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원 설립 51년 만에 한국부동산원으로···그동안 ‘비현실’ ‘오류’ 공시가격·통계분석 등 지적받아
5년 새 ‘시장 관리’ 비중 크게 늘어···과학적인 조사 방식 필요·부동산 정책 지원 역할 등 ‘주문’

한국감정원에서 명칭을 바꿔 출범한 한국부동산원 전경 / 사진=한국부동산원
한국감정원에서 명칭을 바꿔 출범한 한국부동산원 전경 / 사진=한국부동산원

[시사저널e=이승욱 기자] 공기업 한국감정원이 출범 51년 만에 ‘감정평가’라는 이름표를 완전히 떼고 ‘한국부동산원’으로 재출범하면서, 부동산 시장 전문 공공기관으로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부동산 시장의 감시자로서 소비자 권익 보호와 함께 현실적이고 과학적인 가격 공시와 통계‧조사 등을 통해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한국부동산원(원장 김학규)은 지난 10일 대구 동구 신서동 본사에서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비대면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부동산원의 전신인 감정원은 지난 1969년 정부와 산업은행, 시중 은행이 공동 출자해 설립됐다. 

감정원 설립 후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으로 부동산 공시가격 조사와 함께 감정평가를 주된 업무로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민간 감정평가협회와의 영역 충돌과 갈등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에 따라 공적 기능에서 감정평가를 제외하고 부동산 시장 관리 전문 공공기관으로서 역할을 꾸준히 요구받아 왔다. 

◆ 5년 새 공적 평가 수입은 0%···시장 관리 분야 40% 비중 차지

이후 지난 2016년 1월 부동산 감정평가 선진화 방안 중 하나로 당시 감정원법이 제정된 후 감정평가 업무는 법상 제외됐다. 이후 부동산 가격 공시와 부동산 거래 가격 등 각종 통계‧조사 등 부동산 관련 공적 기능만을 담당하도록 기능 조정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9월 감정원법이 공식 발효된 후 감정평가와 관련한 사업 매출(수입)은 점차 줄었고 지난해에서는 전체 매출 중 1% 미만을 차지했다. 

11일 공공기관 공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부동산원의 2015년 결산 기준 감정평가 등 공적평가 매출(수입)은 480억3800만원으로 전체 매출 대비 35%를 차지했다. 통계‧조사 분야 24.8%(216억1700만원)와 시장관리 24.5%(336억8400만원) 24.5%, 가격 공시 15.7%(216억1700만원)보다 매출 비중이 컸다. 

하지만 2016년 감정원법 개정 후 감정평가가 주를 이루는 공적 평가 분야 사업이 줄면서 2019년 결산 기준 공적평가 매출(수입)은 1% 미만인 1600만원에 불과했다. 대신 시장관리 분야가 가장 많은 40%(650억5500만원)로 공적평가 매출을 대신했고, 이어 가격 공시 33.9%(551억2900만원), 통계조사 26.1%(423억4500만원) 순이었다. 

하지만 감정원법 제정으로 기관 목적과 사업 내용 등에서 사실상 ‘감정평가’라는 용어는 삭제됐지만, 이후에도 감정원이라는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감정평가협회와 혼돈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따라 명칭 변경에 대한 요구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감정원의 명칭을 변경하는 안으로 발의된 개정 법률안이 모두 4건에 이르렀다. 당시 발의된 법률안에서 제시한 명칭은 현행 ‘부동산원’과 함께 ‘부동산조사원’, ‘부동산표준원’, ‘부동산감독원’ 등이다. 

/ 표=김은실 디자이너
/ 표=김은실 디자이너

◆‘조사원’ ‘표준원’ ‘감독원’···제각각 명칭마다 요구받는 역할도 여럿

이들 법안은 본회의에서 통과한 국토교통위원장 발의안으로 대안폐기됐지만, 각 법안마다 당시 감정원의 새로운 목적 설정과 역할 정립에 대한 요구를 반영한 한이었다. 우선 개정 명칭인 ‘부동산원’을 제시한 개정안(박덕흠 의원 대표발의)은 감정원이 부동산 조사‧통계 전문기관으로서 기관의 성격을 분명히 드러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다른 개정안(최도자 의원 대표발의)은 감정원이 감정평가 타당성 조사와 보상담보평가서 검토 등 감정평가 시장의 적정성 관리업무를 수행한다는 점을 강조해 ‘부동산표준원’으로 개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개정안(김규환 의원 대표발의)은 부동산 시장에서 벌어지는 불법 행위에 대한 실질적인 대응을 위해 부동산 조사‧감독 전문기관으로서 목적과 기능을 분명해 해야 한다면서 ‘부동산감독원’을 새 기관 명칭으로 제시했다. 

나머지 개정안(김철민 의원 대표발의)은 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한 감정원의 전문성 재고에  방점을 찍었다. 부동산 관련 통계자료와 데이터를 상호 연계하면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통계 자료 생산과 부동산정보통계센터 운영 등을 담은 ‘부동산조사원’으로 개명한 내용이 주요 골자였다.  

