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사찰, 감찰·수사방해 등 6개 사유 인정
尹 절차적 위반 주장에 징계위 “위법 없다”···尹 “불복, 행정소송 제기”
추미애 장관 제청에 문재인 대통령 재가 수순···“더 이상 총장직 수행 불가”
尹 두 번째 징계, 2013년에도 정직1월···국정원 수사 및 직무상의무 위반

윤석열 검찰총장이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2차 심의가 열리는 지난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2차 심의가 열리는 지난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검사징계위원회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정직2월의 징계를 의결했다. 징계위는 윤 총장 측이 지속적으로 제기한 절차적 위반 주장 모두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 총장 측은 행정소송을 통해 불복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제청과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가 남아있으나, 윤 총장은 더 이상 직을 수행하기 어려워 보인다.

징계위는 15일 오전 10시 34분께 심의를 시작해 16일 오전 4시를 넘기며 17시간 30분에 걸친 회의를 한 끝에 정직 2개월 처분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윤 총장은 2개월간 직무 집행이 정지되고 보수도 받지 못한다.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는 이번이 처음이다.

◇ ‘판사사찰’ 혐의 등 징계사유 인정···언론사 사주 만남·부적절 언행은 ‘불문(不問)’

윤 총장의 징계 혐의 중 핵심으로 꼽혔던 ▲주요 사건 재판부 문석 문건의 작성 및 배포(판사사찰) 혐의는 징계사유로 인정됐다. 징계위는 검찰이 조직적으로 판사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할 법적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데도 판사사찰을 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 형사 고발 등 계획은 알려지지 않았다.

징계위는 또 ▲채널 A사건 관련 감찰 방해 ▲채널A 사건 관련 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부적절한 언행 등의 위신 손상 등 혐의까지 총 4개의 혐의를 징계사유로 판단했다.

징계위는 아울러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교류 ▲감찰에 관한 협조의무 위반 등 감찰 불응 사유 또한 징계사유가 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징계사유가 있으나 징계사유로 삼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해 불문(不問) 결정했다. 검사징계법(제18조 제3항)은 징계사유가 되더라도 처분을 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최종 의결에는 포함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가 사회적·정치적으로 논란이 큰 만큼 향후 예상되는 행정소송에서 실체적 절차적 위법 및 양형부당 등 징계처분이 취소될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린 결론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징계위는 ▲채널A 사건 감찰 관련 정보 유출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감찰 관련 감찰방해의 사유는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 결정했다고 밝혔다.

징계위는 윤 총장 측의 절차적 하자 주장에 대해서도 짧막한 입장을 덧붙였다. 징계위는 “충분한 감찰기록 열람등사 및 심리기일 지정, 증인신문권 보장 등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절차적 권리와 방어권 보장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며 “징계위 절차에 있어 위법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징계청구 이전 감찰조사 과정의 절차적 논란 사안이 징계청구 자체를 위법하게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 윤석열 “실체 없는 사유로 내쫓아” 반발···법적대응 선언

윤 총장은 징계위의 결정이 위법·불공정하다며 불복 의사를 밝혔다. 윤 총장은 서울행정법원에 징계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집행정지 신청과 징계를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낼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은 16일 특별변호인 이완규 변호사를 통해 입장을 내고 “임기제 검찰총장을 내쫓기 위해 위법한 절차와 실체 없는 사유를 내세운 불법 부당한 조치”라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과 법치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밝혔다. 윤 총장은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잘못을 바로 잡을 것”이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전날 회의장에서 퇴장한 뒤 취재진에게 “누명과 무고를 벗어보려고 많은 노력을 했지만 절차가 진행되는 것을 보니 저희들의 노력과는 상관 없이 이미 (결론이) 정해져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징계 절차 자체가 위법·부당하기 때문에 승복할 수 없다. 그에 따른 대응을 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 문 대통령의 결정 남아···검찰 내 반발 후폭풍도 예상

윤 총장의 징계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제청과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로 집행된다. 추 장관은 이날 중으로 징계를 제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철승 한국입법학회 회장(변호사)은 SNS를 통해 “이제는 윤석열과 문재인의 시간이다”고 평가했다. 정 회장은 “한 조직의 수장이 중징계를 당한 상태에서 수장의 령이 설 리가 없으니 그(윤 총장)는 당연히 사퇴해야만 할 것이다”며 “그렇지 않고 계속 불복하면서 행정소송 등으로 징계처분의 위법성을 주장한다면 그는 자신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한 정부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다”고 썼다. 정 회장은 문 대통령이 결단을 통해 이번 사태를 정리하고 코로나19 극복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검찰 내부에선 징계위 의결을 비판하는 주장들이 나왔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징계위원 구성을 볼 때 결과가 정해져 있었다고 보인다”며 “실체적 절차적 하자가 많다고 생각되지만, 총장이 당장 직을 수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 행정소송의 실익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는 “징계위가 정치적인 결론을 내렸다는 평가가 상당하다”며 “정직 뒤에는 공수처를 동원해 어떻게든 윤 총장을 기소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윤석열 두 번째 징계···국정원 수사 관련 지시위반 외 ‘직무상의무 위반’도 포함

한편 윤 총장은 지난 2013년(수원지검 여주지청장 시절) 정직 1월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대한민국 관보에 따르면 윤 총장의 당시 징계사유는 총 3가지다. 서울중앙지검장의 지시에 반해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체포영장,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해 집행하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공소장변경을 신청한 징계사유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윤 총장은 2013년 정기재산변동사항 신고 시 배우자 명의의 토지 등 총 9건 합계 5억1000여만원의 재산을 중대한 과실로 잘못 신고해 검사로서의 직무상의무를 위반한 혐의 또한 받았다.

2017년 국정감사에서 당시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지금 말씀하신 사안(국정원 수사)으로 좌천된 것이 아니고 그 이후에 다른 부적절한 일들이 있었다”며 “그것으로 징계를 받은 일이 있고 그것 때문에 아마 본인이 원하지 않는 보직으로 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단편을 볼 것이 아니라 전반을 살펴보셔야 되고 제가 그런 취지로 지금 말씀을 드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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