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위 “김해신공항안, 상당 부분 보완 필요”···“미래변화 대응 어렵다”
법제처 ‘장애물 절취’ 유권해석 큰 영향···與 “특별법 발의, 가덕도 신공항 가속화”
野, 감사원 감사 요구 가능성 내비쳐···국토부·지자체 등 설득 여부 주목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는 17일 김해신공항안을 사실상 백지화하는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는 17일 김해신공항안을 사실상 백지화하는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창원 기자] 김해신공항(김해공항 확장)안이 사실상 백지화되면서 가덕도 신공항안에 힘이 실리고 있다. 부산시가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고, 정치권에서도 이를 반기는 분위기가 관측되기 때문이다.

다만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그동안 김해신공항안을 주장하며 가덕도 신공항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던 만큼 ‘제6차 공항개발계획’에 가덕도 신공항 건설 계획이 포함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또한 인근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발 분위기도 존재하고, 야당 일각에서도 이번 결정이 내년 예정된 부산 시장 재보궐 선거 등 ‘정치적 고려’가 있었다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검증위 11개월 만에 ‘백지화’ 결론···“근본적 검토 필요”

17일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는 약 11개월 동안의 김해신공항안에 대한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검증위는 4대 분야(안전, 소음, 환경, 수요), 14개 쟁점을 기준으로 김해공항 활주로를 확장해 운용하는 방안을 검증해왔다.

검증위는 최종적으로 “김해신공항안은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고 미래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김해신공항 추진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해신공항안을 사실상 백지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친 것이다.

이어 “(김해신공항) 사업이 확정될 당시에 비행절차의 보완 필요성, 서편 유도로의 조기설치 필요성, 미래수요 변화 대비 확장성 제한, 소음범위 확대 등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며 “국제공항의 특성상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역량 면에서 매우 타이트한 기본계획안이라는 한계가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이번 검증 과정에서 법제처의 유권해석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증위는 법제처에 사업적정성, 자연 장애물 문제 등과 관련해 법적 검토를 의뢰했고, 법제처는 ‘장애물을 절취할 경우 국토교통부가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야 한다’(공항시설법 34조)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김해공항의 안전성을 위해 돛대산을 깎아내는 것과 관련해 부산시와 협의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이를 부산시와 협의하지 않은 국토교통부에 절차상 흠결이 있다는 판단인 것이다.

또한 지난 2016년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주도의 검증 당시 장애물(돛대산) 절취 작업에 약 4조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현재 소요 예산 규모가 약 7조원으로 늘어났다는 점도 검증위 검증에 영향을 준 것으로 전해진다.

장애물을 절취할 경우에도 안전성이 완전히 확보되지 못하고, 증설된 활주로의 절반도 이용하지 못해 경제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 검증위의 설명이다.

김수삼 김해신공항 검증위원장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해신공항 검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수삼 김해신공항 검증위원장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해신공항 검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산시·여당, 특별법 제정 추진···“2030년 부산엑스포 전까지 완공돼야”

이번 검증위의 발표로 가덕도 신공항안 현실화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김해신공항안에 대한 백지화 발표이긴 하지만, 현재로서는 가덕도 이외에는 동남아 관문 공항 후보지가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부산시는 가덕도 신공항 조지 건설 관련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사업계획에 대한 검토 절차를 기존 자료와 가덕도 신공항 적정성 용역 등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내년도 예산안 예비심사 과정에서 검증위의 검증 결과를 전제로 가덕도 신공항 적정성 용역 예산 20억원을 통과시킨 바 있다.

예외‧면제조항을 적용해 최대한 신속하게 가덕도 신공항 건설 공사가 착수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도 정부에 요청하고, 오는 2030년 세계등록엑스포 유치를 위해서도 가덕도 신공항을 조속히 완공(2022년 착공)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움직임도 바빠지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가덕도 신공항 관련 특별법 제정을 야당과 함께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가덕도 신공항 건설 시기를 단축하거나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특별법 입법을 검토하고 있다”며 “박재호 부산시당 위원장이 하태경 국민의힘 부산시당위원장과 교류하고 있고, 특별법 발의를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표명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토교통위원회에서 가덕도 신공항 적정성 검토를 위한 용역비 20억원이 통과돼 최종 의결 절차를 거칠텐데, 그것만으로는 이미 3년간 끌어온 가덕도 신공항으로의 전환이 빨라지기 어렵기 때문에 특별법을 발의해 가속화시키는 검토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의 정책 일관성이 지켜지지 않는 것은 유감”이라면서도 “새로운 공항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다면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강구를 나름대로 적극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검증위의 결론 이후 가덕도 신공항 문제와 관련해 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野일각, ‘정치적 고려 판단’ 비판도···국토부 ‘제6차 공항개발계획’ 명시 여부 관건

반면 이번 결정에 대해 야당 내부에서는 반발의 목소리도 나온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청와대에서 이 문제(김해신공항 검증)를 언급했다는데,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문제와 판박이 아닌가 싶다”며 “중요한 국책 사업을 변경하는 과정에 무리나 불법이 있으면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4년간 이 정권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다가 국무총리실에 검증단이라는 걸 만들어 김해신공항안을 취소하려는 듯하다”면서, 감사원 감사 요구 가능성을 내비쳤다.

내년 예정된 재보궐 선거를 앞둔 ‘정치적 고려’가 반영됐다는 주장인 것이다. 이에 대해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정치적 고려가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가덕도 등 새 부지에 대해 압축적으로 검증하자는 요구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일축했다.

이와 같은 정치권의 움직임이 국토교통부의 협력을 이끌어내는데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당장 부산시가 다음 달 수립되는 ‘제6차 공항개발계획’에 가덕도 신공항 건설 계획을 명시하도록 국토교통부를 설득하지 못할 경우 또다시 관련 논의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국토교통부는 김해신공항안을 주장해왔던 만큼 이 과정이 쉽지 만은 않아 보인다.

울산, 대구, 경북 등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발 여론도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울산의 경우 밀양, 김해 등을 선호하는 목소리가 많고, 대구와 경북도 여전히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해신공항안의 백지화로 가덕도 신공항안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사진은 부산 가덕도(사진 오른쪽)와 부산항 신항 일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김해신공항안의 백지화로 가덕도 신공항안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사진은 부산 가덕도(사진 오른쪽)와 부산항 신항 일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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