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문가 “내년 한계기업 급증하면 경제 타격”
중국은 한계기업 정리 돌입···대출 만기 연장요청 거부

지난 10월 13일 인천국제공항공사 제1터미널 내 면세구역이 한산하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10월 13일 인천국제공항공사 제1터미널 내 면세구역이 한산하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변소인 기자]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기업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떨어지고 이자를 못 갚는 한계기업이 늘어나면서 구조조정으로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 한국신용평가는 신라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의 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A-’로 한 단계 내렸다. 앞서 지난달에는 호텔롯데의 신용등급을 똑같이 기존 ‘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다. 부산롯데호텔의 기업어음 및 단기 신용등급도 ‘A1’에서 ‘A2+’로 낮췄다.

면세업, 호텔업의 불황이 계속된 데다 코로나19의 유행 지속으로 조속한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올해 3분기까지 매출이 44% 줄었고 영업이익은 1501억원의 적자를 냈다. 호텔롯데 역시 3분기 매출액이 2조81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 감소했고 적자 규모는 4632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여행, 항공, 면세 관련 업종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직격타를 맞고 있다. 회복이 불투명해 지면서 소규모 기업부터 이미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고 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타격을 완화하기 위해 이제는 핀셋 세출이 필요한데 좀비기업에게 막대한 지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잘 보고 정확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한국은행이 공개한 ‘2019년 기업경영분석’ 통계를 보면 조사대상 비금융 영리법인기업 74만1408개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평균 0.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자 비용이 없는 곳을 뺀 38만4877개 기업 가운데 36.6%는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00% 미만이었다.

즉 한 해 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형편인 기업의 비중이 3곳 중 1군데인 셈이다. 이 비중은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박창균 자본시장연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외부감사를 받아야 하는 기업 중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 이하인 한계기업은 2007년 1716개에서 2015년 3082개로 뛰어오른 뒤 지난해에는 4046개를 기록했다. 이는 사상 최대치다. 전체 외감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7년 9.6%에서 2015년 12.8%, 지난해 14.3%로 증가했다.

올해는 코로나19의 충격으로 한계기업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앞서 한은은 올해 내내 코로나19 여파가 미칠 경우 올해 한계기업은 5033곳으로, 전체 기업의 21.4%를 차지할 것으로 점쳤다.

한계기업은 3년 연속 이자비용에 대한 영업이익이 1 미만인 기업이다. 즉 수익보다 대출이자 부담이 더 큰 것이 3년 연속 지속된 기업을 말한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은 내년 주요 금융리스크를 꼽으면서 기업 부실화를 거론했다. 이 부원장은 “코로나19로 올해 한계기업이 전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구조조정 수요가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열린 ‘2020년 제2회 기업구조혁신포럼’에서 김두일 연합자산관리(유암코) 본부장은 “올해 코로나19 관련 만기연장 지원 프로그램과 저금리 등으로 회생 관련 사건 수가 지난해 보다 감소 추세지만 내년 중 만기 연장이 종료되면 한계기업이 증가할 것”이라며 “저성장 추세에 따른 한계기업의 지속적 증가에 대비한 구조조정과 개선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미 중국에서는 한계기업을 정리하는 분위기다. 중국에서는 자국 기업들의 채무불이행 규모가 지난해보다 60%이상 늘어났지만 정국 정부는 국유 기업의 대출 만기 연장 요청도 거부하면서 부실기업 정리에 들어갔다.

중국 금융안정발전위원회는 국유기업들이 스스로 개혁을 통해 경영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경제전문가들은 앞으로도 한계기업을 정리하는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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