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우승주역 꼽힌 김택진···“모기업·구단·연고지·팬 모두 만족시킨 구단주”
외부지원 불가피 야구단 운영···히어로즈 팬사찰·구단사유화 논란 “허민, 자격 없어”

김택진 NC소프트 대표,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김택진 NC소프트 대표(왼쪽)와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야구판에 뛰어 든 IT부호의 희비가 엇갈린 모습이다.

주인공은 김택진 NC소프트 대표와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다. 이들은 재벌 구단주 중심인 국내 야구계에서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는 평을 얻어왔다. 다만 최근엔 처지가 사뭇 다르다. 김 대표가 구단주로서 NC소프트 우승의 견인차가 된 반면, 허 대표는 갑질 등 갖은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 프로야구는 1982년 6개 구단으로 출범했다. 1986년과 1991년 7·8구단이 창단됐다. 2011·2013년 NC다이노스와 KT위즈가 창단되며 현 10개 구단 체계가 구축됐다. 독재정권의 우민화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된 탓에 국가주도형 프로리그가 출범하다보니 자연스레 재벌들의 참여가 독려됐다. 현재도 대기업의 참여가 주를 이룬다.

재계 1~5위 그룹이 대표적이다. 출범 원년부터 야구단을 운영해 온 삼성(삼성라이온즈)을 비롯해 현대자동차(기아타이거즈), SK(SK와이번즈), LG(LG트윈스), 롯데(롯데자이언츠) 등이 야구단을 소유했다. 한화이글스·KT위즈·두산베어스 등도 재계 15위권 내 기업집단 소속의 야구단이다. 이에 빗겨난 야구단은 단 두 곳뿐이다. NC다이노스와 키움히어로즈다.

9번째 구단인 NC다이노스의 모기업은 NC소프트다. 9구단 창단에 도전했을 당시, 연매출 1조원이 안 되는 회사가 안정적인 야구단 운영이 가능하겠냐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이에 김 대표가 “개인재산만으로도 100년 운영이 가능하다”고 언급한 일화가 여전히 회자된다. 히어로즈는 야구단 자체가 하나의 기업이다. 팀명 앞의 ‘키움’은 키움증권과 스폰서십을 체결함에 따라 명명된 것으로 앞서 넥센타이어의 후원을 받을 당시에는 ‘넥센히어로즈’라 불렸다.

기존 야구단들과 다른 행보를 보인 이들 두 구단에 김 대표와 허 대표가 몸담고 있다. 김 대표는 NC다이노스의 구단주며, 허 대표는 히어로즈 이사회의 의장직을 맡고 있다. 한강의 기적으로 부를 축적한 기존 재벌들과 달리 2000년을 전후해 IT사업에서 막대한 부를 일군 신흥 부호이자, 야구광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닌 두 사람희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린 상황이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김 대표는 ‘가능할까’란 의문부호 속에서 야구단 운영을 시작했으나, 올 시즌 NC다이노스 우승의 주역 중 한 명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반전을 일궜다”면서 “연고지 창원에 녹아들기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펼쳤을 뿐만 아니라, 우승 직후 리니지에 등장하는 ‘집행검’ 퍼포먼스를 연출해 NC소프트와 구단 이미지 개선 제고에도 역할이 컸다”고 시사했다.

 

지난달 24일 2020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NC다이노스 선수들이 모기업 NC소프트의 온라인게임 리니지 집행검을 들어 올리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4일 2020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NC다이노스 선수들이 모기업 NC소프트의 온라인게임 리니지 집행검을 들어 올리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허 대표와 관련해 그는 “미국 독립야구단에 입단해 선수로 활약하고 한국에서 독립구단 고양원더스를 창단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며 야구단 바깥에선 다소 호의적이었지만, 내부에선 그렇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면서 “고양원더스 운영할 당시에도 야구발전이 아닌 승리에만 집착한 그릇된 운영방식을 선보이다 갑작스레 팀을 해체하더니, 히어로즈에서도 선수들에 갑질 행태가 논란이 돼 야구계 바깥보다 내부에서 호된 비판을 받는 상황”이라 귀띔했다.

지난 6월 키움히어로즈 2군 훈련장을 방문한 허 대표는 훈련을 마친 일부 선수들에 잠시 남으라 지시한 뒤, 캐치볼을 하고 자신이 마운드에 올라 던진 공을 쳐보라고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2군 선수들뿐 아니라 1군 선수들과도 허 대표 개인의 흥미를 돋우기 위한 일종의 ‘야구놀이’를 실시했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야구팬들의 공분을 샀다.

특히 6월에 논란을 빚었던 2군 연습장 야구놀이의 경우 한 야구팬이 이를 촬영해 언론에 제보해 논란이 촉발됐다. 최근 이택근 선수가 구단 측이 CCTV를 이용해 해당 팬이 누군지 사찰하고, 본인에게 해당 팬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해 더 큰 파장을 일으켰다. 특히, 이 선수는 “해당 지시를 내린 구단 관계자가 허민 의장 심기를 운운했다”고 주장해 이번 사찰지시의 배후에 허 대표가 존재함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히어로즈 측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이후 이 선수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KBO의 자체적인 조사가 진행 중이다. 야구계가 이번 허 대표의 야구단 사유화 논란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는 또 있다. 허 대표가 이사회 의장직을 넘어 히어로즈 구단주로 발돋움하는 듯한 행보를 보인 이유에서다.

현재 히어로즈의 최대주주는 이장석 구단주다. 현재 이 구단주는 횡령혐의로 실형을 살고 있다. 이후 이사회 의장에 취임한 허 대표는 본인 측근들을 구단 요직에 임명해왔다. 이에 구단 안팎에서는 ‘이장석 지우기’에 돌입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야구놀이·팬사찰 논란이 더해지면서, 앞서 갑작스레 고양원더스를 해체시켰던 허 대표의 구단주 등극에 야구계가 반대 의사를 피력하게 된 셈이었다.

야구계 관계자는 “두산베어스 등 소수 구단을 제외하면 흑자를 기대하기 힘든 사업구조”라면서 “올 시즌과 내년 시즌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막대한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연히 사회적 공헌활동의 일환으로 묵묵히 야구단을 지원·지지하는 구단주를 야구계가 환영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의미였다.

또 그는 “허 대표와 같이 야구단을 개인의 전유물로 인식하고 개인의 흥미위주로 야구단 운영에 접근하는 행태가 야구계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재벌·비재벌 여부는 중요치 않다”면서 “적어도 김택진 대표와 같이 모기업과 야구단, 연고지와 팬 모두가 상생하고 함께 웃을 수 있는 환경조성에 노력하는 이가 구단운영에 참여하길 바랄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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