산 불균형을 심화시켰다. 감염병 확산으로 취약계층 중심으로 소득과 일자리 감소가 집중됐고 집값이 오르면서 자산 격차가 확대됐다.

◇ 취약계층 중심 타격···집값 상승으로 자산 격차도 커져

하위계층 중심의 소득 악화는 올해 3분기 연속 이어졌다.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 격차를 보여주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지난 1분기 5.41배로 1년 전 5.18배보다 악화됐다. 5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이 1분위보다 5.41배 많다는 것이다. 5분위 배율은 높을수록 최고 소득층과 최저 소득층의 소득 불평등이 크다는 의미다.

2분기에는 4.23배로 전년 4.58배보다 개선됐지만 재난지원금 효과 때문이었다. 재난지원금 효과를 뺀 시장소득(근로소득+사업소득+재산소득+사적이전소득) 기준 5분위 배율은 올해 2분기 8.42배로 1년 전인 7.04배보다 악화됐다.

3분기에도 취약계층에 피해가 집중되면서 5분위 배율이 악화됐다. 5분위 배율은 4.88배로 지난해 3분기 4.66배보다 0.22배 포인트 나빠졌다. 3분기에 정부 지원금 효과를 제거한 시장소득 5분위 배율은 8.24배로 1년전 7.20배보다 1.04배 포인트 악화됐다.

정부가 올 한해 재난지원금 등 저소득층에게 각종 지원금을 지급했지만 이들의 소득 악화를 막지 못할 만큼 타격이 컸고 지원금이 충분하지 못했다.

종사상지위별 고용을 보면 판매직, 임시일용직, 자영업 등 취약 고용층의 고용이 대폭 감소했으며 회복세도 더디다.

자료=한국은행
자료=한국은행

고용보험 등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인 특고와 프리랜서들의 타격도 컸다.

민주노총이 최근 26개 직종의 특고 노동자 2461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확산 이후 특고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변화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이 없어 소득이 줄었다’는 응답이 57.5%로 가장 많았다. ‘실직했다고 볼 만큼 오래 쉬었다가 15.4%였다. 소득이 줄었다는 응답은 대리운전 직종(89.4%), 방과후 강사(83.4%), 간병인(74.5%), 학습지 교사(74.3%) 등에서 높게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소득이 감소한 특고 노동자들은 대출 등 개인적으로 버텼다.

특고와 프리랜서의 실직율과 소득 감소율은 직장인 평균보다 높았다. 직장갑질 119에 따르면 학원 강사는 지난 10개월 동안 실직 경험이 27%로 지난 9월 직장갑질119 조사에서의 직장인 평균 실직 경험(15.1%)에 비해 1.8배 높았다. 학원 강사의 지난 10개월 간 소득 감소는 54.2%로 직장인 평균(34.0%)보다 1.6배 높았다.

집값 상승으로 인해 부유층으로 자산 쏠림도 커졌다.

통계청이 지난 17일 발표한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상위 10%(10분위)의 순자산 점유율이 43.7%로 전년보다 0.4%포인트 올랐다. 상위 9분위의 점유율도 18.3%로 0.1%포인트 상승했다. 순자산은 가구의 자산에서 부채를 뺀 것이다.

반면 하위 10%인 1분위와 3, 4, 5, 6,분위 등은 모두 전년보다 0.1%포인트 떨어졌다. 최상위 소득층에서 순자산 증가를 누린 반면 소득 하위층은 대부분 감소한 것이다. 이에 순자산 지니계수는 지난 3월 0.602로 전년보다 0.005 커졌다. 지니계수가 클수록 불평등이 심해졌다는 의미다.

자산 격차 확대는 주택 가격 상승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당시 통계청은 부동산 가격과 전월세 가격 상승률로 자산의 증가가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기준 실물자산은 전년대비 4.3% 증가했는데 실물자산의 증가 요인은 부동산 중 거주주택(5.6%)의 증가 영향이 컸다.

◇ “적극 재정으로 사회안전망 키우고, 소득·대출 연계성 높여야”

중소기업이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더 많이 받으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도 커졌다.

지난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코로나19 위기 이후의 성장불균형 평가’ 연구에 따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생산지수에서 3분기 제조업에서는 대기업이 전년동기대비 2.3% 증가한 반면 중소기업은 2.6% 감소했다. 서비스업도 같은 기간 대기업 생산지수는 0.3% 늘었지만 중소기업은 3.6% 감소했다.

2분기에도 대기업의 생산지수는 3.7% 감소한 반면 중소기업은 10.2%나 줄었다. 이 기간 서비스업도 중소기업의 감소폭이 대기업보다 더 컸다.

문제는 내년에도 코로나19 확산과 저금리 기조가 이어져 취약계층 중심 타격과 자산 양극화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31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저출산·고령화가 경제 활력을 제약하는 가운데 코로나19의 차별적인 영향이 부문간·계층간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향후 경제회복이 K자 형태로 전개될 경우 전통적 대면산업을 중심으로 한 영세 소상공인이나 저소득계층은 회복에서 계속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한계기업 증가와 가계·기업의 레버리지 확대는 외부충격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대응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국내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이처럼 높은 상황에서 가계와 기업이 코로나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하겠다”며 “고용안정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점에서 중앙은행도 통화정책 운용 시 마땅히 고용 상황을 중요한 판단요인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2021년에는 정책적으로 개인 간, 기업 간 양극화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처럼 민간수요가 위축돼 있을 때는 정부가 버팀목이 돼야한다.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해서 경제 총수요가 위축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는 일자리를 잃은 이들에 대한 지원 등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불공정 경제를 개선해야 한다. 한국판 뉴딜의 이익을 일부 기득권이 아닌 모든 계층이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초저금리 시기에는 부동산 등 자산이 있는 사람이 유리하다. 정부는 돈이 생산적으로 흐를 수 있도록 금융규제와 신용정책에 나서야한다”며 “소득과 가계대출 간 연계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윤석천 경제평론가는 “중소기업 공정경쟁 기반 보호를 강화하고 재정정책을 통해 어려운 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며 “미국 연준에서는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뿐 아니라 개인에게 직접 지원하는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역할 확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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