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GKL 등 올 3분기도 ‘적자’ 행진···지자체 세입·관광기금 ‘기근’ 현실화

강원랜드 전경  / 사진=연합뉴스
강원랜드 전경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승욱 기자] 이른바 ‘카지노 공기업’의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매출 급감과 수익성 악화로 경영 불안이 올 3분기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행성 공기업의 매출 불황은 세수 불안으로 이어지면서 ‘도미노 현상’을 낳고 있다. 

강원랜드는 최근 올 3분기 실적을 공시하면서 최악의 적자 경영 성적표를 또 다시 내밀어야 했다. 강원랜드 3분기 연결 기준 요약손익계산서에 따르면, 분기 매출액은 7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1%로 감소했다.

매출 감소는 비카지노 분야보다 카지노 분야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비카지노 분야 전년 대비 3분기 매출은 66.6% 감소했지만, 카지노 이보다 더 큰 83.3%의 매출액 감소를 기록했다. 

3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적자로 영업손실 649억원, 당기순손실은 40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46.6%, 131.8% 이익이 줄어든 수준이다.  

다행히 올 2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2분기 346억원이었던 매출이 766억원으로 121.2% 신장했다. 이에 따라 전 분기 3분기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37.5%, 10.3% 정도 줄었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2분기는 사실상 거의 카지노 영업을 하지 못했다면 3분기는 코로나19 거리두기 완화로 영업재개를 하면서 이것이 매출에 반영된 것"이라면서 "하지만 실제 3분기도 영업일은 단 33일 정도에 그친다"고 말했다. 

다른 카지노 공기업인 GKL(그랜드코리아레저)의 올 3분기 매출(연결 기준)은 347억5700만원으로 지난해 동기 1333억6400만원과 비교하면 74%나 급감했다. 매출 급감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악화로 이어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GKL의 3분기 영업손실은 309억5800만원, 당기순손실은 227억79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306억200만원, 당기순이익 252억89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1년 새 흑자와 적자 폭이 맞먹는 수준이다.  

카지노 공기업의 경영 악화는 국세 및 지방세와 각종 기금 확보에 ‘빨간불’을 켜고 있다. 이미 올해부터 공기업들의 매출 급감으로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내년 실제 세입이 현실화된다면 마치 도미노처럼 악영향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가장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곳은 지방자치단체다. 강원랜드가 입지한 강원도 정선군은 이미 세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정선군에 따르면, 정선군이 한해 거둬들일 수 있는 자체수입은 990억원 정도. 이중 강원랜드 관련 세입은 536억원으로 절반 이상(54%)을 차지한다.

하지만 강원랜드 휴장으로 인해 내년도 예산에서 세입 감소는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실제 올 3분기 강원랜드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강원랜드의 폐광지역개발기금은  0원이다. 지난해 3분기 429억원이었던 폐광기금이 100% 줄어든 셈이다. 

지난 1월 말 기준 정선군이 자체적으로 분석한 내년도 세입 감소 전망액은 법인지방소득세 100억원, 배담금 96억원, 폐광기금 220억원, 상하수도 사용료 15억원 등 총 431억원에 이른다. 

통상 지자체의 자체 세수 부족에 따라 받는 보통교부세 감소 예상액을 애초 90억원 정도로 봤지만, 54억원 정도로 행안부에서 최근 지침이 내려와 감소 예상액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인지방소득세 감소액 등을 감안하면 내년도 세입 기준 예산액의 감소폭은 48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강원랜드이 차지하는 세입 예상액의 89.6%를 차지한다. 

그동안 정선군은 올해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2020 지방자치단체 재정분석’ 결과 강원도에서 유일하게 ‘최우수’ 자치단체로 선정된 지자체다. 지난해 평가에서도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특별교부세 5000만원을 받은 바 있다.   

정선군은 지난달 말 최승준 군수가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인한 정부의 교부세 지원 감소와 강원랜드 카지노 장기 휴장에 따른 세입 감소 등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정부의 특별재정지원 방안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정선군 관계자는 “세입이 사실상 전무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렇다고 지자체 운영을 할 수 없는 실정도 아니다”면서 “일단 세입예산을 편성해 내년도 예산 계획을 세웠지만 세수 부족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정선군이 보유하고 있는 강원랜드 주식 배당금도 미미하지만 부족분을 메울 수 있는 기대 세입이다. 통상 강원랜드는 매년 3월 이사회 의결을 통해 주식 배당금을 결정한다. 정선군은 강원랜드 주식 4.99%를 보유하고 있다. 

정선군 관계자는 “주식배당금은 통상 주당 900원 정도로 예상하지만 강원랜드 자체 경영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기대하는 만큼 배당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면서 “그나마 100원이든 200원이든 배당 자체가 이뤄지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 삼성동 GKL 사옥 전경 / 사진=연합뉴스
서울 삼성동 GKL 사옥 전경 / 사진=연합뉴스

카지노 공기업의 경영 악화는 각종 기금 조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강원랜드와 GKL 등을 포함한 국내 카지노 사업자는 전년도 매출액의 10%를 관광기금에 납입한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 카지노 업계 정상적인 매출액이 전년대비 20~30% 수준에 머문다면 기금 납부금은 1500억원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원랜드와 GKL 등을 포함한 국내 카지노 업계가 납부한 관광기금은 연간 2500억원 규모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관광진흥개발기금 수입은 최소 3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관광기금의 주요 재원인 여행객의 출국납부금을 제외하면 카지노 납부금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한편 연간 1조2000억원 규모로 운용하는 관광기금은 타 기금 전출‧상환 소요 600억원과 관광업체 융자 5400억원을 제외하면 실제 사업 투입 금액은 6000억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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