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유영민·신현수 등 임명···김상조 정책실장 사의는 반려
법무부·환경부 등 이어 순차적 개각 전망···정권 말기 동력 확보 노력
한국판 뉴딜·공정경제·검찰개혁 등 총력 전망···‘분위기 쇄신’ 효과도

문재인 대통령은 31일 노영민 비서실장 후임에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임명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31일 노영민 비서실장 후임에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임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창원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정권 5년차를 앞두고 개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거개각’을 통해 분위기를 쇄신하는 동시에 주요 경제‧개혁 등 과제를 완수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31일 문재인 대통령은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신현수 전 국가정보원 기조실장 등을 각각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 민정수석 등으로 임명했다. 앞서 노영민 비서실장과 김종호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명한지 하루 만이다.

이와 같은 청와대 개각은 최근 코로나19 재유행, 부동산 정책 논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 등의 영향으로 국정지지율이 낮아지고 있고, 정권 말기 ‘레임덕’(지도력 공백 현상) 가능성도 존재하는 상황을 타개해 나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유 실장과 신 수석 등은 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만큼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한 적임자로 발탁됐다는 평가다.

유 실장의 경우 지난 2016년 20대 총선 당시 문 대통령이 발탁해 정치권에 입문한 대표적인 ‘친문’(親文) 인사이고, 신 수석도 지난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사정비서관으로 활동하며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 대통령과 발을 맞춘 바 있다.

특히 대기업 출신인 유 실장은 평소 합리적이고 온화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야당을 포함한 국회와의 유연한 소통이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가 내년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이는 한국판 뉴딜과 공정경제 관련 정책 등 추진 과정에서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유 실장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빠른 시간 내에 현안들을 잘 정리하고 속도감 있게 실행력을 높이면서 통합·조정을 통해 생산성 있고 효율 있는 청와대 비서실이 되도록 하겠다”며 “무엇보다도 바깥에 있는 여러 정서·의견을 부지런히 듣고 대통령께 부지런히 전달해 대통령을 잘 보좌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 수석은 문재인 정부 들어 첫 검찰 출신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그는 사법시험 26회 출신으로 부산지검, 서울지검, 부산고검, 대검찰청 마약과장 등을 지냈고, 이후에는 청와대 사정비서관,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국정원 기조실장 등으로 활동했다.

또한 문재인 정부 개각 때마다 민정수석, 법무장관, 국정원장 등의 유력한 후보로 지목될 만큼 문 대통령의 신임을 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인 검찰개혁 완수를 위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지난 30일 검찰개혁에 목소리를 높여온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신임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3차 재난지원금 지급, 코로나19 방역 등 현안이 많아 정책실장을 교체할 때가 아니다”라면서, 김상조 정책실장의 사표는 반려했다. 이밖에도 코로나19 이후 경제활성화, 공정경제 관련 정책 등에서 김 실장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문 대통령의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정치권은 내년 1월과 2월 기획재정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의 교체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과제 추진 과정에서 김 실장의 중심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개각이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내년 초 추가 개각이 이뤄지면 사실상 새로운 내각이 구성된다”며 “문 대통령이 차질 없는 국정운영을 위해 균형감 있는 인사 단행에 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은 사실상 정권의 마지막 해이자 재보궐 선거도 예정돼 있는 만큼 정국이 다소 어수선해지면서, 정부 정책과 과제 등에 힘이 빠질 우려가 있다”며 “이에 개각을 통해 정책, 과제 드라이브를 걸기 위한 동력을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31일 유영민 신임 비서실장과 신현수 민정수석이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재진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1일 유영민 신임 비서실장과 신현수 민정수석이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재진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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