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2월 초에 환율 1080원까지 떨어지며 하락세···11월 수출물가지수도 전년 대비 4% 감소
중소기업 62%는 "환율 하락으로 채산성 악화"···안정적 환율 운용·업종 맞춤형 환관리 컨설팅 필요

부산항 신선대 컨테이너 터미널 사진. / 사진=연합뉴스
부산항 신선대 컨테이너 터미널 사진.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차여경 기자] # 부산에서 화장품과 가정용 미용기기를 수출하고 있는 김아무개씨는 하반기가 대목이다. 블랙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 등 주요 행사들이 겹치면서 일본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구매율이 많다. 하지만 올해 11월~12월초까지 환율이 급하락하면서 순이익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김씨는 “화장품의 경우 저렴하게 대량으로 팔아야 수익이 나는데 달러 값이 떨어져 순이익이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수출 중소기업들의 채산성(경영에서 수지‧손익을 따져 이익이 나는 정도)이 타격을 입었다. 수출물가지수도 8월부터 계속 하락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원부자재 가격이 오르고 매출 타격이 큰 상황에서 환율하락으로 인한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환율은 코로나19로 해외 주요국에서 양적 완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원화 강세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12월 초에는 1달러 환율이 1080원까지 떨어졌다. 환율은 1000원대 후반대를 계속 유지하다가 미국이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며 지난 21일 1100원대로 다시 회복했다. 하지만 여전히 중소기업이 영업이익을 내기엔 역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출물가지수도 떨어졌다. 한국은행의 ‘2020년 11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물가지수는 91.96으로 11월 수출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감소했다. 직전 10월 대비 0.8% 하락했다. 수출물가지수는 8월부터 넉 달 연속 하락하고 있다. 수출물가는 완화기준으로 집계돼 평균 환율이 하락하면 상품 가격이 함께 떨어진다.

중소기업들은 환율 하락으로 채산성이 악화됐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62.3%가 환율이 하락하면서 경영상 순이익이 악화됐다고 응답했다. 환율이 10% 하락할 때 영업이익률 타격이 대해 중소기업 32.3%는 10%p 이상 하락한다고 답했다. 뒤이어 7~10%p 하락이 25.0%, 4~7%p 하락이 25.0% 순이었다.

수출 중소기업은 적자를 보기 시작하는 손익분기점 환율을 1달러당 1118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환율이 1000원대 후반~1100원대 초반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손실을 보는 수출 중소기업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환율 하락과 더불어 코로나19로 인한 매출감소가 수출 중소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자금 사정이 지난해와 비교해 악화했다는 응답이 46.3%에 달했다. 자금 사정이 악화한 원인으로는 판매 부진(87.3%), 원·부자재 가격 상승(29.2%), 인건비 상승(19.9%), 판매대금 회수 지연(12.7%) 등의 순이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22일 중소기업 환병동 위험관리 지원을 위해 선물환변동 보험료를 최대 45% 할인해주기로 하고, 기존 보험·보증 상품의 가입 한도를 최대 1.5배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수출액이 100만 달러 이하 수출 소기업에는 환변동 보험상품의 이용 한도 증액 요건을 ‘수출액 30% 이상 증가’에서 ‘수출액 10% 이상 증가’로 완화한다.

하지만 일부 소규모 중소기업의 경우 환변동 보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한 일부 수출 물품은 호조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업종별로 입는 타격이 달라 맞춤형 컨설팅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대기업이나 완성차 업계와는 달리 환율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관리팀이나 해외 지사가 없고, 가격 경쟁력이 필요한 제품들이 많아 환율 영향을 더 받는다”라며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심한 가운데 수출 중소기업의 채산성 악화를 막을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소기업의 주요 수출품은 제조업 원부자재, 섬유, 화장품 등이다. 이들은 모두 환율변동에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이라며 “안정적인 환율 운용을 위한 정부 조치와 함께 환관리 전문 인력지원, 해외 바이어 알선 등 구체적인 사업이 업종 맞춤형으로 이뤄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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