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여건 법안 우선 의결···‘공정경제 3법’·‘일하는 국회법’ 등도 본회의 문턱 넘어
野, 공수처법·국정원법·대북전단살포금지법안 등 필리버스터···정기국회 종료 시점까지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제382회국회(정기회) 제15차 본회의가 개최됐다. /사진=연합뉴스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제382회국회(정기회) 제15차 본회의가 개최됐다.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처리 의지를 밝혀온 ‘개혁법안’이 줄줄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고 있다. 또한 여야 간 핵심 쟁점이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대북전단살포금지법안 등도 10일 시작되는 임시국회에서 신속히 처리될 전망이다.

9일 국회는 본회의에 131건의 법안을 상정하고, 이중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반대 토론)를 신청한 공수처법·국정원법 개정안, 대북전단살포금지법안 등을 제외한 법안들을 우선 의결했다.

관심이 모아졌던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일하는 국회법’ 등도 본회의에서 연이어 통과되고 있고,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철회한 사회적참사진상규명법, 5·18역사왜곡처벌법 등도 의결을 앞두고 있다.

과반의석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해당 법안들의 처리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모두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무리 없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경제 3법’ 중 가장 먼저 통과된 상법 개정안의 주 골자는 상장회사의 최대 주주의 의결권 3% 제한(최대주주·특수관계인 지분 의결권 개별적 3% 인정), 감사위원 분리제도 도입(감사위원 최소 1명 이사와 분리 선출), 다중대표소송제(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 상대로 주주대표소송 제기 가능) 등이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에 상정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확대, 과징금 2배 인상 등 내용을 담고 있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은 유지된다.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에는 금융사 2개 이상을 운영하는 자산 규모 5조원이 넘는 대기업(6대 복합금융회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21대 국회를 시작하며 민주당이 당론으로 정했던 ‘일하는 국회법’도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상시국회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현재 실시되는 2월, 4월, 6월, 8월 임시국회, 9월 정기국회(100일)에 더해 3월, 5월에도 임시국회를 추가적으로 개최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대정부질문 2월, 4월, 6월 등 실시, 국회 상임위원회 월 2회 이상 개회, 법안심사 소위 월 3회 이상 개회 등 내용도 포함됐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국회의원의 상임위원회 회의 출석률도 온라인에 공개되고, 코로나19와 같은 제1급 감염병, 천재지변 등이 발생해 국회 본회의가 정상적으로 개의되기 어려운 경우 국회 교섭단체 대표는 합의를 통해 원격영상 방식으로 본회의를 개의(유효기간 2021년 12월 31일)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된다.

다만 이번 ‘일하는 국회법’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 기능 폐지 여부, 국회의장단·상임위원장 선출 방식, 안건심사 시 선입·선출 원칙 도입 등 쟁점 내용은 포함되지 못했다. 향후 여야는 해당 쟁점들은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 여부, 국회의원 이해충돌 방지 등과 함께 내년 2월까지 공청회 등을 통해 논의하고, 의견을 수렴해 수정‧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경찰법 개정안도 처리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내년부터 국가경찰, 자치경찰 등으로 분리되고, 국가수사본부가 설치된다.

자치경찰은 관할 지역 내 주민의 생활과 밀접한 생활안전, 교통, 다중운집 행사의 안전관리 및 학교 폭력 업무 등을, 국가경찰은 자치경찰 사무를 제외한 보안·외사·경비 등을 담당하게 된다. 국가수사본부는 현재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간첩 등 국가보안법 위반 범죄에 대한 수사 권한)이 이관된다.

이밖에도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관련 3법(노동조합법, 공무원노조법, 교원노조법), ‘특수근로종사자특고 3법’(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징수법 개정안) 등도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필리버스터가 신청된 법안들은 10일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정기국회 종료시점(10일 0시)까지만 필리버스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10일 곧장 임시국회를 개최하고, 오후 본회의를 열어 공수처법·국정원법 개정안, 대북전단살포금지법안 등을 의결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개혁에는 고통이 따른다. 저항도 있다”며 “그런 저항을 포함한 모든 어려움을 이기며 우리는 역사를 진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특권과 반칙을 없애고 나라다운 나라로 나아가는 역사적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건강하고 투명한 시장질서의 새 장을 열고, 노동 존중 사회를 만들겠다. 대한민국의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며 입법의지를 확인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행태에 대해 ‘입법독재’, ‘입법사기’ 등을 언급하며 파상공세를 이어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에 면담을 신청하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서 “민주주의 파탄을 막기 위해 대통령님과 머리를 맞대고 허심탄회하게 지금 이 정국을 논의하고 싶다”며 “‘협치가 가장 중요하다’, ‘공수처는 야당의 동의 없이 출범할 수 없다’는 대통령님의 말씀에 진정성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여당 상임위원장과 국회 의장단이 터미네이터처럼 법안처리 전쟁을 치르는 상황이 지속되면, 내일의 대한민국은 오늘의 대한민국과 다른 세상이 될 것”이라며 “공수처는 야당 탄압기구로 전락하고, 1호 사건은 윤석열 검찰총장 사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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