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단계로 했지만 여전히 상황 대응 역부족
세부적인 지침 각 단계별로 미리 마련해야
[시사저널e=변소인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을 적용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또 변형안이 나오자 피로도가 커지고 있다. 새로운 지침에 적응하기도 전에 변동사항이 발생하면서 자영업자와 이용자 모두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지난 29일 정부는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현행 2단계로 유지하면서 사우나와 단체운동, 음악교습 등 위험한 시설 및 활동에 대한 핀셋 조치를 도입하면서 ‘2+α’ 조치를 내놨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하는 대신 기존 2단계에 추가 조치를 더한 것이다. 비수도권의 거리 두기는 2주 동안 일제히 1.5단계로 상향하기로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조치 지침에 따르면 지난 23일부터 29일까지 신규 확진자 수가 하루 평균 441.6명꼴로 발생하면서 거리두기 단계 격상의 핵심 지표인 지역발생 확진자 수가 일평균 416명에 달해 전국 2.5단계 기준에 부합됐다.
그러나 정부는 경제적 타격 등을 고려해 방역 단계를 올리는 대신 2단계를 변형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그러나 방역 조치를 세분화하고 기준도 정해놓은 상황에서 이에 따르지 않자 곳곳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방역 단계를 높여야 방역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감염병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방역 지침에 따라 영업에 차질이 빚어지는 자영업자, 나아가 이용자들, 국민들까지도 예외적인 상황에 미리 대비하기가 어려워졌다. 기존 지침에 없는 것들이 부가적으로 생기면서 이런 지침을 세세하게 익혀서 생활하기도 쉽지 않다.
모임을 운영하는 A씨는 “회원 수가 많은 모임을 운영하고 있어서 정부의 방역지침을 민감하게 살피고 예측하면서 계획을 잡는 편인데 기존에 나와 있는 지침 외에 부가적인 것들을 추가하거나 예상치 못한 변형이 일어나서 계획이 흐트러질 때가 많다”며 “2.5단계가 되더라도 연말에 진행할 수 있는 행사였는데 갑자기 예외가 생겨나서 급하게 취소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규칙을 만들었으면 그 범위 안에서 기준에 따라 적용을 하는 것이 국민들도 납득할 만하고 익숙해질 수도 있는 방법인데 자꾸 변칙이 생겨나서 혼란만 초대하는 것 같다”며 “숙박 시설에 대한 제재 지침은 못 봤던 것 같은데 갑자기 추가돼서 그동안 준비해 온 것들이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기존 세 단계에서 다섯 단계로 개편하면서 지역별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고 다양한 단계를 나눠서 적용하기로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를 세분화해서 정밀하게 적용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세분화되고 그에 걸맞은 조건들이 있음에도 이에 맞게 적응하지 않고 그때그때 가변적으로 추가 조항들이 붙는 상황이다. 이를 방지하고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 개편안을 마련했음에도 이것들이 제대로 적용되지 못한 셈이다.
게다가 이렇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상향에 대해 보수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라면 애초에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단계를 더 세분화하고 추가 지침 등을 미리 정해야 맞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추가 방역 조치들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거나 집단 감염이 발생한 장소가 나오면 그제야 집중 단속 대상이 되고 있다. 방역 당국에 감염 우려가 큰 곳을 좀 더 촘촘하게 조사해서 애초에 이들 대상에 관한 세부 지침을 갖고 각 단계에 맞게 의무화를 시켜놨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세 가지 단계이던 때에는 상황을 세세하게 반영하지 못해 임의적으로 1.5단계, 준 2단계 등의 명칭을 사용하면서 단계를 변형한 바 있다. 이렇게 되면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고위험 단계들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