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법·상법 등 개혁법안 법사위서 與단독처리···9일 국회 본회의도 단독 통과 전망
野 “反민주적 행태, 기가 찰 노릇”···필리버스터·보이콧 등 검토, 물리적 충돌 가능성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는 가운데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상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가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는 가운데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상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가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창원 기자] 고위공지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 ‘공정경제 3법’(상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 이른바 개혁법안을 둔 여야의 대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해당 법안들을 단독 처리함에 따라 여야 간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야당은 지난 7일부터 시작한 국회 농성을 오는 9일 국회 본회의까지 지속하고,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해 개혁법안 통과를 지연·저지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회법 상 마땅한 법·절차적 저지 수단이 없는 상황인 만큼 법안 통과 과정에서 여야 간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해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8일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연달아 개혁법안들을 의결하며 국회 본회의 처리 의지를 재확인했다.

우선 공수처법 개정안의 경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6명 중 4명의 찬성으로 처리된 후 곧장 열린 전체회의에서 과반 찬성(민주당 의원 11명,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등)으로 통과됐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강력 항의했지만, 민주당 소속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토론 생략, 기립표결 등으로 회의를 진행하며 처리를 강행했다.

국민의힘의 이른바 ‘비토권’ 행사로 공수처장 후보가 선정되지 못해 공수처 출범이 지연되고 있는 만큼 ‘비토권 무력화’(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의결 정족수 2/3로 완화, 10일 내 추천위원 미선정 시 학계인사 등 국회의장 추천 등)를 주 골자로 한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다.

민주당은 부칙에 현재 구성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유효하다는 내용도 포함시키고, 국회 본회의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이 통과됨과 동시에 공수처장 후보 선정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같이 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을 단독 의결하자 집중포화를 쏟아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을 찾아 “권력을 잡으니까 보이는 게 없느냐. 이렇게 날치기하면 안 된다”고 항의했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민의힘 간사 김도읍 의원도 “앞으로 법사위원회 윤 위원장하고 민주당끼리만 하라. 야당은 없냐. 이게 민주주의냐”고 비판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소위 ‘촛불정권’이라는 문재인 정권이 이전 정부와 무엇이 다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민주당의 반민주적 행태에 정말 기가 찰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검찰총장을 찍어내는 데 혈안이 된 모습을 보면 집권세력이 공수처를 장악해 무엇을 하려는지 그 이유가 뻔한 것 같다”며 “선출된 권력이 어떻게 삼권분립의 헌법정신을 훼손하고 권력을 농단하는지 우리는 지금 똑똑히 목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정경제 3법’ 중 상법 개정안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이 단독 처리했다. 앞서 공수처법 개정안을 민주당이 단독 처리하자 이에 반발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 전체회의 등에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당 법안의 주 골자는 상장회사의 최대 주주의 의결권 3% 제한(최대주주·특수관계인 지분 의결권 개별적 3% 인정), 감사위원 분리제도 도입(감사위원 최소 1명 이사와 분리 선출), 다중대표소송제(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 상대로 주주대표소송 제기 가능) 등이다.

민주당은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돼 있는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 등도 서둘러 절차를 밟아 국회 본회의에 상정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모든 개혁법안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통과를 사실상 전제하고, 대응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우선 국회 철야농성을 지속하는 동시에 여론전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공수처의 위헌성, 악용 가능성 등과 공수처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한 민주당을 향해 ‘민주주의 절차적 하자’를 집중적으로 부각시켜 국민적 저항을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또한 ‘공정경제 3법’이 통과될 시 주주권 침해, 해외 투기세력 악용 등이 우려된다며 반발하고 있는 재계와도 함께 항의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오는 9일 국회 본회의가 열리면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실시해 최대한 개혁법안 처리를 지연시킨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향후 국회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 장외투쟁 등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 관계자는 “야당이 개혁법안 처리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른바 ‘패싱’ 당했다며 격분하고 있는 만큼 국회 본회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며 “작년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의 분위기와 비슷하다. 물리적 충돌도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8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키려 하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8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키려 하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