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발전자회사 운영 ‘석탄발전소 정산조정계수 소급 적용’ 추진 논란
환경단체 등 “소급적용은 비용 부담 소비자 전가 행위”···27일 전기위원회 앞두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

[시사저널e=이승욱 기자]

‘발전공기업 정산조정계수’ (한국전력 계열 전력생산 발전자회사가 운영하고 있는 발전기종(LNG‧석탄‧원자력)에 따라 전력시장가격을 차등화하기 위해 적용하는 수치)

전력시장가격의 정산조정계수 적용 문제를 두고 전력거래소, 발전공기업 등과 환경‧시민단체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전력거래소가 정산조정계수의 소급 적용을 추진하자, 반대 단체들이 법원에 심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정산조정계수 논란이 법적 분쟁으로 번지는 것이다. 또 관련 규칙을 심의 의결한 전력거래소가 회의 결과조차도 외부에 제대로 알리지 않는 등 ‘깜깜이’로 일관하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전력거래소, 전력시장운영규칙 개정안 의결에 NGO, 가처분 신청으로 대응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은 전기소비자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과 공동으로 오는 27일 열릴 예정인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기위원회의 ‘전력시장운영 규칙 개정안’에 대한 심의금지 가처분신청을 했다. 

기후솔루션 등은 가처분 신청 이유에 대해 “전력거래소가 올해 상반기 한전 발전자회사들에게 정용했던 정산조정계수를 소급적용해 전력거래대금을 추가 보상해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면서 “이는 (재생에너지 등) 타 발전원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고 석탄발전원에 대한 특혜로 반시장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지난 24일 사단법인 기후솔루션 등 환경시민사회단체 관계자와 전기소비자,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전 석탄발전소 적자 보전을 위한 전력시장운영규칙 개정 추진을 반대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 /사진=기후솔루션 제공
지난 2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사단법인 기후솔루션, 인천환경운동연합 등 환경시민사회단체 관계자와 전기소비자,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전 석탄발전소 적자 보전을 위한 전력시장운영규칙 개정 추진을 규탄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 /사진=기후솔루션 제공

앞서 전력거래소는 지난 20일 7차 긴급 규칙개정위원회를 열고 ‘발전공기업 정산조정계수 예측오차 정산을 위한 규칙개정안’을 상정해 의결했다. 이 규칙개정안을 전기위원회에서 심의한 후 내달 초 산업부장관이 승인하면 최종 시행된다. 반대 단체들이 전기위원회 심의 단계에서 규칙개정안 처리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다.

시사저널e은 한국동서발전 등 5개 한전 계열 발전공기업들이 작성해 전력거래소 규칙개정위에 제출한 ‘발전공기업 정산조정계수 예측오차 정산을 위한 규칙개정안’을 입수했다. A4 용지 8장 분량의 이 규칙개정안은 발전공기업의 정산조정계수를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통상 전력거래소는 적용년도 연평균 전력시장가격(SMP)와 발전공기업별 발전량, 공급가능용량 등을 예상해 정산조정계수를 산정한다. 조정당사자인 한전과 발전공기업 등이 △전원별 연료가격 △ 연료사용량 △판매가격 및 판매량 △발전량 △고정비 자료 등을 전력거래소에 제출하면 거래소는 이를 바탕으로 SMP 등을 전망한다. 이 때 조정당사자간 투자보수율, 전원간 발전원가 격차 등을 고려해 조정계수도 산정한다. 

통상 LNG를 기준으로 정산조정계수는 1로 책정하고 적용법위는 0과 1사이로 산정한다. 정산조정계수는 연 1회 산정하는 것으로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분기단위로 재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1월 1일~6월10일) 발전공기업의 정산조정계수는 일반(LNG, 국내탄) 1이었고, 석탄(유연탄 평균) 발전소는 0.8852, 원자력은 0.5606이었다. 하반기(6월 11일~12월 31일)의 경우 석탄 1, 원자력 0.8802로 정산조정계수가 산정됐다. 

◆규칙개정 현실화하면 올해 석탄발전원 조정계수 ‘1’ 적용

자료=EPS /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하지만 규칙개정안에 따르면, 전력거래소와 발전공기업 등은 정산결과 통지 이후 정산을 정정할 수 있는 사유를 추가하고 예측오차 정산을 위한 정산정정 원칙을 추가하도록 했다. 또 규치개정이 시행되는 올해 예측오차 정산은 차이 금액을 산정해 해당연도 말일까지 정산할 수 있도록 부칙을 뒀다. 

결론적으로 규칙개정안이 최종 통과되면 올해 상반기 기간 적용돼야 할 석탄발전소의 정산조정계수 0.8852는 하반기 최대값이 1로 적용할 수 있다. 사실상 전력거래대금의 소급적용이 가능한 셈이다. 

