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단계에 대한 거부감이 추가조항만 만들어

[시사저널e=변소인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에 이번엔 알파가 등장했다. 수도권은 위험 시설과 활동에 대한 방역 조치를 강화하고 일부 지역은 2단계, 나머지 지역은 1.5단계로 일제히 상향 조치됐다.

수도권의 경우 이번 단계를 두고 ‘2+α’라는 별칭이 붙었다. 정확히 2단계도, 2.5단계도 아니고 그 사이 어디쯤이기 때문이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일찌감치 1.5 단계 상향 시점에서도 2.5단계나 3단계를 외쳤지만 공염불에 불과했다.

앞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는 공식적으로 1.5단계, 2.5단계가 생기기 전부터 0.5단계가 존재했다. 한 단계로 부족한 지침을 채우기 위한 조치가 따르자 그렇게 불렸다. 또한 막상 2단계 시행이라고 해놓고는 그 지침을 정확하게 따르지는 않아 준 2단계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세분화하고 단계별 방역 지침을 손보면서 각 단계 사이의 간극은 메워지는 듯 했다. 그러나 또 다시 알파라는 조치가 등장하면서 손질된 단계별 지침이 무색해지고 있다.

단계별 기준도 명확하고 그에 따른 지침도 뚜렷하게 명시됐지만 단계는 그대로 머물고 추가 사항만 붙어 이도 저도 아니게 됐다. 기준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상향해야 맞다. 하지만 여전히 수도권의 거리두기 단계는 2단계에 머물러 있다. 대신 집중 방역 대상이 추가됐다.

핀셋방역이라고는 하지만 핀센으로 감염의 뿌리를 다 잡아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상향으로 일어날 경제적 타격을 우려한 눈치 보기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기준을 만들어 놓고도 굳이 지키지 않는 이유가 그리 많을 것 같지는 않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방식은 여전하다. 앞서 PC방에서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갑자기 PC 방에 대한 방역 조치가 강화돼 형평성 논란이 잃었다. 더 위험한 시설에서의 접촉과 모임은 되고 실제로 마주보고 대화하는 양이 많지 않은 PC방만 피를 봤다.

콜센터에서 집단 감염이 됐을 때는 방역 조치가 콜센터에 집중됐다. 이번에는 에어로빅 학원, 실내 운동 시설, 사우나 등에서 감염이 많이 발생하자 감염자가 속출한 곳들이 직격타를 맞았다.

이번에는 기존 2단계 지침에 ▲줌바·태보·스피팅·에어로빅·킥복싱 등 단체 운동류 시설 집합금지 ▲관악기·노래 교습 금지(대학입시 교습은 제외) ▲아파트·공동주택 안 헬스장·사우나·카페 등 복합편의시설 운영중단 ▲호텔·파티룸·게스트하우스 등 숙박시설 주관 연말·연시 행사 금지라는 조건이 더해졌다.

국내 코로나19의 유행은 곧 1년이 되어간다. 방역당국은 앞으로 1∼2주 뒤 하루 확진자가 1000명에 달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렇듯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유일한 방역 지침도 장기화에 걸맞은 꼼꼼한 설계가 필요해 보인다.

매번 상황에 따라 바뀌는 가변적인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빅데이터를 종합해 단계를 세분화하고 위험한 시설들에 대한 지침을 좀 더 세세하게 다룰 필요가 있겠다. 갑작스런 추가 지침이 생기는 것보다는 단계별 정확한 지침을 두고 이를 따르는 것이 혼선을 줄이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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