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가속화한 오프라인 유통업체 위기···점포 정리와 사업 구조 재편, 파격 인사 잇따른 한해
온라인 사업 확대, 선택 아닌 필수 시대

롯데마트 중계점 후방 자동화 설비. /사진=롯데마트
롯데마트 중계점 후방 자동화 설비. / 사진=롯데마트

[시사저널e=박지호 기자] 백화점,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유통업계에 올 한해는 격변의 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그에 따른 비대면 소비의 증가로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했던 유통업체들이 일부 점포의 영업을 중단하거나 매각하는 동시에 디지털화를 선언했다. 대형마트는 당일배송을 강화했고 백화점도 즉시배송을 시작했다. 

올해가 유통가 중심축이 이커머스로 옮겨간 원년이 된 셈이다.   

이를 방증하듯 올해 신규 출점 역시 과거 대비 대폭 줄었다. 대형마트 중에서는 이마트가 유일하게 신촌점의 문을 열었고, 백화점은 단 한 곳도 신규점을 출점하지 않았다. 반면 사업 구조조정 및 폐점 소식은 잇따랐다. 향후 3~5년 내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 H&B(헬스앤뷰티)스토어 등 오프라인 점포 200개의 문을 닫겠다고 밝힌 롯데쇼핑은 올해에만 그 절반인 100곳이 넘는 점포의 문을 닫았다. 

홈플러스도 안산점, 대전탄방점, 대전둔산점, 대구점 등 점포에 대해 자산유동화를 진행했고, 이마트도 유동성 확보를 위해 최근 가양점 매각을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사업 재편 움직임도 있었다. 올해 이마트는 수익성이 낮은 전문점 사업들을 대폭 축소했다. 롯데자산개발이 운영하던 복합쇼핑몰 사업은 롯데쇼핑에 인수되고, 롭스는 롯데마트 사업부에 편입됐다. 

유통가의 이같은 움직임은 실적 악화에 따른 결과다. 이커머스 업체 부상에 따른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전반의 불황에 코로나19로 인한 악재까지 겹치면서 유통업계는 올해 역대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롯데쇼핑의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2조2284억원으로 전년 대비 8.2% 감소했다. 동기간 영업이익은 57.1% 줄었다. 신세계 3분기 누적 매출액도 전년 대비 25.9% 줄었고, 누적 영업이익은 146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 누적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63.7%나 감소했다. 

실적 부진에 따른 위기감은 인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롯데는 내년도 정기 인사에서 임원 133명을 퇴임시키며 전체 임원 수를 20%가량 줄였다. 신세계도 백화점부문 전체 임원의 20%가량이 퇴임했다. 또 본부장급 임원의 70% 이상을 교체했다. 이마트부문 임원인사에서도 신세계그룹은 전체 임원 수를 약 10% 줄이고 13개 계열사 중 절반 가량인 6곳의 대표를 교체하는 등 쇄신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점포 정리와 사업 구조 재편, 파격 인사는 이같은 사업의 불확실성을 극복하려는 유통가의 처절한 움직임인 것이다. 

오프라인 덩치는 쪼그라들었지만 온라인 사업 개시는 줄이었다. 롯데쇼핑은 계열사 온라인 통합몰인 롯데온을 지난 4월 말 론칭하면서 본격적인 오픈마켓 사업에 뛰어들었다. 동시에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 배송을 위한 거점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롯데마트는 광교점, 중계점을 스마트 스토어로 구축하고 2시간 내 바로배송 서비스를 내놨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SSG닷컴 대표를 겸직하면서 온오프라인 통합 의지를 보였다. 최근 SSG닷컴은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집 근처 이마트에서 상품을 찾아갈 수 있는 클릭 앤 콜렉트(Click & Collect) 형태의 비대면 픽업 서비스의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신세계백화점도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일환으로, SSG닷컴에서 주문한 상품을 백화점 지하 1층에 마련된 픽업 전용 공간에서 찾아가는 서비스를 내놨다. 

현대백화점도 전문 식당가나 델리 브랜드 매장에서 즉석 조리한 식품을 주문 1시간 내에 배송지로 직접 배달해주는 바로투홈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압구정본점·무역센터점·천호점 등 백화점 전국 10개 점포와 송도점·동대문점 등 아울렛 4개 점포에서 운영 중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격 경쟁에 불이 붙었던 지난해를 지나 코로나 시국을 맞은 올해는 온라인 사업이 유통업계 화두였다. 유통업계의 온라인 전환은 하면 좋은 것이 아니라 안하면 손해인 시대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