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 현금 늘고 있지만 매출액은 정체
주택규제·코로나19 여파로 기존 사업 성장 한계
“축적된 순현금 활용해 투자 확대해야"

서울 종로구 계동에 위치한 현대건설 사옥 / 사진=현대건설
서울 종로구 계동에 위치한 현대건설 사옥 / 사진=현대건설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해외사업장 손실로 실적 부진을 겪었던 현대건설이 올해 주택 분양사업 호조세와 해외수주 확대로 내년부터 실적 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정부의 규제와 코로나19 장기화 등 대외변수가 여전히 많아 양적 성장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신성장 동력 확보 등 본질적인 전략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2016년부터 꾸준히 보유 현금을 늘려왔다. 올해 3분기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해 말 2조5860억원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9개월 새 1조원 넘게 증가한 것이다. 늘어난 자산 대비 성장은 더딘 편이다. 현대건설의 매출액은 2015년 19조2000억원을 기록 후 하락해 17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올해 매출액을 평균 17조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에선 현대건설의 현재 사업 구조론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건설은 연결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이 35%를 차지한다. 해외부문의 공기 지연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해외사업장 손실로 실적이 둔화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올해 3분기 매출이 4조425억원으로 1.1% 감소하며 선방했지만, 영업이익이 1398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41.5% 급감했다. 당기순이익도 61.6% 줄어든 838억원에 그쳤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신규 수주 해외 프로젝트의 공정 진행이 지연되면서 해외 매출이 저조했던 영향이다. 올해 지연된 사업들이 내년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은 아직 남아있는 상황이다.

올해 현대건설의 실적 하방을 지지한 국내 주택 사업도 전망이 밝지 않다. 현대건설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3조4000억원 수준의 자체사업 4건(힐스테이트 리버시티·세종마스터 힐즈·하남 포웰시티·개포8단지)과 2018년 분양 물량(2만 세대)의 진행률이 올라감에 따라 올해 주택 매출이 증가했다. 분양사업도 호조세를 띄었다. 현대건설의 분양 물량은 지난해 1만2800세대에서 올해 2만1000세대로 늘었다. 이에 따라 주택 부분은 내년에도 실적 개선을 견인할 전망이다.

다만 내년 이후 주택사업 시장은 크게 위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형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앞으로 재개발 가격 규제가 강화되고 이월 물량이 감소돼 주택 시장에서 양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재건축·재개발 분양 물량은 올해보다 약 2만1000호 줄어든 11만호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전통적인 사업의 한계가 분명한 만큼 보유 현금을 활용한 새로운 수익원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열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은 국내에서 힐스테이트 브랜드로 주택사업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확실한 입지를 보여주고 있지만 현재 성장 정체기를 겪고 있다”며 “앞으로 더 이상 외형을 키우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익성을 높이거나 신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축적된 순현금을 활용해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한 듯 현대건설은 최근 ‘현대건설 2025 전략’을 수립해 발표하며 체질 개선에 시동을 걸었다. 수소연료, 해상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와 친환경 사업으로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이 같은 계획은 내년에 더욱 구체화될 전망이다. 다만 GS건설, 대림산업, SK건설 등 주요 경쟁사들이 일찌감치 신사업 부문에 진출해 이미 실적을 올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속도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 연구원은 “최근 기업의 가치는 실적이나 현금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며 “혁신이나 신시장·신제품 등을 통해 기업이 앞으로 얼마나 변화할 수 있느냐에서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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