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MBC 고발다큐 ‘그 쇳물 쓰지 마라’ 방영 직후 신청 이어져···사내 반향 커
교섭권 쥔 한국노총 포스코노조 “악마의 편집”···포항지역 피해 안기겠단 엄포도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제철소 암 발생비율 높아···전수조사·산재신청 적극 나서야”

포스코 노동자. /사진=연합뉴스
포스코 노동자.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포스코 포항제철소 노동자 8명이 직업성 암 발병을 이유로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을 신청했다. 최근 포항MBC의 특집 다큐멘터리 ‘그 쇳물 쓰지 마라’ 방영과 함께 제철소 내 근무자들의 암 발병이 포스코와 포항지역에 새로운 화두를 던진 직후였다. 이번 사안을 놓고 포스코 내 양대노조가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포스코에 처음으로 노조가 설립된 것은 지난 1988년이다. 조합원 1만8000명 규모로 외형을 키웠지만, 1991년 노조 간부의 금품수수 비리의혹이 불거지며 와해됐다. 이후 30년 가까이 사실 상 무노조 경영이 이어져 온 포스코에 노조가 재차 설립된 것은 지난 2018년 9월 27일이다. 이날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한국노총 소속의 두 포스코 노조가 설립됐다.

이후 복수노조 체계가 이어졌다. 사측으로부터 교섭권을 확보한 쪽은 한국노총 소속의 ‘포스코노동조합’이다. 교섭권을 얻지 못한 금속노조 포항지부 포스코지회는 이견을 드러내며 갈등이 이어져왔다. 올해 임금단체협상 과정에서도 한국노총 포스코노조는 고용안정을 조건으로 임금동결에 합의했으나, 금속노조 포스코지회가 “짬짜미 합의”라며 반발한 바 있다.

포항MBC의 다큐멘터리 방영 이후 행보도 달랐다. 포스코지회는 8인의 산재신청을 주도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제철소의 직업성 암 발생률이 매우 높은 만큼, 전수조사와 산재신청에 적극 나서야 한다”면서 “포스코가 안전한 일터가 아닌 만큼, 재해 당사자이자 위험을 가장 잘 아는 노동자 요구를 수용하라”고 지적했다.

반면, 포스코노조는 해당 다큐멘터리가 왜곡과 악마의 편집으로 노동자의 자긍심을 상실시켰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급기야 성명을 통해 “포스코의 포항지역 투자를 원천 차단하고, 포항에서의 소비를 전면 중단할 것이며 포스코 직원·자녀 주소지를 타 도시로 이전하겠다”고 선언했다. 포항MBC의 그릇된 보도에 따른 피해가 포항 주민들에 전가될 것이란 경고였다.

이후 포항MBC가 정규뉴스를 통해 “포스코의 지역사회투자와 사회공헌활동은 포항 시민의 희생과 사랑으로 성장한 포스코의 당연한 의무이자 책무”라면서 “노조가 특정 방송사의 다큐를 문제삼아 포항시민과 포항시를 볼모로 협박하는 행태를 납득하기 힘들며, 수십년간 묻혀 온 철강 노동자들의 직업병 실체를 드러내는 정당한 보도였다”고 반박하면서 갈등이 심화됐다.

금속노조 소속의 포스코지회는 “해당 다큐를 통해 외면됐던 철강노동자들의 실태가 드러날 수 있었다”고 옹호하면서 사측에 전수조사를 요구하게 된 반면, 교섭권을 쥔 한국노총 포스코노조는 해당 방송을 두고 “노동자의 자긍심을 상실시켰고, 포항을 살지 못할 도시로 이간질시켰다”고 폄훼하며 강경한 자세를 취했다. 두 노조의 갈등이 고조될 여지가 커진 셈이다.

급기야 포항 지역 여론도 양분되기에 이르렀다는 전언이다. 포스코노조의 경고와 같이 지역경제가 더욱 어려워 질 수 있음을 우려하며 해당 다큐의 방영이 온당치 못했다는 지적이 대두됐다. 가족이나 지인 중 제철소 근무인력이 많은 포항지역 특성을 감안해 경북도와 포항시가 제철소의 직업성 암 발병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직업성 암 산업재해 보상을 신청한 8명은 폐암 4명, 루게릭병 2명, 폐섬유증 1명, 세포림프종 1명 등이다. 연령대는 만 58세에서 69세 사이 환자들이다. 포스코지회는 “지난 10년 간 포스코에서 직업성 암으로 산업재해 신청사례는 4건이며, 이 중 3건이 승인됐다”면서 “직업성 암은 노출된 후 10~40년 후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한편, 이번 집단 직업성 암 산재신청의 단초가 된 해당 다큐는 전국적으로 방송되진 않았지만, 유튜브 등을 통해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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