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속고발권 유지·다중대표소송제 완화·개별 3%룰’ 재논의 제기
“소수주주 보호·총수 독단 경영 방지 실효성 부진”
'민주당 전속고발권 유지로 수정' 독선 논란···정의당 전속고발권 폐지 재발의 준비
경영계 “개별 3%로도 경영권 방어 무력”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가운데)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간사(왼쪽), 성일종 국민의힘 간사가 지난 7일 국회에서 정무위 전체회의가 열리기에 앞서 의사일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가운데)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간사(왼쪽), 성일종 국민의힘 간사가 지난 7일 국회에서 정무위 전체회의가 열리기에 앞서 의사일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준영 기자] 국회를 통과한 공정경제 3법이 중소기업의 공정한 경쟁 기반 및 소수주주 보호와 총수일가 독단 경영 방지 취지가 퇴색됐다며 법안 재발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의당에서는 전속고발권 폐지를 위한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 안에서도 아쉽다는 의견이 있어 실제 재논의로 이어질지 주목 받는다.

지난 9일 공정경제 3법(상법개정안, 공정거래법개정안, 금융복합기업집단 감독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의 공정경제 3법 원안은 법안 처리 과정에서 174석을 차지한 민주당에 의해 수정 처리됐다.

그러나 수정 처리된 내용이 법안 취지인 중소기업의 공정한 경쟁 기반 및 소수주주 권리 보호와 총수일가의 독단적 경영 방지에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감사 선임 시 최대주주 의결권 제한 3% 조항을 최대주주 합산이 아닌 개별 방식으로 수정,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에서 유지로 수정, 다중대표소송 요건에서 상장사 지분 보유 0.5%로 50배 강화 등이 논란이다. 이에 실효성을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해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10일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정경제 3법이 원안에서 수정 처리돼 당초 총수 일가의 독단적 경영 방지와 소수주주 보호 등 실효성이 굉장히 많이 후퇴했다”며 “감사위원 선임 시 개별로 3% 의결권 제한으로 수정돼 총수의 의결권 제한 효과가 많이 반감된다. 개별 3%로 하면 지배주주가 본인의 지분에 더해 계열사 지분 등을 동원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법을 이용해 지분 쪼개기로 빠져나갈 수도 있어 실효성이 후퇴했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개별 3% 방식의 수정안은 합산 3%의 원안보다 대주주의 의결권 제한 효과가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2019년 12월말 기준 자산 2조원 이상의 비금융 상장회사 109개사를 대상으로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분리선임 시 두 개의 의결권 제한 방식(‘합산 3%’ 방식과 ‘개별 3%’ 방식)에 따라 대주주의 의결권 제한효과를 분석한 결과 개별 3% 방식으로 제한할 경우 그 제한 효과가 크지 않았다. 엘에스, 지에스 등 회사는 개별 3% 방식으로 의결권을 제한할 경우 지배주주와 그 특수관계인은 ‘합산 3%’ 방식으로 의결권을 제한할 때보다 80% 이상 의결권을 더 행사할 수 있다. 두산(65.49%), GS건설(60.67%), OCI(57.43%), LG(51.34%) 등은 50% 이상 의결권을 더 행사할 수 있다. 나머지 주요 상장회사들도 개별 3% 방식으로 의결권을 제한할 때 지배주주와 그 특수관계인의 의결권 행사 가능 비율이 20% 이상 늘었다.

경제개혁연대가 대규모기업집단별 3% 의결권 제한 효과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개별 3%’ 의결권 제한은 ‘합산 3%’ 대비 대주주의 영향력이 크게 늘었다. OCI그룹은 합산 3% 대비 57.43%, GS그룹은 48.73%, LS그룹은 38.69% 가량 의결권을 더 행사할 수 있다. 삼성그룹은 18.81%, 현대차그룹 14.04%, 롯데그룹 18.73%의 의결권 행사를 더 할 수 있다.

이 교수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도 다양한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자는 의미가 있었는데 이것도 막판에 민주당에 의해 유지로 바뀌었다”며 “다중대표소송 제기 자격인 상장사 지분 요건도 정부 원안 0.01%에서 0.5%로 50배 강화됐다. 상장사 지분 0.5%면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주식을 2조원 이상 가지고 있어야 다중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 소액주주는 사실상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이 교수는 “전속고발권 폐지와 3%룰 및 다중대표소송의 실효성 강화를 위한 재논의가 필요하다. 이번에 반영되지 않았지만 소수주주 보호와 지배주주 전횡 방지를 위한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제 의무화,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등의 법안도 논의 돼야한다“고 했다.

