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G 장르 벗어나 다양한 장르의 게임 만들어야

[시사저널e=원태영 기자] 현재 국내 게임시장은 크게 두가지로 요약된다. 바로 모바일과 MMORPG다.

RPG는 역할수행게임(Role Playing Game)의 약자다. 말 그대로 게임 이용자가 이야기 속 캐릭터들을 연기하며 즐기는 게임을 말한다.

그러나 한국형 RPG들은 역할수행이라는 본연의 의미보다는 남들보다 강한 캐릭터를 육성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있다. 어느순간 역할수행을 통한 즐거움보다는 ‘강함’ 그 자체가 목적이 돼 버린 것이다.

이는 게임사들이 의도한 결과다. 유저들로 하여금 남들보다 강해지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해 과금을 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게임사들의 정교한 설계로 인해 MMORPG 장르 매출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면서 다른 장르들이 모두 쇠퇴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캐주얼게임 전성시대였다. 아울러 그동안 PC 온라인게임에서 시도되지 못했던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왔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는 모바일게임 제작비가 PC게임에 비해 저렴했기 때문에 가능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어느순간부터 대형 게임사들이 모바일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많이 드는 RPG가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게임사들은 유저들의 성장 욕구를 자극했고, 이는 곧 매출로 이어졌다.

이에 중견 게임사들도 다른 장르 대신 이른바 돈이 되는 RPG 장르에 뛰어들기 시작했고, 결국 지금과 같은 모바일 RPG 천하가 완성됐다.

혹자는 말한다. 돈되는 게임을 만드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다른 장르는 일절 포기한채 RPG만 주구장창 만드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특히 지금과 같은 글로벌 시대에 한 가지 장르에만 집중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실제로 MMORPG는 한국이나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 유독 인기가 높은 장르다. 북미나 유럽 등에서는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e스포츠가 2022년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가운데, 우리나라는 e스포츠에 내놓을 만한 게임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이역시 상당수 게임이 RPG 장르에 편중돼 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이 RPG 편중 현상이 계속 이어진다면 국내 게임산업은 심각한 ‘갈라파고스화’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지 못한채 국내에서만 소비되는 게임이 계속해서 만들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그 어느때보다 전 세계인들이 관심이 게임에 집중된 지금이 새로운 장르의 게임을 선보일 절호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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