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우체국과 손잡고 내년 중 상품 판매·배송서비스 확대 나서
수익성 강화 기조 11번가, 외형 확대 본격 시동

[시사저널e=박지호 기자] 네이버, 쿠팡, 이베이코리아에 이은 국내 이커머스 업계 4위 사업자인 11번가가 외형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11번가는 최근 아마존, 우체국택배와 손잡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직구 상품과 익일 배송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와 쿠팡 두 축으로 굳어지고 있는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 게임체인저로서 다시금 존재감을 키우려는 것이다. 

지난달 11번가의 모회사인 SK텔레콤은 아마존과 이커머스 사업 혁신을 위해 협력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11번가에서 아마존 상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게 된다는 게 11번가가 유일하게 밝힌 양사 협력의 구체적인 내용이다. 상세한 서비스 내용에 대해서는 향후 론칭 준비가 된 이후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SKT와 아마존의 협력을 두고 OTT, 멤버십 등 다양한 차원에서 해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그중 이커머스 분야에서 11번가가 취할 수 있는 이점은 분명하다. 11번가 이용자는 이르면 내년부터 아마존 제품을 아마존이 아닌 11번가 사이트에서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해외 사이트 방문에서 발생하는 언어 장벽이 허물어짐에 따른 고객 유입이 예상된다. 

현재 무료배송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쿠팡 로켓직구의 경우, 보통 7일의 배송기간이 소요된다. 아마존의 글로벌 물류망 활용 등 양사 협력이 배송 시간을 획기적으로 앞당긴다면 쿠팡 직구 수요를 빼앗아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외 가격과 상품 가짓수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11번가의 거래액·매출액 등 외형 확장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이유다. 

아울러 배송서비스도 강화한다. 네이버가 CJ대한통운과 손잡고 24시간 이내 배송을 선보인 것과 같은 방식으로, 11번가는 우체국택배와 손잡았다.  

11번가는 우정사업본부 3800여평 규모의 대전우편물류센터를 통해 판매자 상품을 입고·보관·출고·반품·재고관리하는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매일 자정 전까지 주문한 상품에 대해 다음날 받아볼 수 있는 24시(자정) 마감 오늘발송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로써 11번가에서 당일 24시 이내에 주문한 상품을 익일 배송 받아볼 수 있게 됐다.

현재 11번가는 판매자가 매일 오후 3시에서 오후 8시 사이로 주문 마감시간을 설정하고 주문 당일 발송하는 상품을 모아 놓은 ‘오늘 발송’ 탭을 별도 운영하고 있다. 일부 물량의 경우 파주에 위치한 11번가의 자체 물류센터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해 오후 5시와 8시 주문 마감기준으로 당일 발송하고 있다. 상품 가짓수에서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번 협력으로 11번가에서도 이른바 쿠팡의 로켓배송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간 11번가는 수익성 우선 기조를 유지해왔다. 실제 지난해 11번가는 연간 흑자를 달성하기도 했다. 상장이라는 장기 목표를 위해서다. 지난 2018년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로부터 5000억원의 투자를 받으면서 2023년까지 상장을 통한 투자금 회수를 약속한 바 있다. 

동시에 직매입을 본격적으로 축소하면서 매출액은 줄어들었다. 2018년 1700억원대였던 11번가 분기 매출액은 올해 1200억~1300억원대로 감소했다. 다만 이같은 상황은 아마존, 우체국과의 협력으로 반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T는 11번가를 ‘글로벌 유통허브 플랫폼’으로 키우겠다고 밝힌 바도 있다. 

양사와 추진중인 협력의 본 시작은 내년부터다. 올해 폭발적인 성장세에 오른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 11번가가 지각변동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아마존이 아마존 재팬으로 일본 시장에 직진출하며 최상위 사업자가 된 것처럼, 국내서도 직진출은 아니지만 글로벌 물류망과 소싱력 등 경쟁력을 바탕으로 업계 우위에 서는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고 말했다. 

/사진=11번가.
/ 사진=11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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