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30일까지 ‘물밑 협상’ 진행···대공수사권 이관 문제 뇌관
野, ‘예산안 카드’는 쓰지 않기로···“직접적 연관 없어 연계 않기로”
與, 협상 불발 시 정보위 단독소집···여야 ‘강대강’ 대치 불가피할 듯

국회 정보위원회는 27일 전체회의를 열고 국가정보원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은 여야 간사 합의로 이날 회의에 상정되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국회 정보위원회는 27일 전체회의를 열고 국가정보원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은 여야 간사 합의로 이날 회의에 상정되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창원 기자] 정치권에 쟁점이 되고 있는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처리가 여야의 명확한 입장차 속에 지연되고 있다. 여야는 해당 법안에 대한 조율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여당은 단독처리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27일 국회 정보위원회는 예정대로 전체회의를 개최했지만,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처리는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태경 국민의힘 정보위원회 간사는 회의 전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법 개정안은 여야 간사 합의로 오늘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며 “며칠 더 협의를 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정보위원회는 지난 24일 법안소위에서 해당 개정안을 처리한 바 있다. 다만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은 개정안 내용에 반발하며 법안소위에 참석하지 않았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개정안에는 ▲대공수사권을 국가수사본부 등 독립된 수사기구로 이관(3년간 시행 유예) ▲직무범위에서 ‘국내 정보’ 삭제 ▲국회 정보위원회 재적위원 2/3가 대상을 특정해 요구할 경우 관련 정보 공개 ▲국가정보원 명칭 유지 등 내용이 담겼다. 이 중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 부분은 ‘대공수사권(간첩이나 좌익사범 등을 찾아내 국가보안법을 적용하는 권한) 이관’ 내용이다.

해당 사안을 두고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만큼 민주당은 법안소위 단독처리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대공수사권 이관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3년 유예안’을 제시한 상황에서 더 이상의 양보는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는 분위기다.

김병기 민주당 정보위원회 간사는 “국정원은 비밀정보기관인데 국정원 대공수사 업무의 90%가 정보수집”이라며 “정보기관은 무법성을 인정받는데 비밀정보기관에서 인권이 잘 지켜지겠나. 공개적인 경찰에서 잘 지켜지겠나.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그 인권문제 때문에 분리하기 시작했고, 해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관을 반대하는 (야당의) 첫 번째 논리가 경찰에는 독립된 해외 공작망, 해외 활동할 영역이 없어서 경찰로 갈 수 없다는 논리인데 외청에 가도 똑같은 논리가 남는 것”이라며 “저희는 수사권 독립이 보장되면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고, 국민의힘은 너무나 경찰력이 비대해지기 때문에 예산과 인사도 완전히 독립되어야 하는 입장인데 최대한 조율하고, 합의 안 되어도 양당 간 거리는 최대한 더 좁히는 그런 시간을 갖고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야당은 독립된 외청 신설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를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 의원은 “독립된 외청이면 협의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이 동의하지 않아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이 이관될 경우 국내 정보를 독점하는 경찰이 수사권을 갖게 돼 국내 정치에 악용될 우려가 있고, ‘5공 시절’로 회귀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5공 시절’의 치안본부 보안국이 부활시키는 법안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하 의원은 ‘협상카드’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국회 정보위원회 예산안은 연계시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에) 문제가 있지만 대처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히 없어 예산도 고민했지만 우리가 안보정당이고 내년 예산안은 당장 법안과 직접적 연관이 없어서 연계시키는 건 부적절하다”며 “안보는 여야 없다는 원칙하에 합의 처리하는 게 맞다고 판단해 대승적으로 대립 국면이지만 예산은 별도로 합의 처리키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 의원은 정보위원회 예결소위 위원장을 맡고 있고, 정보위원회의 소관 예산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사 없이 국회의장에 보고돼 총액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통보된다. 이날 정보위원회는 국가정보원 내년 예산안(1조3000억원 규모)에 대한 예산소위 심사를 마치고 전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여야가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는 이어가기로 했지만, 오는 30일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할 경우 ‘강대강’으로 대치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은 30일까지 협상을 진행하되, 여전히 평행선을 달릴 경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를 단독으로 소집해 의결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30일이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협상의) 마지노선”이라며 “며칠 더 논의하고 30일엔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단독처리를 강행할 경우 야당 정보위원회 위원 ‘전원사퇴’ 등으로 맞불을 놓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에 대한 분명한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겠다는 민주당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는 그야말로 ‘자해행위’이자 ‘공룡경찰 부활’”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사활이 걸린 문제인 만큼 여야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민주당의 단독처리 시에는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 이관 문제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해당 개정안을 단독처리할 경우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 이관 문제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해당 개정안을 단독처리할 경우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