신동화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는 “민주당에 의해 합산 3%룰이 개별 3%로 수정돼 독립적 감사위원 선출이 무용화됐다. 재벌총수 일가의 의결권 제한 실효성이 낮아져 소수주주 보호와 총수 전횡 방지가 어려워졌다”며 “담합 등 시장 불공정 행위는 다양한 기관이 수사할 수 있어야 제한되기에 전속고발권이 폐지돼야 한다. 이 부분들에 대해 국회가 재발의를 해 재논의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민주당이 전속고발권을 폐지에서 유지로 수정하는 과정이 독선적이었다는 논란이 있다. 민주당은 정무위 안건조정위에서 전속고발권 폐지 내용의 공정거래법 원안을 정의당 배진교 의원과 합의해 의결할 수 있었다. 안건조정위 6명(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정의당 1명) 가운데 의결 정족수 4명을 충족시키려면 배 의원의 합의가 필요했다. 그러나 이후 열린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안건조정위서 배 의원과 합의한 전속고발권 폐지를 ‘유지’로 뒤집었다. 정의당은 이에 대해 민주당이 기만했다고 규탄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애초에 안건조정위 의결 결과를 뒤집는 내용을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강행처리 할 계획이었다면 굳이 안건조정위를 열 이유도 없었다. 전속고발제 관련 정부안을 마치 처리할 것처럼 의결하고는 전체회의에서 일방적으로 삭제하는 행태는 정의당 등 야당을 우롱한 행위이자 전속고발권 폐지를 염원하는 다수의 불공정행위 피해자들의 염원을 꺾는 명백한 국민 기만행위다”며 “정당으로서 지켜야할 최소한의 신뢰와 책임윤리마저 저버린 민주당의 행태를 규탄하며 국민과 약속한 전속고발권 폐지를 위한 추가 입법에 지체 없이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배진교 의원실은 현재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를 담은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공정경제 3법 원안의 수정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페이스북에 “오늘 공정경제3법이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또 다른 숙제가 남았다. 상법은 '최대주주 의결권 제한 3%' 조항이 최대주주 합산이 아닌 개별 방식으로, 공정거래법은 '전속고발권 폐지' 부분이 삭제된 채로 통과됐기 때문”이라며 “정무위 상임위 전체회의에 대선공약집을 가져가서 복기할 정도로 끝까지 공약의 완성을 위해 노력했다. 민주당 동료 의원들의 의견을 모아 3%룰 최대주주 합산과 전속고발권 폐지를 반영한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재발의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다짐을 드린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통과시킨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허용 법안도 논란이다. 참여연대는 “민주당에서 일방적으로 도입 강행한 일반지주회사의 CVC 소유 허용 규정 역시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며 “비록 지주회사의 CVC의 지분 100% 보유를 의무화하고 계열사 내 금융사의 CVC 출자를 금지하며, CVC가 총수일가가 출자한 회사 및 소속 계열사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방안이 추가됐으나 얼마나 효과적으로 CVC를 통한 총수의 사익편취를 방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법안에는 40% 이내로 외부출자를 받아 투자조합을 결성하고 이를 통해 투자를 할 수 있게 하는 등 금산분리 원칙을 훼손하는 규정도 있다”고 했다.

반면 경총은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 의결권 행사 개별 3%로도 외국계 펀드로부터 경영권 방어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총은 “개별 3%를 인정하기로 했지만 외국계 펀드나 경쟁세력들이 지분 쪼개기 등으로 20% 이상 의결권을 확보 가능한 상황에서 기업들의 방어권은 사실상 무력화되는 수준”이라며 “기업들이 어느 정도 시간을 가지고 대비할 수 있도록 시행시기를 1년 이상 유예하고, 외국계 투기세력으로부터 우리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감사위원 분리선임시 의결권 행사를 위한 주식 보유 기간을 최소 1년 이상으로 하는 보완장치를 이번 임시국회에서 입법해야한다”고 했다.

전경련은 “기업들은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임에도 국회는 또다시 기업에 엄청난 부담을 안기는 규제를 도입했다”며 “기업들의 위기극복 의지를 저하시키고, 투자 위축, 일자리 감소 등 손실을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조속하게 보완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원안에서 수정돼 국회 통과한 공정경제 3법안 내용 / 이미지=연합뉴스
정부 원안에서 수정돼 국회 통과한 공정경제 3법안 내용 / 이미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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