하지만 규칙개정안을 반대하는 환경·시민사회단체들은 석탄발전소로 인한 비용부담을 전기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조치라면서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정산조정계수를 규칙개정안 대로 소급적용하면 발전자회사에 지급하는 에너지정산금 규모가 늘어나 한전이 전력거래소에 지급해야 할 전력구매대금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석탄발전소의 비용 부담이 증가한다는 이유로 기존 시장운영 규칙을 바꾸면서 안정적인 수익 회수를 보장하는 것이 건전한 경영활동을 통한 비용최소화 동기를 꺽고 사업자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반대론도 있다. 

EPSIS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석탄발전거래량이 16.9% 증가할 동안 거래금액은 62.2% 증가했다. 이에 따라 석탄발전의 정산단가는 지난해 기준 ㎾h 당 86원을 넘어섰다. 거래금액을 거래량으로 나눈 정산단가는 지난 2013년 60.1원으로 최저치를 기록한 후 2015년 72.2원, 2018년 82원로 상승한 후 지난해 86.2원으로 기록했다. 

정산조정계수 역시 2015년 초 이미 석탄의 정산조정계수가 크게 증가했다는 점을 들어 환경·시민사회단체들은 소급 적용 등 추가 혜택 제공을 반대하고 있다. 이미 발전원별로 동일하게 적용하던 정산조정계수가 사실상 발전사별로 차등화하면서 제도 취지가 훼손됐다는 주장이다. 

지난 2014년 12월 가스복합발전기 비중인 높은 한국남부발전의 128억원 당기순손실 보전을 위해 비용평가위원회에서 남부발전의 석탄발전기와 가스복합발전기에 한해 별도 계수를 적용했다. 이후 논란이 일자, 이듬해 5월 비용평가세부운영규정을 개정해 발전원별로 동일하게 적용되던 정산조정계수가 발전사별로 차등했다. 

/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예측오차 최소화 필요” 주장에 “정책 원칙 우회 꼼수” 반박

이에 따라 정산조정계수가 모든 발전자회사의 당기순손싱를 방지하고, 발전자회사의 발전기에 대한 최소 수익을 보장할 수 있도록 변질하고 있다는 게 환경·시민사회단체들의 반대 논리다. 

하지만 발전자회사 등 정산조정계수의 소급적용을 주장하는 쪽은 연료가격이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예측오차의 최소화는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력시장 가격 변동의 위험을 완화하고 정산체계의 합리성을 제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전 발전공기업 5개사는 개정제안서에서 규칙개정안 통과 필요성에 대해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국제유가 급락으로 전력시장가격 하락 등에 따라 지난 6월 유연탄 정산조정계수가 1을 초과해 상반기 1미만의 정산조정계수를 조정할 필요가 발생했다”면서 “연간 적용범위(0<π≤1) 내에서 기정산금과의 차이금액을 정산해 예측오차를 최소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산조정계수의 소급적용은 사실상 정부의 정책원칙을 우회적으로 회피하는 방안이라고 반대 측은 주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최근 공언한 ‘2050 탄소중립화’ 등 탈(脫)석탄 정책에도 어긋나 신재생에너지 활성화 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가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산업부가 그동안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여러 차례 정산조정계수는 1을 넘을 수 없다는 기존 원칙을 주장했지만 소급적용을 하면 사실상 이를 우회하는 꼼수를 부리겠다는 것”이라면서 “규칙개정안은 석탄발전소가 이미 경제적 타당성마저 상실했다는 점을 보여는 주는 것으로 개정안이 현실화하면 석탄발전의 자연스러운 시장 퇴출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전력거래소, 규칙개정안 의결하고도 공식 언급 ‘회피’

한편 전력거래소가 한전 계열 발전공기업의 석탄발전소의 운영 손실을 소급 보전하는 안을 추진하면서 ‘깜깜이’로 행보를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지난 20일 석탄발전소의 정산조정계수를 소급적용하는 7차 규칙개정위원회를 소집한 후 심의 결과를 외부 공개를 하지 않았다. 또 기자가 여러차례 규칙개정안 통과 여부를 확인하고자 했지만 답변을 회피했다. 규칙개정위 담당부서 관계자에게 회의 결과와 입장을 들어보려고 했지만 역시 “회의 중”이라는 문자를 보낼 뿐 아무런 답이 없었다. 

하지만 국민의 알권리를 중요시 여기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정부 정책을 수행하는 공공기관으로서는 무책임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가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전력거래소의 개정안 통과 시점을 즈음해 거래소의 공식 입장을 듣고 연결을 시도했지만 계속 회피했다”면서 “전력거래소 등이 석탄발전소의 적자 보전을 위한 전력시장운영규칙 개정에 대한 반대 여론을 부담스럽게 생각해 공개를 꺼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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