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덴셜생명, KB금융에 인수된 후 첫 희망퇴직 단행
KB금융의 생보사 통합 앞둔 포석이란 분석도
오렌지라이프, 하나손보 희망퇴직 가능성에도 업계 관심↑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계열의 생명보험사 임직원 현황. / 이미지=김은실 디자이너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계열의 생명보험사 임직원 현황. / 이미지=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용우 기자] 금융지주의 보험 계열사에서 희망퇴직이 시작됐다. 현재 지주 내 은행들은 점포 감축과 맞물려 조직 슬림화를 위한 희망퇴직을 단행하고 있다. 이와 달리 지주 산하 보험사들은 최근 인수합병된 후 기존에 있던 보험사와의 원활한 통합을 위해 희망퇴직을 진행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당장 희망퇴직을 실시하지 않는 지주 계열 보험사도 차후 인력 감축을 위해 희망퇴직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푸르덴셜생명···희망퇴직 대상자에 기본급 36개월 분 제시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에 인수된 푸르덴셜생명이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다. 오늘까지 진행하는 희망퇴직 대상은 수석급 이상 직원으로 1977년 이전 출생자 또는 20년 이상 근속자다. 퇴직 신청자는 최대 3년 치에 달하는 기본급을 한 번에 받을 수 있다. 푸르덴셜생명에 따르면 희망퇴직자는 근속 연수 등에 따라 기본급 27~36개월 치를 받고 기타 생활안정자금도 별도로 받는다.

보험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푸르덴셜생명이 국내에 진출한 이후 30년 동안 한 번도 희망퇴직 등의 인력 감축을 시도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이번 희망퇴직은 올해 8월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한 후 KB생명과의 원활한 통합을 위한 밑작업으로 풀이된다. 다만 푸르덴셜생명 측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업황 악화로 비용감축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KB생명도 마찬가지로 지난 10일까지 정규직 지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1966~1976년에 태어난 정규직 직원 중에서 합의 퇴직 신청자가 대상이다.

올해 9월 말 기준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의 임직원은 각 347명, 566명으로 총 913명에 달했다. 현재 보험업계가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영업이 중단되다시피 한 상황에서 KB생명과 통합될 경우 중복 인력이 생기고 영업 혼란이 발생할 수 있어 미리 인력 감축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신한금융지주 보험 계열사인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생명도 KB금융과 비슷한 고민을 하는 상황이다.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은 당분간 독립된 법인 형태로 운영될 계획이지만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경우엔 통합 시기가 내년 7월로 정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앞서 2018년 신한생명이 오렌지라이프와의 합병을 앞두고 2년 만에 희망퇴직을 진행했고, 이후 두 회사가 희망퇴직을 진행하지 않아 앞으로 인원 정리를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두 보험사가 통합될 경우 임직원 수는 생보업계 4위로 올라선다. 올해 9월 말 기준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임직원은 각각 1254명, 759명으로 총 2013명이다. 두 회사가 통합되면 빅3인 삼성생명(5209명), 한화생명(4085), 교보생명(3858) 다음으로 임직원이 많아진다. 

다만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희망퇴직에 대해 아직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다. 생보협회에 따르면 두 보험사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각 1235억원, 2046억원으로 단순 합산을 해도 한화생명(2412억원), 교보생명(4676억원)과 비슷해져 당장 비용 감축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종합 디지털사 지향한 하나손보···인력 감축 이슈 생기나

하나금융지주가 지난 8월 14번째 자회사로 출범시킨 하나손해보험(구 더케이손보)의 희망퇴직에도 업계 관심이 쏠린다. 일단 올해 하나금융이 더케이손보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더케이손보 임직원에 희망퇴직을 실시할 때 노조와 사전협의를 거치겠다고 한 만큼 당장 인력 감축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하나금융이 하나손보를 디지털 종합손보사로 만들겠다고 밝힌 만큼 차후 인력 감축 필요성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올 9월 말 기준 하나손보의 임직원은 682명이다. 실적을 보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55억원 순손실을 기록해 비용 감축 이슈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한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 관계자는 “지주사마다 비은행 부문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하는데 보험사들의 수익성은 갈수록 개선되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인수합병 이후 희망퇴직을 통한 인력 조정 가능성이 높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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