2015년 관련 법 개정과 이후 명칭 변경 등으로 새롭게 출발한 부동산원의 기관 목적은 크게 보면 부동산 △가격 공시 △통계‧정보 관리 업무 △시장 정책 지원 등이다. 

특히 새롭게 출범한 부동산원의 주요 업무 중 하나인 부동산 공시 가격 조사의 과학성과 정확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공시 가격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부동산 공시 가격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과세 지표가 되고 건강보험료, 복지급여 혜택 여부 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시장에서 받아들이는 민감도는 크기 때문이다. 

실제 전신인 감정원 시절 공시 가격 오류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지난 5월 국토교통부의 감사 결과, 감정원이 공개한 부동산 공시 가격 중 오류가 상당 부분 발견됐다. 당시 감사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자의 고의나 중과실로 인한 기초자료 입력에 오류가 있거나 프로그램 설계 과정에서 오류 등으로 인한 문제가 지적됐다. 

◆감정원 시절, 치명적인 공시 가격 오류…개정법안 발의까지

이에 따라 21대 국회 들어 이미 관련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이헌승 의원 등 국회의원 11명이 발의한 ‘한국감정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한국부동산원에 부동산 공시가격의 산정에 필요한 프로그램 운용 업무를 신설하고 체계적인 업무 관리를 위해 외부 전문가 조직을 별도 설치‧운용하도록 했다. 또 공시가격 산정과 관련한 데이터 입력 오류 여부 등을 점검해 공개하는 방안도 개정 법률안에 담았다. 

물론 이 개정안은 부동산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개정이 우선해야 하는 만큼 개정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기존 공시 산정 제도의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부동산원도 부동산 통계 오류와 현실 미반영 목소리를 의식한 듯 명칭 변경 후 출범과 동시에 제도 개선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부동산원은 내년부터 부동산 조사 표본을 확대하기로 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주가조사 표본 아파트의 경우 현재 9400가구에서 1만3720가구로 46% 늘리고, 월간조사 표본도 2만8360가구에서 2.6%(750가구) 늘린 2만9110가구로 확대한다. 부동산원은 표본 확대에 따른 예산을 올해 기준 67억2600만원에서 내년 82억6800만원으로 22.9% 늘린다. 

◆ 최근 5년간 수익성 악화···부동산원, ‘프롭테크’ 등 신시장 주목 필요

부동산원이 부동산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면서도 공기업으로서 재무 건전성을 높여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 

부동산원의 최근 5년간 매출(수입)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지난 2015년 결산 기준 매출액은 1373억원에서 2016년 1416억원, 2017년 1427억원, 2018년 1510억원으로 늘어난 후 지난해는 1624억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015년 155억원에서 2016년 175억원 늘었지만 이후 내리막을 걷고 있다. 지난 2017년 113억원, 2018년 105억원, 지난해 60억원으로 이익폭이 65% 이상 줄었다. 당기순이익 역시 2016년 14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지난해 62억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급변하는 부동산 시장의 흐름에 맞춰 프롭테크 등 새롭게 형성되는 부동산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통해 공공기관의 존재 가치도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프롭테크는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onology)를 합성한 신조어로 각종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부동산 관련 서비스를 혁신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프롭테크 관련 투자는 지난 2013년 4억5000만 달러에서 5년 만인 2018년 78억 달러로 17배나 늘었다. 국내에서도 관련 업계도 덩치를 키우고 있다. 한국프롭테크포럼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프롭테크 57개 사 기준 매출액은 총 7025억원으로 나타났다. 올해 10월 기준 86개사 투자 유치 누적액은 모두 1조3997억원에 달한다. 

부동산원도 신기술 도입 등을 통해 통계조사 분야에서 과학화와 정확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한다는 복안을 세워두고 있다. 특히 ICT와 GIS(지리정보시스템) 기술을 융합해 모바일 현장 조사와 공시가격 시스템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5년간 부동산원의 투자집행 현황은 지난 2015년 45억6900만원이었지만 2016년 들어 5억6700만원, 2017년 26억1700만원으로 50억원 미만에 머물렀다. 하지만 2018년 401억8000만원, 2019년 125억4000만원을 투자집행하면서 최근 5년 새 가장 많은 투자집행 실적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CI / 자료=한국부동산원
한국부동산원 CI / 자료=한국부동산원

◆ “건전한 시장 발전 통한 소비자 권익 보호해야”

부동산 시장의 조사‧관리 뿐만 아니라 소비자 권익 보호 등을 통해 부동산 소비자에 대한 기여로 부동산 산업발전 이바지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앞서 부동산원은 주택 등 건축물 청약 전산관리 및 지원업무, 부동산 관련 분쟁조정 등 소비자 보호업무를 기관 업무에 추가하기도 했다. 

부동산원도 향후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신고센터와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등을 운영해 소비자 보호와 함께 부동산 시장관리 기능을 확대한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짰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4차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변화에 맞춰 빅데이터와 AI(인공지능), 플랫폼 분야에서 시장에 틀을 제시해주고 올바른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부동산원이 부동산 시장 전반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정보체계를 보다 잘 구축하고 부동산 산업 윤리 재고와 부동산 소비자 보호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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