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양극화’, ‘대형화’, ‘고도화’되는 불법 웹툰 사이트
[시사저널e=원태영 기자] 불법 웹툰 시장 규모가 3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웹툰으로 인해 신규 작품 숫자가 줄어드는 등 웹툰 시장이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불법 사이트 이용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불법 웹툰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인식 전환 캠페인 역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최근 발표한 ‘2020 웹툰 사업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웹툰 불법유통시장 피해 규모는 약 318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2017년 웹툰 시장 순매출 침해규모 577억원 대비 약 5.5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특히 2019년 전체 웹툰 플랫폼의 트래픽 총합이 약 330억 PV로 집계된 상황에서, 한국어로 서비스된 웹툰 불법복제 유통 사이트의 불법 웹툰 PV 총합 역시 약 326억 PV로 집계됐다. 사실상 합법 웹툰 PV와 불법 웹툰 PV간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불법 웹툰 플랫폼의 등장은 국내 웹툰 산업의 경쟁력을 크게 낮추고 있다. 지난 2016년 35개에 달하던 합법 웹툰 플랫폼은 2018년 40개를 기록한 이후 점점 감소하는 추세로, 2020년 기준 33개로 줄어든 상태다. 특히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던 신규 작품 수 역시 2016년 2066편으로 정점을 찍었으나 2017년 웹툰 불법복제 사이트 ‘밤토끼’ 등의 등장으로 작품 제작 편수가 확연하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2017년 1599개로 작품 수가 크게 감소하더니, 2018년 1440개, 2019년 1507개를 기록 중이다.
반면 불법 웹툰 사이트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6년 한글로 서비스된 불법 사이트는 3개에 불과했으나 2017년 110개로 증가, 2018년에는 145개, 2019년에는 244개까지 증가한 상황이다. 특히 2020년 현재 웹툰 불법 플랫폼의 변화는 ‘양극화’, ‘대형화’, ‘고도화’ 3가지로 요약된다. 상위 사이트 10%가 전체 트래픽의 90%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웹툰 불법복제 사이트 간의 통합을 통한 대형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아울러 각 불법 플랫폼들은 적극적인 불법복제 모니터링 회피 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에 대해 가장 큰 문제는 ‘웹툰=무료’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인식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많은 소비자들이 불법 웹툰 사이트를 통해 웹툰을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소비자는 “웹툰은 원래 공짜로부터 시작했다는 인식이 그렇게 박혀서. 원래 시작부터 공짜였으니까 돈 내고 봐야한다는 생각이 안 드는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다른 소비자도 “웹툰은 다음화가 궁금하기는 한데 이게 엄청나게 긴 것도 아니고 웹툰 자체가. 돈을 내고 보기에는 아깝다,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콘진 관계자는 “웹툰은 공짜라는 인식이 불법 이용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며 “특히 만화나 웹툰의 경우 소비하는 입장에서 이용하기에 콘텐츠 길이가 짧고 창작에 비용이 적게 들어간다는 생각에 공짜로 이용하려는 생각이 높다.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보는 것이 당연하다는 이른바 ‘도덕적 해이’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불법 웹툰 근절을 위해 불법 사이트의 문제성을 인지할 수 있는 인식전환 교육, 불법 사이트 이용 처벌 수위 강화, 반복 이용을 위한 다운로드와 소장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콘진 관계자는 “청소년에게 불법 유통 사이트의 문제에 대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캠페인성 교육이 절실한 것으로 보인다”며 “아울러 불법 유해 사이트 이용 시 이용자 차원의 처벌이 보다 강화돼 ‘사이버 범죄도 오프라인 범죄만큼 위중한 불법성을 가진다’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플랫폼 차원에서도 반복 이용을 위한 다운로드와 소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많은 만큼, 관련 비즈니스 모델 개발 역시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