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법 개정안 명분도, 대의도, 실효도 없어”
“코로나19 위기 끝나면 전반적으로 세제 개편해야”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 정적이 흐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 정적이 흐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변소인 기자]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올해보다 558조원 증가하면서 내년에 발행할 국채 규모가 93조원에 달하게 됐다. 이로써 국가 채무는 내년 총 956조원에 이른다. 경제 전문가들은 재정 여력이 달리는 만큼 세제 개편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의 내년도 총지출 기준 예산이 올해보다 8.9% 증가한 558조원 규모로 확정됐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정부 편성안보다 2조2000억원 순증하면서 그만큼의 국채를 발행해야 하고, 나랏빚은 3조5000억원 더 늘어날 형편이다. 국가채무는 내년 956조원으로 국가채무비율은 47.3%에 달할 전망이다.

내년에도 코로나19의 여파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느는 나랏빚 부담을 줄이려면 세수 확보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확장적 재정 정책으로 재정은 많이 투입되고 있지만 세수는 줄어들고 있다.

지난달 27일 기획재정부의 ‘월간 재정동향’을 보면 올 들어 9월까지 국세수입은 214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4조원 줄었다. 기업들이 내는 법인세 수입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50조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65조8000억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5조8000억원, 15.8%가 줄어든 것이다.

주요 기업들의 실적 감소로 인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불황으로 법인세 중간 예납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재정은 빠르게 소진되고 있고 내년까지 확대 재정을 한 상태라 세액 확충이 필요하다”며 “아무래도 지금은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있고 내년에 백신이 나온다고 해도 불투명한 상태기 때문에 내년까지는 적자 재정이 불가피하고 위기가 마무리 되는대로 적어도 1~2년 후에는 세액 확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지금 증세 논의를 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대선을 앞두고 증세 회피 우려에 대해 김 교수는 “대선 국면에서 세액 확충 방안 공약을 두고 경쟁하게 될 것”이라며 “내년 여름쯤 본격적인 공약이 나올 텐데 세액 확충 없이 계속 복지하겠다고 주장하는 쪽이 오히려 신뢰를 잃고 공격을 당할 수 있다. 막무가내 지출 확대를 주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에 여당조차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하지 않은 것을 보면 이를 다 방증해준다”고 설명했다.

앞서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증세 논의를 하루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안 교수는 “지금이 증세를 논할 적기”라며 “세제를 국제적 수준에 맞도록 조정해서 세수가 더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전체회의를 열고 종합소득 과세표준 1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해당 구간의 소득세율을 45%로 인상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개정안에 대해 김 교수는 “부자들의 세율을 단편적으로 조정하는 것보다는 소득세 구조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가 있어야 했다”며 “이번 개정안은 명분도, 대의도, 실효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 소득 세수가 낮기 때문에 이를 올려가는 노력이 필요한데 연 소득 1억 미만인 이들의 세율도 조정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최저 세율도 6%로 너무 낮은 편이기 때문에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정상화해야 할 곳은 손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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